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아직 끝나지 않았어

by 김민식pd 2019. 7. 15.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책으로 공부합니다. 요즘 저의 관심사 중 하나는 유튜브입니다. <유튜브의 신> <유튜브 컬처>를 읽으며 공부하다, 요즘 가장 핫한 유튜버의 제작기를 책으로 만났습니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김유라 / 위즈덤하우스)

박막례 할머니는 농부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여자라고 글도 못 배우고 집안일을 혼자 하는 일꾼으로 살았어요. 스무살에 결혼했지만, 살림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남편 때문에 혼자 세 아이를 키우고요. 과일장사, 엿장사, 꽃장사, 파출부, 식당 일 등을 전전하며 열심히 살지만, 두 번이나 사기를 당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식당을 열고 40년간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하며 자식들과 손주를 키우지만, 어느날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아요. 할머니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손녀딸 유라는 속이 상합니다. '우리 할머니, 평생 고생만 하다 이렇게 가실 수는 없어!' 인터넷을 뒤져 온갖 치매 예방법을 찾아봅니다.

''치매는 의미의 병입니다.'
내 존재가 더 이상 큰 의미 없다고 판단할 때 뇌세포도 서서히 감소하게 되고, 그렇게 기억력을 잃어가는 병.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들 때 우울과 시련이 나를 잠식하면서 뇌세포가 하나둘 손상되는 마음의 병.

(위의 책 62쪽)

할머니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당신 삶의 의미를 찾아드리기 위해 손주인 유라씨는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남산강학원의 고미숙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으면 삶의 의미는 사라진다고요. 그래서 매일 공부를 하라고 하십니다. 오늘은 어제 몰랐던 걸 새로 배우고, 내일은 오늘 모르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매일 공부하는 삶은 그렇게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공부, 평생 안 하다 갑자기 하려고 하면 잘 안됩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건 여행입니다. 공부 못지않게 매일 매일 새로운 걸 배웁니다. 처음 보는 풍경, 처음 먹는 음식, 처음 듣는 말을 듣습니다. 감각의 확장을 느낄 수 있지요.
  
유라씨는 회사에 휴가를 신청합니다. 할머니 치매 예방을 위해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더니 회사에서 휴가를 내어줄 수 없다고 하더래요. 눈물로 호소하지만, 안 통합니다. 결국 김유라씨는 사표를 내고 나와요. 세상에, 이런 손녀가 다 있네요. 

회사를 나와 할머니와 호주 여행을 다녀오고요. 그 영상을 가족들의 단톡방에 올리자 반응이 뜨거워요. 영상을 혼자 보기 아까워 여행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100만이 넘어갑니다. 이제 유라씨는 할머니를 주연으로 한 유튜브 영상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합니다. 그 유튜브가 대박이 나면서 '코리안 그랜마'라는 이름으로 구글 컨퍼런스에 초대까지 받는 세계적 스타가 됩니다.  

'할머니가 유튜버 데뷔를 단번에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나에게 직업을 줄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그랬다. 할머니 나이가 일흔한 살, 곧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인데 새로운 직업인 크리에이터, 유튜버란 이름으로 새 삶을 살 수 있다면 할머니에게 주고 싶었던, 박막례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할머니 생각만 한 건 아니다. 나에게도 너무 재미있는 일이었다. 방송연예과에서 연기를 공부했던 나는 일찍이 연예인이 될 깜냥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빠르게 인정하고 친구들 옆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독학으로 영상 공모전에 나가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뭔가 재미있는 걸 만들어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좋았다.'

(위의 책 104쪽)
 
영상을 만드는 김유라씨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학교에서 영상제작을 해본 경험이 있었구나! 삶의 전환이 이렇게 유연한 사람이 좋아요. 연예인의 삶을 꿈꾸며 방송연예과에 갔는데, 어느 순간 깨달은 거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네? 대신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을 찍어줍니다. '반드시 이 길이 아니면 안 돼.'라며 살기보다 유연하게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요. 영상 제작의 경험은 훗날 유튜브 천재 PD라는 별명을 얻게 해주지요. 
 
10년전부터 공중파 PD 지망생을 만나면, 블로그, 팟캐스트, 유튜브를 권했어요. 굳이 신문사나 방송사에 입사하지 않고도, 자신의 글을 쓰고,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요. 어린 친구들에게 하던 충고를 어느 날, 나 자신에게 적용했어요. 회사에서 일을 시키거나 말거나, 블로그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해보자고요. 

책의 3줄 요약~
인생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 할머니, 유튜브 스타로 인생 역전하다.
할머니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려한 손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평생 직업을 얻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책을 읽고, '아, 이건 꼭 한번 실천에 옮기고 싶다'라고 느낀 점... 
'나도 향수를 뿌려야겠다.'

생애 최초로 크루즈 여행을 떠난 박막례 할머니, 매일 밤 배 안에서 벌어지는 파티를 찾아다니고 서양 할아버지들과 춤을 춥니다. 

'할머니가 말하길, 할아부지들은 다 홀애비 냄새가 나는 사람들인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배에서 만난 할아부지들한테서는 향수 냄새가 났다고. 그 충격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사실 할머니가 남자의 향기에 처음 눈뜬 건 호주에 갔을 때였다.
어떤 할아부지와 사진을 찍었는데 향수 냄새가 확 나더라는 거다. 
'저 사람은 나이 든 사람인데도 저렇게 좋은 향기가 나는구나!'
그 후로 한동안 그 생각이 나고 그 향이 너무나 오래갔다고 한다.'

(149쪽)
 
여행하는 삶은 하루하루가 다 감각의 확장입니다. 저도 할아버지가 되면 향수를 뿌리고, 춤을 춰야겠어요. 

이번 한 주도,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시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