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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쓰고 쓰고 또 쓴다

by 김민식pd 2019. 10. 10.

<꼬꼬독>에 정유정 작가님이 출연하셨어요. 유튜브 댓글에서 누가 저더러 성덕이라고... ^^ 책만 읽던 책벌레가 유튜버가 된 덕에 요즘은 좋아하는 작가님도 만나고 있어요. 정유정 작가는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사로 일하셨어요. (아마 그랬기 때문에 간호사가 작가를 스토킹하는 <미저리>라는 작품에 더 몰입하셨을 수도.... ^^)

'문학 수업을 받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까?' 문득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소설가는 소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이럴 때는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찾아 읽습니다. <히말라야 환상 방황> (정유정 / 은행나무)이라는 책이 있어요.

'소설가 정유정의 첫 에세이. 오직 소설 하나만을 보고 달려온 인생. 4권의 소설로 한국문학 독자들을 사로잡을 때까지, 태어난 땅을 한 번도 벗어나본 적 없는 자타공인 골방 체질. 게다가 타고난 길치인 그녀가 생애 처음 떠나기로 한 여행지는 용감하게도, 자신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 히말라야다.'

첫 여행지로 어쩜 이렇게 기가 막힌 곳을 고르셨는지 놀랍습니다. 이게 초보자의 행운일까요? 저도 히말라야를 좋아합니다. 2011년에 혼자 인도 네팔여행을 한 달 간 다녀온 후, 2년 뒤 큰 딸 민지와 함께 또 갔지요. 다만 처음 가는 해외여행으로 히말라야는 쉽지 않습니다.

정유정 작가가 문득 떠나기로 한 건, 글을 쓰다 찾아온 슬럼프 때문인데요. 무기력증을 고치는데는 여행이 최고의 처방입니다. 안나푸르나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이던 민지와 다녀온 곳은 초보자에게 적합한 푼힐 전망대(4박 5일 코스)였어요. 그런데 정유정 작가는 환상종주(여기서 '환상'이란 둥근 원 모양, 즉 Circuit 코스)를 선택합니다. 18일이 소요되고 해발 5416미터나 되는 쏘롱라패스를 올라야 하는 구간입니다. 정 작가님, 인생을 참 하드코어로 즐기시는군요. 무엇을 하든 정말 열정적으로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꼬꼬독> 인터뷰 중,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는 이야기에 기함을 했어요. 저도 나름 아침형 인간이지만, 3시는 너무하잖아요? 기력이 충만한 오전에는 새로운 글을 쓰며 이야기를 전진시킨답니다. 오전 내내 글을 쓰면, 점심 나절에 에너지가 방전되고요. 그래서 오후에는... 오전에 쓴 글을 고친답니다. 오후에는 쉬는 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쓰고, 쓰고, 또 쓰는 게 정유정 작가의 글쓰는 습관인 거죠.

저도 좀 따라해보려고요. 기운이 있으면, 새 글을 쓰고, 딸리면, 써놓은 글을 수정하고. 참고로 저는 주말에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글을 쓸 때도 있는데요. 아침에는 다음에 나올 책의 원고를 씁니다. 오후에 힘이 딸리면, 다음주에 올릴 블로그 글을 다듬고요. 저녁에 그 마저도 힘이 없으면 주중에 책에서 읽은 좋은 글귀를 필사합니다.

영어 공부도 그런 식으로 했어요. 기력이 있으면, 새로운 문장을 외우고, 기력이 없으면 옛날에 외운 문장을 복습만 하고, 그 마저도 힘이 딸리면 섀도잉을 하고, 그것도 안 되면 그냥 영화를 틀어놓고 자막없이 보는 연습을 하고...

'아침에 열심히 썼으니 오후에는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오늘은 컨디션이 저조하니까 하루 좀 쉬어야겠다.' 혹은

'며칠 간 글을 안 썼더니, 이야기가 안 나가네.'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쓰고 쓰고 또 쓴다, 정유정 작가님과의 만남에서 배운 삶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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