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꿈은 도서관에서 책만 읽으며 사는 겁니다. 제 블로그에 올린 독서일기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250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습니다. 혼자 스스로를 도서관에 유배하고 매일 책만 읽으며 살았어요. 당시 쓴 글을 보면, 스릴러 소설이 많습니다. 힘든 시절, 독서의 즐거움을 탐닉했거든요. 리 차일드나 마이클 코넬리처럼 재미난 스릴러를 쓰는 작가들의 책을 꼬리를 물고 읽었어요. 20대부터 그랬어요. 제 독서의 1차 목표는 ‘재미’입니다. 일단 재미있어야 해요. 


어제 꼬꼬독 라이브에서 소개한 책은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 코난북스)입니다. 이다혜 기자님도 글을 참 재미나게 쓰시는 분입니다. 한겨레신문 금요판에 올라오는 책 리뷰도 열심히 읽습니다. 저랑 독서 취향이 비슷하거든요. 

'10대 시절 가장 빠져 있던 작가는 시드니 셀던이었고, 마이클 크라이튼이었으며, 존 그리샴이었고, 로빈 쿡이었다. 시드니 셀던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치정) 스릴러에 능했고, 마이클 크라이튼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용한 과학 테크노 계열, 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의 귀재였으며, 로빈 쿡은 메디컬 스릴러의 스타였다. 

(23쪽)

이다혜 작가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빠른 몰입감이랍니다.

'스릴러는 대개 첫 챕터가 채 지나지 않아 끓기 시작해 컵라면이 익는 것보다 빠르게 책에 몰입하게 된다. 첫 문단에서, 더 심한 경우는 첫 문장에서 바로 부글거린다. 할런 코벤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서점에 잠깐 서서 그의 책 첫 문장을 읽고 나면 궁금해서 사게 만드는 '첫 문장의 기술'에 있을 것이다.

스콧 덩컨은 킬러의 맞은편에 앉았다. - <단 한번의 시선>
첫 번째 총알이 가슴에 박혔을 때, 나는 내 딸을 생각했다. - <마지막 기회>

(38쪽)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저도 스릴러를 좋아해요.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책을 펼치는 순간, 바로 내 인생의 문제는 잊고 주인공의 고난에 몰입하게 되거든요. 학점이 아무리 낮고, 연애가 아무리 안 돼도, 적어도 나는 킬러에게 쫓기는 건 아니니까요. 책장을 펼치는 순간, 바로 현세 탈출 가능하지요. 이다혜 작가의 여행기,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를 읽으며 작가의 유머 감각에 반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도 틈날 때마다 웃겨주십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상한 일을 겪는다. 괴도 루팡이나 <모방범>의 연쇄살인마를 만나는 일 말고,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간에 벌어지는 괴이한 일들 말이다. 며칠 연속 누군가 우편물을 뜯어 본 흔적이 있다거나(엄마가 범인), PC용 카카오톡을 할 때마다 등 뒤에서 누가 쳐다보는 기운이 느껴진다거나(상사가 범인), 집에서 알 수 없는 냄새가 난다거나(내가 범인) 하는 것부터 정말 오싹하게 느껴지는 일들까지. 일상의 소사에 눈길을 주고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일상 미스터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66쪽)

코지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있군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소재로 삼는데요. 그런 책 중 박연선 작가가 쓴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저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온다 리큐의 <나와 춤을>이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구미가 당깁니다. 다독가의 스릴러 예찬서를 읽다보니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이 더 늘어납니다. 이게 독서의 함정이지요.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 책은 더 늘어납니다. 이래서 활자중독은 불치병입니다. 저의 경우, 재미로 읽는 책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야 내가 즐겁거든요.

입문자용 스릴러 작가 몇 분 소개해드립니다. <빅 픽처>의 더글라스 케네디, <스노우맨>의 요 네스뵈, <7년의 밤>의 정유정, <블랙 에코>의 마이클 코넬리, <추적자>의 리 차일드 등입니다. 다들 다작하는 작가들이니 대표작이나 데뷔작을 읽고 재미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으시면 됩니다.

목차를 소개할게요.

스릴러란 무엇인가

나를 파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스릴러 입문

베이비, 세 권만 참고 읽어봐

-스릴러의 끓는점

꼬마가 귀신을 본다 한들

-반전 강박증과 스포일러 포비아

스릴 대신 따뜻함을 혹은 불쾌함을

-코지 미스터리와 이야미스

그때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

-여성이 쓰고 여성이 읽는 소설의 계보학

사건 뒤에 사람 있어요

-흉악범죄와 추리소설 애호가의 동거

픽션은 하고 논픽션은 하지 않는 것

-당신은 결국 논픽션을 읽게 되리라


<아무튼, 스릴러>, 스릴러 소설에 입덕하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올 한해가 또 속절없이 갑니다. 올해 목표가 스무권 읽기, 뭐 이런 것이었다면, 연말에 독서량을 급격하게 늘려줄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아무튼, 시리즈>를 읽는 겁니다. 

소소한 취향에 대해 고시랑고시랑 가볍게 수다를 떠는 책이고요. 100쪽 내외입니다. 작고, 얇고 가벼워 주머니에 쏙 들어갑니다. 벌써 스무 권 넘게 나온 시리즈인데요. 고르는 요령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제목을 보고 자신의 취향과 맞는 책을 찾으세요. 다음으로는 저자를 보고 믿음직한 저자를 찾으세요. 둘 중 하나만 맞으면 읽고요. <아무튼 스릴러>의 경우, 둘 다 맞았어요. 
이 시리즈는 어쩌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창구가 될지 몰라요. 저는 택시를 안탑니다. 그럼에도 <아무튼 택시>라는 책을 읽었어요. 서평가 금정연 작가의 글을 좋아하거든요.
<아무튼 택시>를 읽으며 내내 킬킬거리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또 터졌어요.

