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서관 저자 특강을 갔더니, 어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피디님, 이근후 선생님의 책을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피디님하고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그 분 책 제목이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거든요."

찾아보니 4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고, 심지어 제가 꿈꾸는 삶이에요. 왜 나는 이 책을 읽지 못했을까? 뒤늦게 깨달았어요. 2013년 2월에 나온 책이더라고요. 2012년 연말 대선으로 멘붕을 겪고, 회사에서 정직 6개월을 포함한 징계 3종 셋트를 받던 시절이지요. 그 시절에 저는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감히 못했어요.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이근후 선생님은 어려서 4.19와 5.16 반대 시위를 하다 감옥 생활을 하고요. 훗날 정신과 전문의가 되어 50년 간 환자를 돌보며 사십니다. 30년 넘게 네팔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시고요. 35년간 모두 20여 종의 책을 쓰셨어요. 무엇보다 놀라운 건 2011년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셨다는 거죠. 이런 놀라운 삶을 꾸려온 분이 여든 다섯의 나이에 새 책을 내셨어요.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이근후 / 메이븐)

책을 펼치자 바로 빠져들었습니다. 아래 구절을 만났거든요.


'젊었을 때는 의지를 세워 열심히 노력하면 웬만한 일은 전부 이뤄 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 보니 알겠다.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원래부터 많지 않았고, 흐르는 시간을 당해 내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다. 고 신영복 선생은 말했다.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의 책 7쪽)


세바시 강연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에서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요. 드라마 연출이라는 강도 높은 즐거움을 빼앗긴 대신, 블로그 글쓰기라는 빈도가 잦은 즐거움을 누렸더니 삶이 행복해졌다고요. 삶에서 괴로움이 크면, 그만큼의 큰 즐거움으로 보상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자칫 술 담배 도박 등의 강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큰 괴로움이 오면, 소소한 즐거움을 꾸준히 반복하는 게 좋아요. 독서, 글쓰기, 여행이 좋지요. 


'5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가를 탐구했다. 내 경험으로만 보자면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둘 다 안 느낄 수는 없겠지만, 과도해서 좋을 게 없다. 아무리 후회한들 바꿀 수 없는 과거이고, 아무리 걱정한들 피해 갈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더 나쁜 점은 이 두 가지가 지금, 여기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의 기쁨들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

(위의 책 9쪽)


저를 '긍정의 화신'이라고 부르는 분이 있어요. (반 놀림이지요. ^^) 고교 시절에 겪은 외모 비하나 따돌림 때문에, 어려서 저는 분노와 컴플렉스가 심했어요. 아버지에게 늘 맞고 자랐기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컸어요. 맞고 자란 아이가, 폭력 남편이 된다는 이야기가 너무 무서웠거든요. 지나간 과거도 어쩔 수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현재로선 어쩔 수 없으니, 그냥 현재를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나이트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었어요. 둘 다 성격은 다르지만, 몰입감이 뛰어나 순간에 집중하는 활동이거든요. 춤을 추고, 책을 읽다보니, 후회나 불안 대신 순간의 즐거움이 찾아오더군요. 지금도 힘든 일이 닥치면, 즐거운 일을 찾아봅니다. 기왕이면 그 즐거운 일이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면 더 좋겠지요. 지금 내가 힘든 건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거잖아요? 책을 읽어 나를 성장시키거나 여행을 떠나 경험을 쌓으며, 희망합니다. 내일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기를.


책의 목차를 읽다 문득 나의 다짐으로 옮겨 적어봅니다.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마법의 주문처럼 아래 글을 소리높여 읽으려고요.


나이 들었다고 억울해하지 말자

소중한 사람들과 더 자주 연락하며 지내자

죽도록 일만 하지는 말자

멈춰야 할 때 멈추는 법도 알자

몸의 아픔은 품격 있게 표현하자

아버지 살아 계실 때 더 많은 대화를 나누자

자식에게는 좀 더 무심해도 괜찮다

지난 삶을 후회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어쨌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자

더 건강해지겠다는 욕심은 버리자

골치 아픈 집안 대소사는 전부 자식에게 넘기자

돈, 까짓것 없어도 괜찮다는 배짱을 키우자 


불행했던 어린 시절보다,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일을 하며 사는 요즘이 더 행복합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조금씩 더 나아진다고 생각해요. 영화 <칠곡 가시나들>도 그렇고,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도 그렇고,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보며, 나이 60이 넘어서도 즐겁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책의 세 줄 요약, 


나이 들면 건강이나 돈에 미련을 갖는 대신, 좋은 관계에 집중하자.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하루하루 재미나게 살면, 백살까지 유쾌하게 살 수 있다.


