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꼬꼬독>에서 <공부머리 독서법>을 소개했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를 원한다면, 사교육 대신 독서 습관을 길러주시라고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지도를 할 때 명심해야 할 7가지가 있어요.

1. 재미있는 독서가 좋은 독서다.

2. 독서시간을 정해 매일 읽는다. 

3. 지식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4.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간다.

5.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늦게 접할수록 좋다.

6. 학습만화는 금물이다.

7. 천천히, 많이 생각하며 읽을수록 똑똑해진다.

(<공부머리 독서법> 121쪽)

지식도서와 학습만화를 권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식도서는 과학 동화나 논술 동화 같은 책인데요. 부모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용도이지, 아이에게 책읽는 즐거움을 주는 건 약하다는군요. 학습만화도 독서습관을 길러주는데 큰 도움은 안 된다고요. 가장 좋은 건 이야기책이라네요. '플란다스의 개' '장발장' '소공녀'같은 이야기 책이요. 저도 이 대목을 읽다 찔끔했어요. 우리집에도 비슷한 종류의 책이 많거든요. 지식도서와 학습만화...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 책구루)을 보면, '어느날 갑자기 성적이 오른다'라는 글이 있어요. 아이의 성적이 오르는 이유는 3가지라고 합니다. 

1. 언어능력이 좋다.

2. 목표의식이 있다.

3. 달라진 몸가짐.

저는 어려서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유일한 탈출구는 책이었어요.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삶이 괴로울 때 도서관에 가서 소설을 읽으며 허구속의 세상으로 달아났지요. 그렇게 책을 즐겨읽다 언어능력을 키웠고요. 아버지가 가라고 하신 의대는 적성에 맞지않아 전혀 공부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의대 말고 공대를 가도 된다고 하셨고, 알아보니 공대에는 산업공학과라는 전공이 있더군요. 공업경영학과라고 하여, 경영학이나 경제학도 배우는 과래요. 이과 중 문과 쪽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에 산업공학과에 가고 싶다고 학습 목표를 세웠어요. 그러니 공부하는 자세가 바뀌었어요. 의대라는 가짜 목표(아버지가 설정한) 대신 산업공학이라는 진짜 목표(내가 설정한)가 생겼으니 공부를 열심히 할 수 밖에요. 마지막으로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어요. 고교 시절 내내 성적이 안 나올 때마다 저는 아버지를 원망했어요. 수학도 못하는 나를 왜 굳이 이과를 보내서 이 고생을 시킬까. 고 3 때, 모의고사를 보고 정신이 번뜩 들었어요. 이 성적이면 서울로 대학가기는 힘들겠구나. 그럼 나는 영영 아버지의 곁에서 달아날 수 없겠구나. 평생 아버지만 원망하고 살겠구나. 그것은 내 인생을 아버지에게 바치는 일이에요. 정신적 독립을 위해서는, 학교 성적의 결과를 오롯이 내 탓이라고 믿어야 했어요. 마음을 고쳐먹으니 성적이 오르더군요. 물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무리 운이 좋아도, 22등 하던 애가 어느날 2등으로 오르지는 않아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언어능력입니다.

저는 어려서 이야기책을 많이 읽고, 야한 장면을 찾아 소설을 탐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어 점수가 좋았어요. '이야기책과 수능 점수의 상관관계'라는 글에서 정승필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흔히 영어, 수학이 내신 성적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전체를 놓고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상위권 이상 아이들로 국한시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중상위권 아이들은 대부분 영어, 수학 성적이 높습니다. 90점은 기본입니다. 상위권과 중위권의 성적을 판가름하는 과목은 영어, 수학이 아니라 '국어'입니다.

국어는 참 희한한 과목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점수가 확 오르지도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확 내려가지도 않습니다. (...)

국어는 기본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과목이 아닙니다.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알면 되는 다른 과목들과 달리 국어는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책 79쪽)

 

가끔 사교육 문제로 아내와 부딪힐 때가 있는데요. 제가 그러지요. "공부는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야. 나를 봐. 아버지가 그렇게 패도 성적은 안 오르다가, 마음 먹고 하니까 되잖아?" 물론 그냥 된 건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책을 읽으며 언어 능력을 키워둔 덕분이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가 그래요. "그건 1980년대 얘기고, 지금은 대학 입시며 모든 게 다 달라. 어려서부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저는 지난 10여 년간 온갖 측정 도구를 들고 교육이라는 강 한복판에 서있었습니다. 무엇이 아이들의 성적을 좌우하고, 무엇이 효과적인 교육 방법인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수많은 아이들, 온갖 지표들, 여러 연구 자료들을 통해 저는 두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 교과서 난이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요즘 공부와 옛날 공부는 다른 점이 없습니다. 요즘 공부는 옛날에 어려웠던 딱 그만큼 어렵습니다. 영어, 수락, 국어, 역사, 사회, 과학 다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요즘 공부가 옛날과 다르다는 것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의 소산일 뿐입니다. 달라진 점은 대부분의 아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교육의 힘을 빌려 공부한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 공부할 힘이 턱없이 약하다는 것뿐입니다.