‘이 책의 인세 수익 대부분은 택시요금으로 쓰입니다.’

얼마 남지 앉은 2019년, 여러분의 1년 독서권수를 반칙으로 늘려줄 책들입니다.
아무튼 시리즈! 책을 읽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이 또 늘어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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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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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달자 2019.10.25 0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1 년 독서를 반칙으로 늘여주는 책이라뇨~~ ㅋㅋ
    듣던 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ㅎㅎ
    100쪽 내외 좋아요~~좋아. ㅋㅋ

    사실. 영화는 좀 무서워서 스릴러를 안좋아하는데요~
    스릴러 책은 또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항상 헤매고 있을때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시는 꼬꼬독!
    포에버입니다!

  2. 더치커피좋아! 2019.10.25 0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스릴러책이 정말 많군요..
    사람과 사회에 대해 재밌게 알아가는
    방법. 스릴러 책읽기!

    저는 어제까지 장호 작가님
    '저스티스'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인간의 욕망. 사회부조리.정의.를
    한편의 소설로 훑었습니다.

    오늘도 호기심 가득한 하루시작이네요.
    피디님~파이팅!

  3.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0.25 0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쫄깃쫄깃한 재미
    컵라면보다 빨리 끓게하는 몰입
    친절한 안내까지
    아무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의
    세계로 빠져볼까


  4. 보리랑 2019.10.25 0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간이 생기다 말아서 패스~~ 이 글을 읽는 중에도 간이 쪼그라 들라 하네요 ㅎㅎ 코지 미스터리보다 약한 것도 못봐요. 누나방 뒤지다 들킬것 같은 것도요. 하느님이 세상 공평하게 나눠주시느라 저에게는 작은 간뎅이를... ㅋㅋ

  5. 크리둥이 2019.10.25 0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튼 시리즈가 궁금해지네요~^ 글 읽고 도서관부터 훓어 봤어요~~ 아무튼 시리즈로 목표 독서량 채워야겠어요~^^ 꿀팁 감사합니다~^

  6. 섭섭이짱 2019.10.25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스릴러는 대개 첫 챕터가 채 지나지 않아 끓기 시작해
    컵라면이 익는 것보다 빠르게 책에 몰입하는 장르.. "

    와~~~ 비유가 라면라면 하네요 ^^

    제가 스.미.추 장르문학을 잘 안 읽는 이유....
    그 이유 뭔가 표현을 못했는데.. 바로 이거였네요..
    한번 빠지면 식음도 전폐하고
    몰입에서 헤어나기 힘든거 ㅋㅋㅋㅋ

    아....다음에는 미스테리나 추리소설...
    또는 판타지, SF, 무협 분야 책에 대해
    얘기 하는것도 잼날거 같아요.
    의미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독장님의
    추천책들은 항상 기대이상이라...
    아직 장르문학이 어려운 장린이를 위해
    재밌는 책들 마나마니 소개해주세요.

    다음 <꼬꼬독> 방송도 라이브인가요?
    자주 자주 라이브 방송 해주세요.
    라이브 넘 재밌었어요

    아무튼, 김민식... (제가 쓴다면 이 책으로 ㅋㅋㅋ)
    저의 최애 믿보유 (믿고 보는 유투버)
    다음주 화요일에 또 뵈유.
    꼬꼬독.. 꼬꼬독... 🐔🐔🐔🐔🐔

  7.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0.25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아침입니다!
    피디님 덕분에 좋은 작가를 또 알게 되네요. ^^

  8. namhoiryong 2019.10.25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친구가 영화 '악마를 보았다' 시사회 표가 생겨서
    저를 데려가 보여준 적이 있는데
    보고 나와서 얼마나 친구 원망을 했던지요ㅎㅎ
    새가슴이라 스릴러 제 취향은 아니지만
    한 번 용기 내 읽어보고도 싶습니다.
    현세를 잊게 하는 몰입감.
    저 그거 필요하거든요ㅎㅎ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9. 아리아리짱 2019.10.25 1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저도 쓰릴러는 패스입니다요~!
    대신 이미 추천하신 책들 부지런히 읽겄습니당^^

  10. SORA& 2019.10.25 1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십대인 저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작가들이네요 ^^ 한수산 박범신 이청준 등등 한국작가들에 이어 푹 빠졌던 시드니셀던 존그리샴 로빈쿡 등의 외쿡소설들~^^

  11. 나겸맘 리하 2019.10.25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0쪽내외의 반칙권수라는 말씀에 귀가 솔깃해지는 걸요.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삼는 '코지 미스터리'도 처음 알게 되었네요.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마찬가지로 흘러갈지 모르는
    무미건조한 순간들이 싫은데....그렇다면 '깜찍한 충격요법'으로
    미스터리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떨어져내리려는 심장만큼은 잘 붙들어야겠어요.
    저는 '아무튼' 도전. 한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2. 리키 2019.10.25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쉬운 문장으로 알기 쉽게 글이 쓰여져 재밌습니다. 매일 아침 피디님 글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3. 소금별비비 2019.10.26 0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는 독서법~~
    김민식 피디님께 배운 독서법이랍니다.
    혼자 꼬꼬독 거리며 웃어봅니다.
    이름 참말 잘 지으셨어요.
    오늘도 한가득 책 추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에 이 책들 도서관에서 찾는 재미로 보내겠습니다.^^

  14. 2019.10.26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5. vpfflzjs 2019.10.27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피디님 블로그 들어와 보기로 마음먹고 들어왔는데
    유튜브 라이브로 재밌게 보다가 놓친 부분 블로그로 챙기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