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신문의 서평란을 뜨겁게 달군 책이 있어요.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 문학과 지성사)

30년 주기로 한국 사회를 3개의 세대를 나눕니다. 1930년생 산업화 세대, 1960년생 386세대, 1990년 청년 세대. "산업화 세대가 첫 삽을 뜨고, 386세대가 완성한 한국형 위계 구조, 그 희생자는 바로 청년 세대다'라고요. 우리는 불평등 구조에 대해 분노하지만, 한편으로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분투하며 삽니다. 불평등 구조의 희생자이자, 생산 주체라는 거죠. 저자는 불평등의 문제가 공동체의 생존과 안녕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합니다.
  
'왜 우리는 386세대와 함께 민주화 여정을 거쳤음에도, 우리의 아이들과 청년들은 더 끔찍한 입시 지옥과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가? 왜 민주주의는 공고화되었는데, 우리 사회의 위계 구조는 더 '잔인한 계층화와 착취의 기제'들을 발달시켜 왔는가? 왜 여성들은 여전히 입직과 승진, 임금에서 차별받는가? 왜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용의 문화 및 정책이 뒤따르지 못하는가?'
  
(위의 책 79쪽)

책은 그 답이 '시장'에 있다고 말합니다. 386세대는 '시장'에서의 격화된 경쟁과 두 번의 금융 위기를 겪으며 세대 내부에서 엄청난 분화를 경험했어요. 386의 시작은 일단 운이 좋았어요. 앞선 산업화 세대에 비해 덜 힘들었지요. 식민지나 전쟁을 겪지도 않았고요. 사회 진출했을 때 IMF가 터지는데요. 이게 나름 불행 중 다행입니다. 1997년 금융 위기가 왔을 때, 직장 신입사원들이었어요. 비교적 임금이 싸기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했죠. IMF 때 주로 희생된 사람들은 3,40대 중견급 사원, 즉 산업화 세대였어요. 윗 세대가 조직에서 밀려난 자리를 386들이 빠르게 차지합니다. 2000년대 세계화와 정보화와 함께 한국 기업들이 약진할 때, 운 좋게 그 흐름에 동승하고요. IMF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로 정규직이 사라집니다. 시장의 변화에 살아남은 세대이면서, 그 부조리한 구조를 공고화하는 게 386세대랍니다. 불평등 구조의 3가지 요인을 이렇게 지목합니다.

'노동시장에서 임금 불평등이 나타나는 세 요인은, 첫째 개별 노동자가 속해 있는 기업 조직이 대규모인가 아닌가, 둘째 고용 지위가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셋째 사업장에 노조가 존재하는가 여부다.' 
(99쪽)

저자는 시장을 새로운 한국형 위계 구조로 살펴봅니다.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가 일제 침략과 함께 끝이 났어요. 산업화가 시작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왔어요. 시장 만능주의의 시대, 유리한 위치를 먼저 차지한 사람들이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어요. 그 희생양은 누구일까요? 

'산업화 세대가 첫 삽을 뜨고, 386세대가 완성한 한국형 위계 구조인 '네트워크 위계'의 희생자는 누구인가? 청년과 여성이다. 이 교집합은 젊은 여성이다. 2010년대 후반 들어 급진화된 페미니즘이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급진화된 페미니즘이 '미러링'을 하고 있는 젊은 남성 보수의 부상 또한 우연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악화일로에 있는 청년 노동시장의 상황은 한국형 위계 구조와 그에 기반한 발전 전략 전체가 재생산 위기에 봉착했다는 한 징표다.'
(227쪽)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386세대에게 요구합니다. 자리 욕심을 내려놓고 권력을 나누라고.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리더들로 구성된 '무지개 리더십'으로 더 젊은, 더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조직과 사회에 불어넣으라고요. 젊은이들과 여성을 조직의 최상층으로 끌어올리면, 경직된 권위주의 문화와 386세대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어요. "386세대가 죄인이라고?" 
중간부터는 부끄러웠어요. "지금의 현실에 대해 386이 잘못이 많긴 하네..." 
책을 덮을 무렵에는 고민이 깊어졌어요.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지?"

386 세대가 만든 불평등의 구조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이는 공동체 생존과 안녕에 직계되는 문제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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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달자 2019.12.02 06: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은 여성들에게 자리를 내주어라!

