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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100세 시대, 행복하게 사는 비결

by 김민식pd 2019. 10. 7.


길고 긴 노후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은, 100세 시대란 백수가 100세가 되는 시대라고 하십니다. 60세 이후 30년을 산다면, 학생으로 20년, 직장인으로 2,30년을 사는데요, 결국 백수로 30년 이상을 사니,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백수로 지내는 겁니다. 결국 100세 시대란 백수의 시대가 아닐까요?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야> (고미숙 / 북드라망)라는 책에서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대학의 몰락, 청년백수, 저출산 등을 떠올리면 참으로 암울하다. 하지만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의 지성은 실종됐지만, 지성 자체는 전 인류적으로 해방되었다. 인류가 지금까지 터득한 모든 지식과 정보는 다 스마트폰 안에 들어있다. 경전을 얻기 위해 십만 팔천 리를 갈 필요도, 머나먼 이국땅으로 유학을 떠날 필요도 없다. 어디 그뿐인가. 누구든 유튜브를 통해 세계 최고의 지성인과 직접! 대면할 수도 있다. 바야흐로 '대중지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야> 135쪽)

조선 시대 양반은 원조 백수입니다. 과거를 통해 관직에 나가지 못한 양반은 노는 게 직업이었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난을 치며 풍류를 즐기는 인생. 앞으로 우리 모두 조선시대 양반처럼 살 수 있어요. 양반 계급이 노동에 종사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했던 것은 사농공상 중 농업 공업 상업에 종사하는 평민 계층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평민과 노비의 노동력을 수탈할 수 있었기에 양반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어요. 이제 우리도 인공지능 로봇에게 생산 활동을 맡기고, 조선시대 선비처럼 살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풍요로운 시기가 옵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시절도 없어요.

다산 정약용은 유배 가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이 있답니다.
'이제 가문이 망했으니, 네가 참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구나!'

네, 죄를 지은 아비가 덤으로 출세길이 막힌 아들을 약올리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뻐하라고 하는 말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과거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글 공부를 했지요. 어떻게 하면 시험관의 눈에 드는 글을 쓸까 고민도 많이 했을 겁니다. 정약용이 보기에 가문이 망했으니 아들은 이제 그런 출세를 위한 공부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겁니다. 그냥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본인 내키는 대로 글을 쓰면 된다는 거지요. 어려서 공부가 힘든 건 시험을 보고 대학에 가고 직장에 가려니 힘든 거지요. 백수의 공부는 이런 제약이 없습니다. 
 
고미숙 선생님이 쓴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를 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바야흐로 백수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절망할 것 없다. 백수가 지성을 연마하면 군자가 된다. 타의에 의한 가난은 빈곤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가난은 청빈이고, 청빈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윤리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윤리적 선택뿐이다. 주류에서 배제되었다고 스스로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그걸 기회로 삼아 자신의 삶을 고귀하게 만들 것인가. 자기포기 vs. 자기배려. 자기를 존중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안의 욕망과 호흡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존재가 바로 '호모 큐라스'다. 백수가 군자가 되는 길도 여기에 있다. 자기배려의 달인, 곧 호모 큐라스가 되면 된다.'

살아있다는 것은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지요. 가장 좋은 수행은 글쓰기입니다. 사람들이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을 땐 부담이 없어요. 노래를 못한다고 내가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글은 다릅니다. 글은 곧 나의 자아니까요. 글을 못 쓰면 부족한 내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글은 나를 드러내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최고의 수행입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더 좋은 글을 고민하고, 쓰는 과정에서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 프런티어)에서 선생님은 '백수의 특권은 주유천하다, 집에서 탈출하라!'고 하십니다. 조선시대, 자발적 백수의 삶을 산 연암 박지원의 생을 통해, 21세기 백수의 삶을 통찰합니다. '백수가 백세 되는 시대'에 시간을 어디서 보내는 게 좋을까요? 가장 좋은 곳은 도서관입니다. 도서관 이외의 공간은 위험해요. 내 지갑을 털거든요. 자본주의 시대, 모든 공간은 소비를 부추길 목적으로 존재하지만, 오로지 도서관만이 공부를 부추깁니다. 지난 수십 년 간 도서관에 가는 건 학생들이었지요. 도서관 열람실에서 시험 공부하려고요. 대학 입시건, 직장 취업이건 시험공부가 목표였어요. 시험을 통해 합격하면 사무직이 될 수 있었어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육체노동자가 되었고요. 그 시절에는 공부가 출세의 방편이었어요. 21세기는 그렇지 않아요. 이제는 노동자 대부분이 사무직이에요. 육체노동은 기계나 로봇이 대신하거든요. 고시의 시대가 끝났어요. 이제 진짜 공부를 위해 다시 도서관에 가야 합니다. 도서관은 이제 어른들의 평생 학습의 장이 되었어요.

도서관 강연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으로 마무리할게요.

"살아있는 순간은 다 배워야 할 때다.
오늘을 살려면, 오늘이 즐거워야 한다.
오늘이 즐거우려면, 오늘이 새로워야 한다.
오늘이 새로우려면, 어제 몰랐던 걸 오늘 깨달아야 한다.
즉, 즐거운 삶을 위해서는 매일 배워야 한다.“

책에서 찾은 배움으로 오늘 여러분의 삶도 즐겁길 희망합니다.

꼬꼬독 꼬꼬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독,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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