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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아이와 통하는 엄마의 말 사용법

by 김민식pd 2019. 7. 5.

아버지는 학교 교사셨는데요. 선생님은 언어라는 권력을 독점한 사람입니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저마다 한마디씩 할 때, 선생님이 "조용!"하시면 순식간에 조용해집니다. 그래도 떠드는 사람은 나와서 벌을 서거나, 매를 맞지요. 아버지가 교편을 잡던 1970년대에는 그랬어요. 학교에서 말이라는 권력을 독점한 아버지는 집에서도 똑같이 했어요. "너는 의대를 가야한다." "아버지, 제 적성이 아닌데요?" "적성 따지지 마라." 

저는 아버지를 보고 학교 선생님은 권위적으로 변하기 쉽기에 아이에게 상처주기 쉽다고 느꼈는데요. <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 (정경미 / 다연)를 보고 느꼈어요. 함부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저자는, 좋은 선생님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고, 좋은 엄마는 좋은 상담가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블로그에 육아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자 블로그 이웃이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들의 성장을 꿈꾸는 독서 모임인데 부모교육 특강을 해주실 수 있나요?"

엄마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믿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강의가 끝난 후, 육아만으로도 벅찬데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꾸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된다며 내 생각을 물어왔다.

"아이와 설거지, 빨래, 청소를 함께하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우리 애는 네 살인데 설거지는커녕 주방에만 들어오면 물 튀기면서 장난을 쳐요. 어휴 설거지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걸요."

"아이가 물장난하면 왜 안 되죠?"

"주방에 난리가 나요."

"그러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정작 설거지는 안 하고 딴짓하는 거잖아요."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봐요. 뭐가 문제인지. 아이가 설거지를 안 하려고 하는 건지, 물장난을 하면 치우는 게 힘들어서 못 하게 하는 건지."

"아, 그 생각은 못 했어요."

“엄마가 화가 나는 이유는 이런 거예요. 아이가 물장난 후 뒤처리를 내가 해야 하니 짜증이 나는 거죠. 분명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내가 치우려니 안 그래도 힘든데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거죠. 아이가 설거지하는 대신 물장난을 한다는 것은 물을 만지며 감각 놀이를 하고 있는 거예요. 더 어렸을 때 했어야 충분히 자신의 욕구가 만족되었을 텐데 아직 충족되지 않아 다섯 살인 지금도 그런 행동을 하는 거예요. 이건 안 되는 게 아니라 해소할 수 있게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이죠. 대신 주방에서 하면 뒤처리가 힘드니까 샤워하면서 욕실에서 하게 하면 가능할까요?”

“가능할 거 같아요.”

“원래 엄마의 의도는 설거지였어요. 그런데 설거지를 하려다 보니 아이의 욕구를 알게 된 거죠.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어떤 일을 할 때 만약 막히면 저는 가능한 방법들을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안 될 이유가 없잖아요. 아이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닌데 왜 안 되겠어요. 생각해보면 엄마가 안 된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일은 엄마가 귀찮아서일 때가 많아요.”

“오늘은 그럼 샤워하면서 마음껏 놀아보라고 기회를 줘야겠네요.”

“제가 이렇게 말했지만 그래도 엄마 마음속에 주방에서 아이가 물을 튀기며 난리 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면 때가 되길 기다리는 것이 좋아요. 대신 욕실에서 물을 가지고 노는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욕구를 채워줘야 해요.”

“아이가 그래도 주방에서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죠?”

“그땐 어떻게 말했어요?”

“‘아니야. 안 돼! 하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부정적인 말이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들어갔네요.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져요. 금지된 것은 더 하고 싶은 게 본능이죠. 안 된다는 말 대신 ‘손으로 물을 만지고 놀 수는 있어. 대신 욕실에서만 할 수 있단다’라고 말해보세요. 경계를 세우면 엄마와 아이 사이 중간 타협점이 생기게 되고 행복해져요.”

“제 기준에서만 생각했네요. 훈육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안 되는 게 아니었네요.”

