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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이 정도 열정은 있어야 한다

by 김민식pd 2019. 10. 22.

제가 존경하는 스승님 중 임승수 작가님이 있습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쓰신 분이지요. 저는 선생님께 자본의 속성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제 글이 아직 부족한 건 제자가 미련한 탓이지, 스승님의 불찰은 아닙니다... ^^) <글쓰기 클리닉>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보며 글 공부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글쓰기 요령에 대해 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해요. <내 글로 타인을 감동시키는 비법>을 제 블로그에서 소개하기도 했지요. 

 

내 글로 타인을 감동시키는 비법 (임승수)

2012년 임승수 선생님이 진행하는 대학 강연에 갔어요. <청춘에게 딴 짓을 권한다>라는 강연을 듣고, 40대 중반의 중년의 마음이 설레어버렸답니다. 강연을 듣고, '죽어라 일만 하지 말고, 때로는 가슴을 설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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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선생님이 쓰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31쇄를 찍은 인문사회분야 베스트셀러입니다. 부부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쓴 적도 있고요.

 

 

지금 '자본론'을 읽는 이유

몇년 전에 올린 독후감을 다시 올립니다. 예전에 쓴 글이라 요즘 쓰는 문체와 많이 다르지만 그대로 올립니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쓰는 게 블로그라고 생각하니까요. ^^ (친한 형네 부부랑, 저랑 아내랑, 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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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영어로 출판하고 싶다는 글을 봤어요. 저는 속으로 '쉽지는 않을텐데...'했지요. 통번역대학원을 다니며 일할 때, 저는 주로 영한 번역(영어->한국어)을 했어요. 저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훨씬 쉽거든요. 소비자들에게 (청중이나 독자) 더 익숙한 언어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영문 SF 소설을 한글로 옮기는 일도 하지만, 국문 소설을 영어로 옮기는 건 어렵습니다.

한강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브라 스미스는 21세까지 오직 모국어인 영어만 할 줄 알았답니다. 영문학 전공자이니 영어 결과물을 유려하게 써낸 것이지요. 언어를 배우려면 반드시 어려서 조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반대합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공부를 왜 하는가, 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동기부여가 된 사람은 나이 스물이 넘어 어학 공부를 시작해도 충분히 그 일로 업을 만들 수 있어요.  

임승수 선생님의 페북을 보고 영어로 책을 번역하려면 쉽지 않을텐데, 했어요. 한국 번역 시장에서 영문책을 우리말로 바꾸는 이는 많아도, 반대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미국 시장에서 <자본론>을 읽을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영어판 출간에 관심을 가질 출판사가 얼마나 될까, 그것도 회의적이었어요. 하지만 임승수 선생님이 가지신 열정을 알기에, "응원합니다, 선생님!"하고 댓글을 달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 페북을 보다, 영문판 출간 소식을 봤어요. 

 

31쇄 찍은 베스트셀러, 미국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한국 마르크스 자본론 해설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출간 뒷이야기

www.ohmynews.com

스스로 번역자를 찾아 원고를 만들고, 미국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영문판을 내신 스승님, 존경합니다! 역시 어떤 일을 이루려면 이 정도 열정은 있어야 하는구나, 싶어요. 알라딘 외서로 주문해서 책을 받았습니다. 번역이 깔끔하고 좋고요. 한국어 책을 몇 번이나 읽은 터라, 영어판을 보니 독해가 쉽게 되는군요. 여러분, 이 기회에 책상에 영문판 <자본론> 한 권 갖다놓으세요. 이번이 기회입니다. 자본론을 영어로 읽고 나면 아마 외국에서 여행자를 만나 대화를 할 때 주제가 풍성해질 겁니다. 영어 공부와 고전 읽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

선생님의 글을 읽다 미국 편집자가 보낸 편지에 뭉클합니다.

As you know, the US is the bastion of anti-Marxism. We are publishing your book not because we believe in its great commercial success but because we believe it is a public service.
알다시피 미국은 반反마르크스주의의 보루입니다. 우리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기대하며 귀하의 책을 출간하는 게 아닙니다. 이 책을 출간하는 게 공공 서비스라고 믿기 때문에 출간합니다.

책을 만드는 것은 힘들고 수고스러운 일입니다. 대단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일도 아니고요. 어디에나 책의 공공성을 믿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이들 덕분에 인류의 지성은 조금씩 발전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저자의 책을 발굴해 출간한 미국 출판사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 한 권 씩 주문하면 어떨까요? 이런게 바로 진정한 사해동포주의 아니겠습니까? ^^

(아래는 알라딘의 외서 주문 좌표입니당.) 

 

Karl Marxs Das Kapital Explained (Paperback)

Karl Marxs Das Kapital Explained (Paperback)

www.aladin.co.kr

책상에 올려놓기만 해도 밀려오는 뿌듯함!

스승님! 제자로서 벅찬 가슴 가눌 길이 없습니다.

리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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