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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잘 할 때까지 버티는 마음

by 김민식pd 2019. 11. 25.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는 출판사와 3권의 책을 계약했을 때입니다. 2012년에 낸 첫 책,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 잘 팔리지 않아 절판된 후, 기가 많이 꺾였여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쓰는 건 또 다른가 보다.' 그때 출간 제의를 받고 3권의 책을 시리즈로 내자고 했어요. 그 제안을 출판사에서 승낙했을 때,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주조정실에서 송출업무를 하며 우울한 상태로 하루하루 버티던 제게 정말 기쁜 순간이었죠. 아내에게 그 소식을 전했을 때, 아내의 뚱한 표정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책을 3권이나 계약했다고? 출판사는 어디야?" (어디 이상한 회사에 낚였다고 생각했나봐요.)
"위즈덤하우스!"
"그 회사는 잘 하는 출판사인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내에게 신이 나서 그랬어요.
"그 큰 회사에서 내 글을 알아본 거지!"
그때 아내가 던진 말.
"이상하네? 난 당신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글의 부족함을 느낀 후, 이를 악물고 책을 읽었습니다.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좋은 글귀는 필사적으로 필사했어요.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는 이유, 글을 잘 쓰니까, 매일 쓰는 게 아닙니다. 못 쓰는데, 잘 쓰고 싶어서 매일 씁니다. 스무살의 영어가 그랬어요. 못하는데 잘 하고 싶어서 회화책을 통째로 외워서 잘 하는 척 한 겁니다. 어떤 일을 즐기며 하기까지는 버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한재우 에세이 / 21세기북스)

<오디언>에서 오디오북으로 처음 접한 책입니다. 전작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을 재미나게 읽었거든요.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봅니다.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종이책으로 다시 찾아 읽습니다. 나태해지려는 순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글귀들이 가득한 책입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그것에 대해 많이 알게 될 내일이 아니라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는 오늘이 아닐까. (...)
서른의 일을 쉰으로 미루지 말기를. 마찬가지로, 준비될 내일을 핑계 삼아 부족한 오늘의 시작을 미루지 않기를. 꿈은 두 번 꿀 수 없고, 지금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위의 책 41쪽)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 하는 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영어든, 글쓰기든, 운동이든. 

'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 시간이 충분한 때는 오지 않고,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에게 할 일은 밀려들지 않는다. 일이 있는 사람에게 어차피 시간은 늘 빠듯하므로 할 일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89쪽)


바빠도 써야하고, 쓸 거리가 없어도 써야 합니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쓸 거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이 진짜 쓰는 인간입니다. 원래 글 쓸 시간이나 글 쓸 거리가 많은 사람은 없습니다.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지요. 

'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편하고 싶은 욕심과 게으르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이가 세상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자잘한 충동에게 일일이 화답하여 틈 사이로 물을 슬슬 흘려보내는 사람은 평생을 기다려도 솟구칠 수 없다. 그런 이에게는 감격이 없고 감격이 없는 곳에는 살아가는 참맛이 없다. 인생의 충만함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234쪽)

이번 한 주도, 즐거운 마음으로 버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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