“그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설거지는 그럼 어떻게 하죠?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엄마의 기준이 넓어지면 당장에도 할 수 있어요. 사실 설거지를 아이에게 해보라고 시킬 때 엄마는 팔짱 끼고 감시자가 될 때가 많아요. 시킨다는 마음 자체가 잘못된 거죠. 제가 처음에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키라’가 아니라 ‘함께해보라’고 말했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발판 위에 올라가서 서 있으라 하고 엄마는 즐겁게 설거지를 하면 돼요. 그럼 얼마 안 있어 아이가 해보고 싶다고 말할 거예요. 그럼 수세미 하나를 더 꺼내 컵 하나라도 씻어보게 하세요. 이때 깨지는 건 안 된다며 구분하면 안 돼요. 그 순간 아이는 재미를 잃게 돼요. 깨지면 어때요. 깨지는 순간 아이는 더 많은 걸 배우게 될 거예요.”

(128쪽)

책을 읽으면서 연신 감탄했어요. 이토록 현명한 엄마라니, 이토록 현명한 선생님이라니! "기준 : 넓고 넓은 울타리 치기"라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를 좁은 금지의 구역 속으로 몰아넣지 말고 긍정의 언어로 가능성을 넓혀가라고 하시는데요. 책장을 넘기며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저는 대학에 들어와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부터 벗어나고자 심리학 책도 찾아 읽었는데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삶에 간섭이 심합니다. 아버지가 그랬어요.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지만, 언론사에 입사하지 못했고, 미국 유학을 꿈꿨지만 실패했어요. 아들을 의사 만드는 걸로 삶을 보상 받으려고 하셨지요. 어느 순간, 아버지가 가엽더라고요. 자식에게 기대가 큰 사람은, 삶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겨준 셈이거든요. 불행해질 수 밖에 없어요.

내 인생도 걱정이 되더군요. 아버지의 전철을 밟게 될까봐. 어려서부터 작가가 꿈인 내가, 아버지의 강권으로 공대를 나와 엔지니어가 된다면, 언젠가 아이에게 이러지 않을까. "책을 많이 읽어서 작가가 되어라. 아빠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뤄다오." 그래서 결심했어요. 영어를 공부하자. 작가는 못 되더라도, 소설 번역가는 되겠지. 자식의 삶에 간섭하는 부모보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부모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완벽한 육아란 없다. 완벽한 엄마도 없다. 그래서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으려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진짜 마음으로 공감하지 못한다면 억지로 하지 않았다. 껍데기뿐인 공감은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했고, 내 마음을 힘들게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내 마음이 다치지 않게, 내 마음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았다. 아이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마음으로 공감이 되지 않을 때, 나의 최종병기 출동! 그냥 안아주었다. 때론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스킨십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위의 책 170쪽)

아이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그냥 안아준다... 우리 아버지는 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그냥 매를 드셨는데...... (ㅠㅠ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아버지 흉을 많이 보게 되네요. 이 책을 보면서 자꾸 제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그래요.)

'부탁은 누구든, 언제나 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거절을 전제하지 않은 부탁은 무늬만 부탁일 뿐 강요이고 폭력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수저 좀 놓아줄래?”라고 말했을 때 “저 공룡 만들기 해야 해요”라고 답했다고 하자. 만약 “알았어. 다 하고 도와줄 수 있을 때 이야기해줘”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건 부탁이다.
그런데 “엄마가 밥 먹을 땐 자기 수저는 스스로 놓아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라고 말한다면 이건 부탁이 아닌 강요다. 엄마의 공격에 머리가 큰 아이는 “엄마도 저번에 안 했잖아요”로 답하고, “어린 것이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답이야!”로 이어지면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아이와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하다. 규칙을 정할 땐 이유를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규칙을 습관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10분 전, 최소 1분 전이라도 아이에게 안내해주는 말하기 습관이 내가 지치지 않고 육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위의 책, 193쪽)

부모와 아이간의 대화에서 권력을 가진 건 어른인 부모입니다. 그래서 자칫 부모의 말은 폭력이 될 수 있어요. 책을 읽고 저의 일상을 돌아보고 아이와 나누는 저의 말버릇을 점검하고 있어요. 귀한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을 만났어요. 이런 선생님을 만나게 해준 섭섭이님께 감사드립니다. 2년 전 <매일 아침 써봤니?>를 쓴 나 자신에게도 감사를... 쿨럭. 

(네, 나 자신을 향한 칭찬도 잊지 않습니다. 열심히 사는 나 자신에게 감사하는 하루~^^)

주말에 아이와 서점 나들이를 간다면, 이 책을 한번 찾아보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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