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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판소리의 달인, 준이 오빠

by 김민식pd 2019. 10. 17.

얼마 전, 겨울서점 님이 쓰신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을 읽었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책으로 공부를 합니다. 겨울님은 책에서 북튜버가 되려면 유튜브를 많이 봐야한다고 하셨어요. 많은 북튜버들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 책 소개를 시작하는데, 정작 유튜브는 보지 않기에 유튜브 문법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요. 평생을 피디로 살면서 영상 문법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유튜브는 또 달라요. <꼬꼬독>의 경우, 최준용, 김유리 두 분의 피디님이 열심히 편집해주신 덕분에 묻어가는데요, 더 잘하려면 저도 유튜브를 열심히 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독특한 공연 영상을 보다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정말 감동이 폭풍처럼 몰려오더군요. 

 

최준 님을 알게 된 건 <준이오빠> (김금숙 만화 / 한겨레출판) 덕분입니다. 저는 김금숙 작가님의 책 <지슬> <꼬깽이>를 좋아합니다. <준이오빠>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만화입니다. 책 속에 나오는 준이 오빠, 최준은 생후 30개월이 되도록 말문이 트이지 않았대요. 그냥 조금 늦된 아이인줄 알았는데, 발달장애 진단을 받습니다.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매를 맞고, 물건을 빼앗기고, 학교에서도 쫓겨납니다. 엄마, 아빠, 여동생, 온 가족은 준이를 돌보느라 갖은 고생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준이 오빠의 삶에 음악이 찾아옵니다.

 

'특수교육 선생님은 준이 오빠가 스트레스로 간질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럼 준이도 수영을 시켜야 하나요?"

그때 한참 발달장애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이 방송에 많이 나왔다.

"아니요. 준이는 소리에 예민하니까 풍물을 시켜 보세요."

오빠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뭐든 두들겨 소리를 내서 귀에 갖다 대곤 했다. 우리는 모두 시끄럽다고 오빠에게 그만하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아무도 그게 재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장구는 일단 두들기는 거니까 오빠도 신나 했다. 특수교육 선생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오빠도 어김없이 다른 발달장애 아이들처럼 수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풍물을 배우러 갔는데, 마침 풍물 선생님이 판소리 전공자였대요. 그래서 준이에게 소리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일상에서 단어만 말하던 아이가 판소리를 배우면서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고, 청소년 판소리 대회에 나가 일반 아이들과 경쟁하여 최우수상을 받아요. 일요일 오후에는 인사동 거리에 나가 판소리 공연도 합니다. 

'거리 공연하는 동안엔 어느 누구도 오빠가 발달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빠가 장애인이 아닌 오롯이 소리꾼으로만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다 문득 유튜브에서 '최준 판소리'를 검색하니 피아노 병창 장면이 떴어요. 공연 중 씩 웃는 최준 님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아, 진심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구나.....' 책을 읽으며 엄마 아빠 동생이 고생하는 이야기를 본 다음이라, 공연 장면은 더 감동이었어요. 

김금숙 작가님은 2010년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혜화동 판소리 교습소에서 준이를 만났대요. 또래 다른 청년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데 늘 엄마나 아빠가 있었대요.

'준이를 몇 년 동안 지켜보았다. 소리 공부는 몹시 어렵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리는 잘 늘지 않는다. 그 어려운 공부를 해내고, 쉼 없이 창작하고 발표하는 모습이 놀랍고 감동이었다.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잘 알기에 그의 노력과 끈기가 눈물겹다. 물론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함께한 가족이 있다.

내가 준이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것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따스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준이와 그의 가족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을 존중하고 함께 어울리시길 독자님들께 바란다.'

(작가의 말 중에서)

오늘도 책 속에서 감동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 행복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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