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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부모의 소통법

by 김민식pd 2019. 10. 23.

매년 책 한 권을 씁니다. 제가 책에 담고자 하는 내용은 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영어 공부나, 글쓰기,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 딸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씁니다. 직접 앉혀놓고 하는 말은 잔소리가 되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마음으로 책을 쓰는데요. 정작 딸들은 제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고3인 큰 딸은 수능 끝나면 읽는다고 하고요. 초등학교 6학년인 민서는 제 책을 읽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언니 이름은 여섯 번 나오는데, 왜 내 이름은 안 나와? 언니는 민지라고 나오고, 나는 늦둥이나 둘째, 막내라고 나오지, 이름은 안 나온단 말이야.”
네, 아이들과 소통을 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딸들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좋은 귀감이 되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이 책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아빠가 MIT를 다니는 딸에게 쓴 편지로 이뤄져있어요. 대학에 들어간 딸에게 ‘이제부터는 부모가 아니라 친구라는 생각으로 너와 대화하고 싶구나’하면서 메일을 보냈어요. 사람의 역량은 지식과 기술과 태도의 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고, 기술은 직장에서 익히는데요. 태도는 어디서 배워야 할까요? 좋은 태도를 기르는 곳은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저자도 그렇게 생각하나 봐요. ‘태도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고요. 책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여섯 가지 태도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어요.
인생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
돈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문제를 대하는 태도,
일을 대하는 태도.

아빠가 딸에게 쓰는 편지는 자칫 잔소리가 되고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데요. 저자는 항상 2가지를 유의했다고 해요. 

‘첫째,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명심할 것.
둘째, 자녀에게 자신이 못 다 이룬 꿈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부모 자신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셋째, 같은 일이어도 사람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조언이란 없다. 상황에 적절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조언이 있을 뿐이다.’
 