둘째, 아이의 성적은 결국 아이의 공부머리, 즉 아이의 언어능력에 맞춰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제아무리 많은 교과 지식을 습득해도, 제아무리 많은 선행학습을 해도 언어능력이 낮은 아이는 결국 성적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교과 지식이 부족하고 기초가 약해도 언어능력이 높은 아이는 결국 성적이 오릅니다. (...)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시나요? 입시에 성공하기를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책을 우선순위에 두세요. 영어학원 때문에 책을 빼앗지 말고, 수학 문제 때문에 독서를 미루지 마세요.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면 독서를 제일 앞자리에 두세요. 책을 읽을 여유와 환경을 만들어주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세요.'

(335쪽)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그 답을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찾아보세요. 

2019/07/0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내가 독서법을 읽는 날이 오다니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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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9.07.23 0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니 국어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이 시험도 잘 봤던거 같네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독서 습관을 기르는데 부모님의 지도가
    중요해 보이는데..
    이런 독서 지도를 받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은 어떻게 독서습관을 배워야할까요.
    공교육에서 이런걸 지원해주는지 궁금해지네요.

    학습 수준 차이 = 독서습관 차이 = 부모 지원 차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데...
    교육 예산이 이런 독서 교육에 제대로 쓰여서
    차별받지 않은 교육을 받았으면 하네요.

  2. 굿포스트 2019.07.23 0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리석은 부모는 후회를 합니다.
    맞벌이 부부로 자식을 키우면서
    독서지도보다 학원 사교육을 더 선호했던 그 시절을 후회합니다.

    지금은 애들에게 독서습관이 없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만일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사교육보다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어제글 "유쾌하게 나이드는법"
    과거를 후회하지마라했는데 ㅋㅋㅋ. 자식은 언제나 부모를 후회하게 합니다.

  3. 꿈트리숲 2019.07.23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요즘 보는 수능이 예전의 학력고사 보다
    훨씬 어려운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워낙 어릴때부터 선행을 하고 사교육 뺑뺑이를
    돌다 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그런 편견이
    있었나봐요.

    어려워도 정공법으로 뚫어야지 하는 마음에
    제 아이에게는 사교육을 일절 접근금지
    했더니 나날이 행복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본인 입으로도 행복하다 하고 보는 부모 입장에서도
    그 행복이 확실히 느껴지거든요.

    지금 공부가 딱 옛날만큼 그 만큼 어렵다면
    두려워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겐 쉽진 않아도 그
    달콤한 열매를 허락하는 것 같아요.^^

  4. 2019.07.23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아리아리짱 2019.07.23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독서의 힘 나날이 강력하게 느낍니다. ^^

  6. 샘이깊은물 2019.07.23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섭섭이짱님, 맞아요. 공교육이 해야지요.
    사서교사 배치나 학교도서관 지원은 계속 늘어나야겠지만, 일단 학급에서 교사가 꾸준히 책을 읽어주거나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주면 확실히 달라요. 독후활동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할 수 있게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이요. 모든 아이들이 책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7. 수제다이 2019.07.23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성적은 결국 아이의 공부머리, 즉 아이의 언어능력에 맞춰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언어 능력이 학업의 기본이라는 데 동의 하지만, "공부머리 = 언어능력" 은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합니다.

    입시제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수학, 과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재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재능이 부족해 고등학교 수학에서 좌절을 겪는 아이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문과 학생들에게 수학2는 가혹하다는 데 합의가 되었다면, 코딩이나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독서가 어렵다는 것도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8. 보리랑 2019.07.23 15: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경청 공감 리액션 보면 의사가 되어도 잘 하셨을거예요. 심장마비 환자가 응급실 도착해 의사 얼굴만 봐도 살 확률이 높다잖아요. 피디님처럼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이라면 위약을 줘도 나을거예요

  9. 방팔복 2019.07.23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투브 동영상 보고 오늘 도서관와서 종일 작가님 책과 블로그 검색하며 11시간을 머물다 퇴실전에 글 남깁니다. 이 땅에 또 한명의 작가님 팬이 탄생 했네요. 축하드립니다. 팬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손에 물집이 닳도록 블로그 방문 할께요. 늘 응원 하겠습니다!

  10. 재우니 2019.07.23 2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11. 오케이고고씽 2019.08.07 1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nput과 ouput식 공부의 조화를 생각하게 되는군요^^
    독서광pd님 덕분에 책 읽기에 더 왕성한 호기심이 생겨서 행복합니다~~~~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