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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갑자기 성적이 오르는 3가지 이유

by 김민식pd 2019. 7. 23.

지난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꼬꼬독>에서 <공부머리 독서법>을 소개했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를 원한다면, 사교육 대신 독서 습관을 길러주시라고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지도를 할 때 명심해야 할 7가지가 있어요.

1. 재미있는 독서가 좋은 독서다.

2. 독서시간을 정해 매일 읽는다. 

3. 지식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4.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간다.

5.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늦게 접할수록 좋다.

6. 학습만화는 금물이다.

7. 천천히, 많이 생각하며 읽을수록 똑똑해진다.

(<공부머리 독서법> 121쪽)

지식도서와 학습만화를 권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식도서는 과학 동화나 논술 동화 같은 책인데요. 부모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용도이지, 아이에게 책읽는 즐거움을 주는 건 약하다는군요. 학습만화도 독서습관을 길러주는데 큰 도움은 안 된다고요. 가장 좋은 건 이야기책이라네요. '플란다스의 개' '장발장' '소공녀'같은 이야기 책이요. 저도 이 대목을 읽다 찔끔했어요. 우리집에도 비슷한 종류의 책이 많거든요. 지식도서와 학습만화...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 책구루)을 보면, '어느날 갑자기 성적이 오른다'라는 글이 있어요. 아이의 성적이 오르는 이유는 3가지라고 합니다. 

1. 언어능력이 좋다.

2. 목표의식이 있다.

3. 달라진 몸가짐.

저는 어려서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유일한 탈출구는 책이었어요.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삶이 괴로울 때 도서관에 가서 소설을 읽으며 허구속의 세상으로 달아났지요. 그렇게 책을 즐겨읽다 언어능력을 키웠고요. 아버지가 가라고 하신 의대는 적성에 맞지않아 전혀 공부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의대 말고 공대를 가도 된다고 하셨고, 알아보니 공대에는 산업공학과라는 전공이 있더군요. 공업경영학과라고 하여, 경영학이나 경제학도 배우는 과래요. 이과 중 문과 쪽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에 산업공학과에 가고 싶다고 학습 목표를 세웠어요. 그러니 공부하는 자세가 바뀌었어요. 의대라는 가짜 목표(아버지가 설정한) 대신 산업공학이라는 진짜 목표(내가 설정한)가 생겼으니 공부를 열심히 할 수 밖에요. 마지막으로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어요. 고교 시절 내내 성적이 안 나올 때마다 저는 아버지를 원망했어요. 수학도 못하는 나를 왜 굳이 이과를 보내서 이 고생을 시킬까. 고 3 때, 모의고사를 보고 정신이 번뜩 들었어요. 이 성적이면 서울로 대학가기는 힘들겠구나. 그럼 나는 영영 아버지의 곁에서 달아날 수 없겠구나. 평생 아버지만 원망하고 살겠구나. 그것은 내 인생을 아버지에게 바치는 일이에요. 정신적 독립을 위해서는, 학교 성적의 결과를 오롯이 내 탓이라고 믿어야 했어요. 마음을 고쳐먹으니 성적이 오르더군요. 물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무리 운이 좋아도, 22등 하던 애가 어느날 2등으로 오르지는 않아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언어능력입니다.

저는 어려서 이야기책을 많이 읽고, 야한 장면을 찾아 소설을 탐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어 점수가 좋았어요. '이야기책과 수능 점수의 상관관계'라는 글에서 정승필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흔히 영어, 수학이 내신 성적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전체를 놓고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상위권 이상 아이들로 국한시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중상위권 아이들은 대부분 영어, 수학 성적이 높습니다. 90점은 기본입니다. 상위권과 중위권의 성적을 판가름하는 과목은 영어, 수학이 아니라 '국어'입니다.

국어는 참 희한한 과목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점수가 확 오르지도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확 내려가지도 않습니다. (...)

국어는 기본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과목이 아닙니다.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알면 되는 다른 과목들과 달리 국어는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책 79쪽)

 

가끔 사교육 문제로 아내와 부딪힐 때가 있는데요. 제가 그러지요. "공부는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야. 나를 봐. 아버지가 그렇게 패도 성적은 안 오르다가, 마음 먹고 하니까 되잖아?" 물론 그냥 된 건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책을 읽으며 언어 능력을 키워둔 덕분이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가 그래요. "그건 1980년대 얘기고, 지금은 대학 입시며 모든 게 다 달라. 어려서부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저는 지난 10여 년간 온갖 측정 도구를 들고 교육이라는 강 한복판에 서있었습니다. 무엇이 아이들의 성적을 좌우하고, 무엇이 효과적인 교육 방법인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수많은 아이들, 온갖 지표들, 여러 연구 자료들을 통해 저는 두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 교과서 난이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요즘 공부와 옛날 공부는 다른 점이 없습니다. 요즘 공부는 옛날에 어려웠던 딱 그만큼 어렵습니다. 영어, 수락, 국어, 역사, 사회, 과학 다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요즘 공부가 옛날과 다르다는 것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의 소산일 뿐입니다. 달라진 점은 대부분의 아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교육의 힘을 빌려 공부한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 공부할 힘이 턱없이 약하다는 것뿐입니다.

둘째, 아이의 성적은 결국 아이의 공부머리, 즉 아이의 언어능력에 맞춰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제아무리 많은 교과 지식을 습득해도, 제아무리 많은 선행학습을 해도 언어능력이 낮은 아이는 결국 성적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교과 지식이 부족하고 기초가 약해도 언어능력이 높은 아이는 결국 성적이 오릅니다. (...)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시나요? 입시에 성공하기를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책을 우선순위에 두세요. 영어학원 때문에 책을 빼앗지 말고, 수학 문제 때문에 독서를 미루지 마세요.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면 독서를 제일 앞자리에 두세요. 책을 읽을 여유와 환경을 만들어주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세요.'

(335쪽)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그 답을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찾아보세요. 

2019/07/0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내가 독서법을 읽는 날이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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