저자인 우쥔은 컴퓨터공학 박사로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 투자자입니다. 구글 연구원으로 일한 후, 텐센트에서 부사장으로 일했어요. 공부도, 일도, 다 열심히 하고 또 잘 하는 사람이죠. 이런 분들 중 의외로 아이들과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본인이 공부를 잘 했기에 아이에게 기대수준이 높고요. 일벌레로 사느라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하거든요. 책을 보면, 저자는 딸들과 관계가 좋아 보여요. 이유가 뭘까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을 때, 동네 아이들이 공부는 안 하고 늘 놀더랍니다. 그래서 이웃에게 물어봤대요. 아이들이 저렇게 공부를 안 하면 좋은 학교도 못 가고, 좋은 직장도 못 구할 거 아니냐고요. 그랬더니 이웃이 그랬대요.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더 잘 산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재의 즐거움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잖아요.”
이것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항상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아이에게 현재를 희생하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나중에도 행복해지기 쉽지 않아요. 행복을 유예하며 불안에 시달리는 것도 습관이거든요.
자, 문제는 아이에게 현재의 즐거움을 보장한다고 그냥 놔두면 자칫 게임 중독에 빠질 수 있지요. 저자도 딸에게 게임 시간을 줄이라고 했나 봐요. 딸이 왜 게임을 하면 안 되냐고 물어요. 그러자 ‘유혹을 이겨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공학자이니 컴퓨터 게임이 주는 쾌감에 대해서도 잘 알겠지요. 게임을 할 때 도파민의 분비가 일어나고 쾌감의 전달도 강렬하고 빠르대요.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게임에 중독되지요. 단순하고 강렬한 쾌감에 중독되면 나머지 일에 흥미를 잃게 되는데요. 마치 마약이 주는 쾌감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유혹을 이기는 능력을 길러야한대요. 금융회사 투자자로 일할 때 거액의 돈을 움직이다보면 유혹이 생깁니다. 이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감옥에 가지요. 투자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돈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는 교육을 시킵니다. 유혹을 이기는 첫 번째 방법은 장기적이고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이랍니다. 큰 딸도 중학교 때 게임을 즐겨했는데요.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다음 게임을 완전히 끊었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보상이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성취감을 느낄 때마다 게임을 할 때 느끼는 비슷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거든요. 제가 딸들에게 영어 공부, 글쓰기, 여행을 권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셋 다 성취감을 느끼고 보상을 느낄 수 있는 일이이에요. 즐기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지요. 어떤 취미를 즐길 것인가, 나를 성장시키는 취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로에 대해서는 저자가 어떤 조언을 할까요? 돈을 빨리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없다고 말합니다. 의사처럼 오랜 기간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초기에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고요. 노력하지 않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설령 있다고 해도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이 급격하게 감소할 거라고 하는군요. 미국에서 변호사가 그렇대요. 의대보다 공부는 수월한데 대우가 비슷했기에 몇 년 전까지 변호사가 인기 직종이었는데요. 너무 많은 학생들이 로스쿨을 나오는 바람에 요즘은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도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대요. 직업을 구할 때는 눈앞의 이익보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높은 경지의 삶을 추구하는 편이 좋다고 충고합니다. 
이 책을 보고 놀란 점 중 하나.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40개의 편지 중 8개가 돈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3장 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경제적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딸에게 주식투자를 권하기도 하고요. 투자를 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해서도 장문의 편지를 보냅니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인줄 알았는데요. 이제는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장사꾼의 나라였지요. 학자인 아버지가 딸에게 돈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관계가 어려운 딸에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편지를 씁니다. 인간성과 실력이라는 2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면 4가지 부류가 나온대요. 사람 좋고, 일도 잘 하는 1번, 사람은 별로인데 일을 잘 하는 2번, 사람은 좋은데 일을 못하는 3번, 사람도 별로고 일도 못하는 4번. 재미난 건 사회에서 4번을 만날 일은 별로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점입니다. 그건 저자가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다녔기 때문이죠. 자, 문제는 2번, 3번을 어떻게 대하느냐 인데요. 저자는 재미난 충고를 합니다. 사람 좋다고 3번과 친하게 지내고, 불편하다고 2번을 멀리하지 말라는 거죠.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도 능력이 뛰어나다면 적극 활용하라고 하네요. 성인군자 같은 말씀이 아니라, 이렇게 실용적인 팁을 알려주는 아버지라니, 정말 멋집니다.

컴퓨터공학박사인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이라며 딸에게 책을 추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빠가 수학과 과학에 처음 흥미를 느끼게 된 건 조지 가모프의 저서 <1,2,3 그리고 무한>을 읽고 나서야. 당시 열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의 책은 수학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 또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읽고 최신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우주대폭발 이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어.’
(258쪽)
   
재미난 건 그 다음에 이어지는 글이에요.
‘멍신은 편지를 받고 <1,23 그리고 무한>과 <시간의 역사>를 읽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네, 이게 아빠와 아이의 관계에요. 부모에게 좋다고 반드시 아이에게도 좋으라는 법은 없어요. 이걸 받아들여야 진짜 좋은 관계가 됩니다. 좋지 않은 걸 억지로 맞춰주는 관계는 상호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인 관계고요.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저와 민지는 서로에게 책을 권해주는 데요. 이때 읽고 읽지 않고는 상대방 자유에요. 기껏 권해주고 사준 책을 안 읽어? 하고 불쾌해하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과 책에 대해 이야기 자체를 안 하게 되지요. 독서의 즐거움은 자발성에서 나옵니다. 추천을 하는 것도 자유, 안 읽는 것도 자유에요. 그래야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건강합니다. 

딸들에게 이렇게 인생을 사는 태도에 조목조목 편지를 쓰는 아빠, 참 부럽네요. 이 책은 수능이 끝나는 날, 민지 책상 위에 다소곳이 올려둘 거예요. ‘아빠가 강력 추천한 책이라니, 한번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민지에게 일도록 사는 것, 그것이 제 삶의 목표입니다.  

 

 

(책 선물 이벤트 중)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부모의 소통법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 우쥔 | 꼬꼬독 e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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