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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우리 모두 다크호스가 되자

by 김민식pd 2019. 10. 21.
페이스북에서 장강명 작가님의 독서일기를 꾸준히 찾아 읽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다독가인데다 선구안이 좋거든요.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의 《다크호스》를 읽었다. 강력한 올해의 책 후보. 우리 시대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해답, 적어도 해답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꿈, 진로, 자아실현, 이직, 퇴사를 고민하는 모든 분께 추천. 일독 권유지수 ★★★★(5점 만점)'

장강명 작가님은 보통 별 3개만 주십니다. 4개는 드물어요. 얼른 책을 찾아 읽었어요.

<다크호스>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지음 /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는 판에 박힌 성공의 틀에 연연해왔어요. 성공하려면 똑같은 시험을 보되 더 좋은 성적을 얻고, 똑같은 졸업장을 목표로 삼되 더 알아주는 학교에 들어가고, 똑같은 진로를 따르되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죠. 이런 '표준 공식'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잘 맞는 방법일 뿐,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초조함과 좌절감을 떠안깁니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소수를 선발하는 방식에서는 승자도 패자에요. 과로와 불안감에 시달리거든요.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는 이에 대해 '성공의 표준 공식을 깨는 비범한 승자들의 원칙' <다크호스>라는 책으로 해법을 제시합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면서 행복과 여유가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해요.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 두 저자들은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살았어요. 토드 로즈는 17세에 고등학교 중퇴하고 10대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철망 울타리를 팔고요. 오기는 네 곳의 대학에서 다섯번 중퇴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해 자동차 트렁크에 헌책을 싣고 다니며 파는 지경까지 갔답니다. 학교와 직장이라는 표준화된 기관들에서 적응하지 못한 패자로 산 거죠. 이들이 어렵게 일궈낸 성공은 게임의 규칙을 깨뜨린 결과입니다. 깨고 싶어 깬 게 아니에요. 표준 공식을 따르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번번이 실패하니까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낸 거죠.  

이들이 찾아낸 다크호스의 특징은 바로 '충족감'입니다. 기존의 성공 방식을 깨뜨린 새로운 대가들은 충족감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흔히 충족감은 우수한 경지에 이른 뒤에야 찾아오는 보상이라고 여기는데요, 우수한 경지에 이르고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다크호스 프로젝트에서 만난 대가들이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들이 우수성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충족감을 얻게 되었다는 점이 아니다.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우수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 
(왜 그럴까?) 답은 바로 개개인성이었다.
충족감을 주는 환경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관심사와 욕구, 희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크호스들은 어떤 일에서 우수해짐으로써 충족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일에 깊이 몰입하면서 충족감을 느꼈다.'

(위의 책 32쪽)

96년 MBC 입사 동기 중 임태우 PD가 있어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국문학 석사를 받고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데뷔한 사람이죠. 21세기에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기보다 드라마를 볼 것이라 생각해서 문학평론가에서 드라마 피디로 전업했대요. 저는 그 형이 부러웠어요. '아, 문학평론가라면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고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 문학평론가라는 직업은 제게 너무 먼 이야기였어요. 서울대 국문과를 나와 공모전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태우형을 보니, 공부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관운도 따라야 하는데, 이걸 다 20대 안에 끝냈더라고요. 

표준화 시대, 문학평론가가 되는 길은 20대에 승부가 납니다. 어느 대학에 가고, 어느 문예지로 데뷔하느냐로요. 이제는 개인화 시대에요. 자신의 글을 대중에게 보이는 다양한 경로가 있어요. 블로그와 유튜브의 시대에요. 길은 다양합니다. 책소개에 있어 문학평론가보다 북튜버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에요. 어려서부터 우수할 필요가 없어요. 스무 살 이후, 충족감을 추구한 결과, 우수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그게 바로 다크호스의 길입니다.

책에서는 다크호스형 사고방식 4가지가 소개됩니다. 
1. 미시적 동기 깨닫기
2. 선택 분간하기
3. 전략 알기
4. 목적지 무시하기

표준화 시대에는 거시적 목표만 중요시합니다. 좋은 대학, 좋은 성적, 좋은 직장, 좋은 성과. 다크호스는 그런 거시적 목표보다 자신만의 미시적 동기를 찾습니다. 제게는 독서가 그랬어요. "소설 읽는다고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주변의 이런 이야기는 상관 없어요.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지. 표준화 시대에 우리는 대학이나 직장의 선택을 받아야합니다. 개인화 시대에는 우리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MBC의 선택을 받아야 피디가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순간 유튜버가 될 수 있어요. 가장 좋은 전략은 나한테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전략입니다. 수학을 못하는 내가 공대에 들어간 건 좋은 전략이 아니지요. 공대에서 수학실력으로 경쟁하는 대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봅니다. 나만의 전략을 찾아갈 수 있어요. 끝으로 목적지 무시하기.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거 해서 뭐할래?' 이런 말을 듣고 흘려야 해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충족감을 주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겁니다. 책을 읽고, 블로그를 하고, 유튜브를 하는 게 재밌습니다. 인생이 즐거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요?

'당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아볼 방법은 딱 하나, 직접 해보는 것뿐이다.
장점을 알아보려면 성찰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177쪽)

옛날에는 행동이 힘들었어요. 책 리뷰를 쓰려고 해도 그 글을 실어주는 문예지가 없으면 꽝이잖아요? 이제는 그냥 블로그에 쓰면 되고 유튜브에 올리면 됩니다. 자신의 재능을 찾기가 쉬워졌어요.


'한 사회의 사회 계약을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은 그 사회가 가진 가치에 대한 관점과 기회 시스템이다. (...)
귀족주의 계약은 특별한 혈통만 가치를 가진다는 믿음을 근간으로 누구나 다, 모두가 성공할수는 없는 기회 시스템을 유도했다. (...)
표준화 계약에서는 특별한 개인들만 가치를 지닌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효율성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지만 모두가 다 성공할 수는 없는 기회 시스템을 유도했다. (...)
다크호스 계약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다양한 우수성을 펼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충족감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누구나 다, 모두가 다 성공할 수 있는 기회 시스템을 유도한다. 

(위의 책, 306쪽)

한국 사회, 교육 불평등은 왜 생겼을까요? 10대 시절의 공부에 모두가 올인한 탓입니다. 신분제 사회가 일제와 전쟁을 거치며 사라졌어요. 누구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그러나 표준화 시대, 어린 시절 공부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소수에게만 기회가 집중되었어요. 이제 우리에겐 새로운 계약이 필요합니다.  

100세 시대, 인생 후반전에 새로운 승부를 시작할 때입니다. 표준화 시대에는 10대에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스무 살 이후로 80년을 살아요. 그 80년을 어떻게 사느냐로 20년의 공부를 역전시킬 수가 있어요. 누구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이 50에 블로그를 통해 작가의 삶을 꿈꿀 수도 있고,
나이 70에 유튜브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어요.

100세 시대, 인생 후반전에서 다크호스로 비상하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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