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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쫄깃쫄깃, 스릴러의 재미

by 김민식pd 2019. 10. 25.

평생의 꿈은 도서관에서 책만 읽으며 사는 겁니다. 제 블로그에 올린 독서일기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250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습니다. 혼자 스스로를 도서관에 유배하고 매일 책만 읽으며 살았어요. 당시 쓴 글을 보면, 스릴러 소설이 많습니다. 힘든 시절, 독서의 즐거움을 탐닉했거든요. 리 차일드나 마이클 코넬리처럼 재미난 스릴러를 쓰는 작가들의 책을 꼬리를 물고 읽었어요. 20대부터 그랬어요. 제 독서의 1차 목표는 ‘재미’입니다. 일단 재미있어야 해요. 


어제 꼬꼬독 라이브에서 소개한 책은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 코난북스)입니다. 이다혜 기자님도 글을 참 재미나게 쓰시는 분입니다. 한겨레신문 금요판에 올라오는 책 리뷰도 열심히 읽습니다. 저랑 독서 취향이 비슷하거든요. 

'10대 시절 가장 빠져 있던 작가는 시드니 셀던이었고, 마이클 크라이튼이었으며, 존 그리샴이었고, 로빈 쿡이었다. 시드니 셀던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치정) 스릴러에 능했고, 마이클 크라이튼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용한 과학 테크노 계열, 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의 귀재였으며, 로빈 쿡은 메디컬 스릴러의 스타였다. 

(23쪽)

이다혜 작가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빠른 몰입감이랍니다.

'스릴러는 대개 첫 챕터가 채 지나지 않아 끓기 시작해 컵라면이 익는 것보다 빠르게 책에 몰입하게 된다. 첫 문단에서, 더 심한 경우는 첫 문장에서 바로 부글거린다. 할런 코벤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서점에 잠깐 서서 그의 책 첫 문장을 읽고 나면 궁금해서 사게 만드는 '첫 문장의 기술'에 있을 것이다.

스콧 덩컨은 킬러의 맞은편에 앉았다. - <단 한번의 시선>
첫 번째 총알이 가슴에 박혔을 때, 나는 내 딸을 생각했다. - <마지막 기회>

(38쪽)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저도 스릴러를 좋아해요.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책을 펼치는 순간, 바로 내 인생의 문제는 잊고 주인공의 고난에 몰입하게 되거든요. 학점이 아무리 낮고, 연애가 아무리 안 돼도, 적어도 나는 킬러에게 쫓기는 건 아니니까요. 책장을 펼치는 순간, 바로 현세 탈출 가능하지요. 이다혜 작가의 여행기,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를 읽으며 작가의 유머 감각에 반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도 틈날 때마다 웃겨주십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상한 일을 겪는다. 괴도 루팡이나 <모방범>의 연쇄살인마를 만나는 일 말고,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간에 벌어지는 괴이한 일들 말이다. 며칠 연속 누군가 우편물을 뜯어 본 흔적이 있다거나(엄마가 범인), PC용 카카오톡을 할 때마다 등 뒤에서 누가 쳐다보는 기운이 느껴진다거나(상사가 범인), 집에서 알 수 없는 냄새가 난다거나(내가 범인) 하는 것부터 정말 오싹하게 느껴지는 일들까지. 일상의 소사에 눈길을 주고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일상 미스터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66쪽)

코지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있군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소재로 삼는데요. 그런 책 중 박연선 작가가 쓴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저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온다 리큐의 <나와 춤을>이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구미가 당깁니다. 다독가의 스릴러 예찬서를 읽다보니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이 더 늘어납니다. 이게 독서의 함정이지요.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 책은 더 늘어납니다. 이래서 활자중독은 불치병입니다. 저의 경우, 재미로 읽는 책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야 내가 즐겁거든요.

입문자용 스릴러 작가 몇 분 소개해드립니다. <빅 픽처>의 더글라스 케네디, <스노우맨>의 요 네스뵈, <7년의 밤>의 정유정, <블랙 에코>의 마이클 코넬리, <추적자>의 리 차일드 등입니다. 다들 다작하는 작가들이니 대표작이나 데뷔작을 읽고 재미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으시면 됩니다.

목차를 소개할게요.

스릴러란 무엇인가

나를 파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스릴러 입문

베이비, 세 권만 참고 읽어봐

-스릴러의 끓는점

꼬마가 귀신을 본다 한들

-반전 강박증과 스포일러 포비아

스릴 대신 따뜻함을 혹은 불쾌함을

-코지 미스터리와 이야미스

그때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

-여성이 쓰고 여성이 읽는 소설의 계보학

사건 뒤에 사람 있어요

-흉악범죄와 추리소설 애호가의 동거

픽션은 하고 논픽션은 하지 않는 것

-당신은 결국 논픽션을 읽게 되리라


<아무튼, 스릴러>, 스릴러 소설에 입덕하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올 한해가 또 속절없이 갑니다. 올해 목표가 스무권 읽기, 뭐 이런 것이었다면, 연말에 독서량을 급격하게 늘려줄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아무튼, 시리즈>를 읽는 겁니다. 

소소한 취향에 대해 고시랑고시랑 가볍게 수다를 떠는 책이고요. 100쪽 내외입니다. 작고, 얇고 가벼워 주머니에 쏙 들어갑니다. 벌써 스무 권 넘게 나온 시리즈인데요. 고르는 요령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제목을 보고 자신의 취향과 맞는 책을 찾으세요. 다음으로는 저자를 보고 믿음직한 저자를 찾으세요. 둘 중 하나만 맞으면 읽고요. <아무튼 스릴러>의 경우, 둘 다 맞았어요. 
이 시리즈는 어쩌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창구가 될지 몰라요. 저는 택시를 안탑니다. 그럼에도 <아무튼 택시>라는 책을 읽었어요. 서평가 금정연 작가의 글을 좋아하거든요.
<아무튼 택시>를 읽으며 내내 킬킬거리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또 터졌어요.

‘이 책의 인세 수익 대부분은 택시요금으로 쓰입니다.’

얼마 남지 앉은 2019년, 여러분의 1년 독서권수를 반칙으로 늘려줄 책들입니다.
아무튼 시리즈! 책을 읽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이 또 늘어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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