책 표지에 나오는 글이 오늘의 간단한 실천입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기를"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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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9.07.22 0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용

    좋은 관계.
    지금 이순간 즐기기..
    하루하루 재밌게 살기...

    이 모든걸 할 수 있는 이곳에
    오늘도 댓글 남기고 갑니다.

    피디님 백세까지 즐겁게
    독서, 여행. 글쓰기 맘껏 하셔요.

  2. 꿈트리숲 2019.07.22 0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근후 선생님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예전에 완전 재미있게 읽었었어요.
    그 책 읽고 제 삶을 너무 짧게 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재밌게 살 만한 요소들을 찾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이근후 선생님께서 불합리한 것을 가정에서부터
    없애 나가시는 모습보고 감탄 많이 했었어요.
    책과 삶을 일치시키시는 분이였거든요.
    그런 삶, 글과 삶을 동일하게 하는 삶
    저도 무척 따라하고 싶습니다.

    인생의 최 전성기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더 재미있게 살기, 더 유쾌하게 나이들기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되고 있어요.~~

  3. 아리아리짱 2019.07.22 07: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꺄~~~~악!

    저도 주말의 폭우를 뚫고 도서관에서

    <오늘은 내인생의 가장 젊은날입니다>

    이근후 선생님 책 빌려 왔습니다!

    꼭꼭 씹어서 읽어야겠어요.

    나이듦의 유쾌한 삶 기대됩니다. ^^

  4. 혜혜심심 2019.07.22 0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쾌하게'
    이 단어가 꽂히네요.
    유쾌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이근후작기님 책 읽고 싶네요. 예전 제목만 보고는 젊은 작가의 넘 가버운 책일꺼라 생각했네요.
    이런 선입견도 버려야겠네요.

    오늘은 선입견버리기, 유쾌하게 살기로~~

    항상 감사합니다 ~~

  5. 오달자 2019.07.22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회복된다."

    이근후 선생님 존함은 들어 봤는데 책을 아직 못 읽어 보았네요.~
    오늘부터 휴일인 저는 도서관으로 출근하렵니다~^^

    노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은
    " 관계" 라고 하시니.. .ㅎㅎ
    왠지 모를 제 노후의 삶에 희망이 보이는듯 합니다~^^

    오늘도 어김 없이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6. 굿포스트 2019.07.22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법의 주문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더 자주 연락하며 지내자는 말이 와닺습니다.
    나이들면 건강이나 돈에 미련을 갖는 대신 좋은 관계에 집중하자.

    당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톡으로 안부라도 전해야 겠습니다.
    지금 이순간이 가장 소중하니까요.
    늘 소중한 깨닫음 감사합니다.

  7. 보리랑 2019.07.22 1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멋진 할아버지 되실거 100% 확신합니다.먼 산티아고보다는 우리나라 둘렛길부터~^^ 책 많이 읽어도 소용없더라는 생각 버리고 동네 독서모임 가려구요. 피디님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이 제일 행복합니다. 성장하라는 싸인 명심하겠습니다. 이제껏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잘 살수 있다 아자아자~

  8. 옥이님 2019.07.22 2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여름휴가지에 이근후 선생님책을 들고 가야겠

    네요^^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

  9. vivaZzeany 2019.07.23 0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의 루틴인 글쓰기를 하려고,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제목을 쓰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거예요.
    아~ 이럴 땐 나의 뮤즈(?)를 불러오자!
    그래서~ 여기에 왔습니다. 글을 먼저 쓰고 오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렇게 뮤즈가 필요할 때는 먼저 옵니다!