    산업화 이후 민주주의가 실현되었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성의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하는듯 합니다.
    한국민족 자체에 뿌리 박혀있는 유교 사상도 한몫하는듯 하구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중년 여성의 입장으로봐도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하고있구요.
    후손들에게는 이러한 불평등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과제를 실천으로 삼는 한 주간 되겠습니다.^^

  2. 세라피나장 2019.12.02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1
    딸아이 키우면서

    82년생 김지영
    화두

    공감
    엄마라는 지금 이자리
    이나마
    감사하게

    깊이 고민하면
    할수 있는게
    적어지고 소심

    그냥
    하루
    성실히

    맡은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

  3. 아리아리짱 2019.12.02 0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불평등의 구조를 공고하게 만든 세대가 386 세대란
    내용에 충격입니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있으며 다른이들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한가운데 저의 세대가 있는 것이군요.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한 번 더 해봐야하는 책 소개 감사합니다.
    활기찬 한 주 되세요! ^^

  4.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2.02 0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평등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젊은 날의
    386세대가 이제 불평등의 주체로
    우리 아이들에게 헬대한민국에서 살아가게
    하고 있다니ㅠㅠ
    네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5. 고로 2019.12.02 0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86과 수많은 진보지식인들은 계급투쟁으로 사회갈등을 유발하는게 착취와 차별에 대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죠

  6. 섭섭이짱 2019.12.02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쉽지 않은 문제 같아요. 우선 생각나는건 내년 선거에서부터 젊은층으로의 세대교체와 다수 여성 의원 당선이 이루어지면서 변화를 이끌면 어떨지 생각이 드네요.

    이제 여의도에서 맨날 밥그릇 지키려고 소리지르고 떼쓰는 사람들 좀 그만 보고 싶어요 ㅠ.ㅠ

  7. 힘껏배워늘푸른나 2019.12.02 1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 부분 발췌되어있는 내용만 봐서는 100%공감이 안되네요..

    책 주문하러 갑니다~

  8. 보리랑 2019.12.02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이 유독 심하지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듯요. 우리세대가 그런 자식까지 책임져야 하니 선뜻 나누라고 하기도 쉽지 않겠어요. 신뢰가 있는 사회라면 마지못해서라도 내껄 내놓겠지만요.

    독서모임 갔다오면 기분 좋은걸 보면, 독서모임도세상이 한모금 밝아지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싶어요. 더 많이 성장하고, 성장한 만큼 더 많이 나누고요.

  9. 2019.12.02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2.02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체주의적 욕심, 과독점이 386세대를 더욱 부끄럽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그 부끄러움을 들춰내기엔 너무 겁이 나겠지요. 어찌 보면 성숙되지 않은 어리숙한 존재들의 몸부림이 아닐까요. 청년으로써 여러모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11. 더치커피좋아! 2019.12.02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장의 변화에 살아남은 세대이면서,
    그 부조리한 구조를 공고화한 세대.'

    열심히 살았지만,
    잘못된게 뭔지 모르고..
    사회를 이끄는 중추가 된 세대.

    앞으로 변화의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그 세대가 잘못된게 뭔지
    알아가고자 한다면.
    그리고 실천한다면.
    함께 소통하고자 한다면.

    추운 겨울도
    함께라서 따뜻할수 있다는.
    오늘도 힘내세요.
    피디님~파이팅!

  12. 2019.12.02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고래순양 2019.12.02 2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회사에 임원분께서 본인도 386세대인데 자신의 세대들은 많은 것을 누리는세대다.
    하지만 그것을 아래 세대에게 나눠 줄줄 모른다.
    그냥 움켜쥐고 다 가지고 가려고 한다.
    면서 미안해 하시더라구요.

  14. 황준연 2019.12.03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읽고 그 내용을 내면화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낍니다. 저도 제가 있는 곳에서 권력 등 여러가지를 나눠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5. 김주이 2019.12.03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네요.
    나의 작은 실천이 작은 물결을 일으키고, 그 물결이 모여 큰변화를 이룰 것이라 믿으며, 바르고 선한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야겠습니다.

  16. 낭만탐험가 2019.12.04 15: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네요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