    유쾌!
    제가 꽂힌 단어에요. 6개월 동안 다른 사람으로 살기의 제 모습은,
    "유쾌하고 자유로운 자기표현" 입니다.

    그래서 매일 매일 신나게(혹은 신나는 척~ ) 하는데,
    희한하게 항상 부정적이었던 생각, 말들이,
    자연스럽게 긍정의 말로 나오는 거예요!!
    마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요!

    혼자서는 하지 못해서, 저는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실천하고 있어요.
    PD님은 책속에서 또 주위에서, 스스로의 삶의 태도에서 스스로 찾아서 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멋지고, 아무튼~

    그리고, 그 얻은 것을 이렇게 나누어 주시다니!
    멋쟁이~ 센스쟁이~ 재치쟁이~ (드라마 대사입니다.)
    뮤즈로부터 영감을 받아 글 쓰러 갑니다~ ^_^

  10. 샘이깊은물 2019.07.23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정말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알게 모르게 지금을 잠식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의식적으로 떨쳐내고 지금 이 순간을 살겠습니다!

  11. 주디 2019.07.27 0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 교육 글 읽다가 이근후 선생님 쓰신 내용이 너무 와닿아 요기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사람 스트레스 받을 때 늘 되뇌는 말이 (그 사람에게) 시간을 최소한으로 쓰자입니다. 만날 땐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주고 할까 말까 머리에 남으면 해주고 안볼 땐 원망이든 뭐든 생각을 싹 지워버리는거요. 이근후 선생님과 생각이 같다니 기쁘네요^^

  12. 플릇사랑 2019.07.30 1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읽었어요. 하루하루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3. 마리 2019.08.09 2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근후선생님 이분까지.. 읽어야할게 왜케 많은지.. 이건 분명 좋은신호인거죠? 저는 읽고싶은책이 없었거든요ㅡㅡ영적도서에 치여서ㅡㅡㅎㅎ무튼 피디님 감솨감솨~~^^

  14. 아프리카바이올렛 2019.08.12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이 멱살 잡는 요즘, 유튜브 화면에
    제일 먼저 눈에 띈 PD님의 이야기에 끌려서
    꼬꼬독 구독하고 책 사고
    블로그 까지 왔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남의 시선보다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게
    중요하다 가슴에 새기면서
    오늘 제 카카오뮤직에 모든 음악이 다
    좋다는 댓글에 저도 부족한 글솜씨로
    댓글을 쓰니 뮤친을 얻고 음악선물을 받았어요
    와우~~
    PD님 블로그 글을 읽고 댓글다는 것, 멜과 카톡 메세지부터 나의 글쓰기는 시작해요
    그리고 책 소개 영상도 좋았어요
    커피 한 잔 줄이고 꺼져가는 생명에 관심가져달라는 국경없는 의사회에 후원신청서
    오늘 썼어요
    자원봉사자 분께서 제 이름 옆에 하트를
    그리시고 손 잡아요 하면서 세 가지 약속을
    건강할 것,자유로와 질 것,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시네요
    세 가지 약속을 꼭 지키며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다니면 건강도 챙기고 후원금 유지도
    꾸준히 할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제 삶의 변화가 생겼어요
    여행은 새로운 시각을 갖는거라 하셨는데
    낼부터 직장으로 여행할 생각입니다
    괴로울 때는 음악듣고 댓글달고
    유튜브 듣고 걷다보니
    괴로웠던 고민들을 하루종일 잊고말았네요
    공짜로 받은게 너무 많아서
    책도 다 사보구
    갚지 못하는 건 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갚을께요
    감사합니다

    사랑이 떠났다가 아니라
    마치 PD님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제목이 드라마가 끝나도 깊은 여운이
    남았어요
    이 이야기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영어 잭 한 권 다 외워봤니를 쓰게 된
    동기 중 하나 남미 여행에서
    여행자 중 하나가 자유여행하는 힘이
    영어가 되니까 하실 때
    지금 해도 되는데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는데
    제가 영어보다 인생에서 지금해도
    안 늦었다는 깨달음을 들었답니다
    유쾌한 PD님
    좋은 사람이 글 쓰는게 아니라
    글쓰면서 좋은 사람이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굳게 믿으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