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누이>라는 옛날이야기를 아시나요? 아들만 있던 어느 부자가 딸을 갖고 싶은 마음에 여우가 출몰하는 산에 치성을 드려 드디어 딸을 얻습니다.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딸이 자라면서 부잣집 가축들이 죽어나갑니다. 아들더러 외양간을 감시하라고 시키는데요. 귀여운 여동생이 소의 간을 빼내먹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알고 보니 누이가 구미호였던 거지요. 본대로 고했다가 아버지에게 노여움을 사고 집에서 쫓겨납니다. 고향을 떠나 살던 아들이 고향집에 돌아가려고 합니다. 짐을 꾸리는 아들에게 아내가 하얀 색, 파란 색, 빨간 색의 주머니 세 개를 줍니다. 위기가 닥치면 던지라고요. 고향에 돌아가니 제일 잘나가던 부잣집인 아버지집이 몰락한지 오래고 고향사람들은 하나둘씩 비명횡사하여 마을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집에 가보니 누이만이 남아있어요.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여동생의 말에 아들은 몰래 달아납니다. 누이는 여우로 변해 뒤쫓아 오지요. 구미호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아들이 아내가 준 주머니를 차례로 던집니다. 하얀 주머니를 던지자 가시덩굴이 여우의 길을 막고, 파란 주머니를 던지자 강물이 범람해 여우를 막습니다. 그럼에도 여우가 끝까지 쫓아오자 아들은 마지막 빨간 주머니를 던지고 구미호는 불 속에 타 죽습니다.
어려서부터 저는 저 세 개의 요술주머니가 무척 탐이 났어요. 힘들 때, 던지기만하면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요술주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이 되고 깨달았지요. 요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본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을 보면 연금술에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그냥 얻을 수는 없어요. 인생에서 능력을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제가 평생을 통해 힘들게 만든 세 개의 요술주머니가 있어요. 그 첫째는 영어라는 특기입니다. 스무 살에 영어책 한 권을 외웠고요. 10년간 꾸준히 공부한 끝에 외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게 되었어요. 이후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하든 영어 때문에 꿀릴 일은 없어요. 몇 년 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 PD로서의 경력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저의 첫 번째 요술 주머니를 던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두 번째 요술주머니는 글쓰기입니다. 7년간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쓰며 1인 창작자로 살아가는 연습을 했어요. 언젠가 퇴직하면 집필과 강연을 다니며 삶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싶고요. 그 바탕은 글쓰기입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매일 아침 써봤니?>입니다. 두 권의 책을 내고 나니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영어책도 외우고, 글쓰기도 하라고 권하니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도 있거든요. 저는 그런 위기가 닥치면 마지막 세 번째 요술주머니를 던집니다. 그게 바로 여행이에요.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어요. 슬럼프는 언제 오느냐,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와요. 열심히 하는데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환경이 악화되어 개인의 노력으로는 개선되지 않는 경우와, 잘못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우죠. 이럴 땐 훌쩍 떠나봐야 합니다. 환경의 변화는 그 속에 있는 사람은 느끼기 힘들어요. 상황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멀리서 지켜봐야 보입니다. 일의 방식이 잘못된 것 역시 좀 떨어져서 봐야 보입니다. 저는 일을 하다 안 풀리면 늘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다니며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힘을 얻어 돌아옵니다. 


제게는 영어, 글쓰기, 여행이라는 3개의 요술주머니가 있는데요. 그 중 최강은 빨간 주머니, 여행의 마법입니다. 영어공부나 글쓰기처럼 결심이 필요하고 꾸준한 실천이 필요한 일이 아니에요. 가슴 한편에 여행의 꿈을 지니고 살다 어려움에 닥치면 훌쩍 떠나면 되거든요. 실연이건, 퇴직이건, 취업의 고배건, 지금 있는 그곳에서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이 생길 때, 어디든 떠납니다. 정 갈 곳이 없으면, 동네 뒷산이라도 갑니다. 광장시장에 가고 청계천을 걷고 남산에 오릅니다.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우울해져요.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를 고민하다 절망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요. 사람을 만나 하소연한다고 답이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나의 고통에 100퍼센트 공감해주는 타인은 없거든요. 괜히 남들이랑 비교되어 더 좌절합니다. 이럴 때 익숙한 장소와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훌쩍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아요. 힘든 상황으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 다시 보면 답이 보일 수도 있어요. 안 보이면 어때요? 적어도 그 핑계로 여행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텐데 말이죠. 

인생,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는 더 즐겨야합니다.

인생을 즐기는 최강의 마법, 빨간 요술 주머니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배웠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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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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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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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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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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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섭섭이짱 2019.05.28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세개의 요술 주머니..,, 정말 부러운 주머니를 가지셨어요.
    근데, 이거 좀 수정이 필요한거 같아요.
    피디님은 요술주머니 10개이상 가지고 계신거라 생각되거든요.
    다음 책에서도 다른 요술주머니들 계속 보여주셔용^^

    저도 나만의 요술주머니들 만들어 가볼께요.
    고고고~~~~

    #내모든습관은여행에서만들어졌다
    #김민식작가와의만남
    #06.13(목) 저녁07:30 홍대팟빵홀
    #대형인터넷서점들에서온라인신청

    #김민식작가 전국강연일정
    #06.01(토) 10:00 (전주 송천도서관)
    #06.12(수) 19:00 (안산 중앙도서관)

  3. summerlover 2019.05.28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모든 습관은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서 만들어졌다.

    네~ 정말 사실입니다 ^^
    피디님 블로그를 만나고 함께한 제 20~30대 사이에 저는 영어라는 습관을 만들어 지금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구요, 여행이라는 습관을 만들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배우고 경험하는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되었으며 이제는 글쓰기라는, 전문 작가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일에 조금씩 도전해 보려 합니다 ^^

    또 이중에 최고는 단연 여행이지요 ㅎㅎ
    영어가 가능해 지면서 혼자 하는 여행이 더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고 이 소중한 여행의 경험을 망각하고 썩히는것은 죄인지라 이제 글로 써보려 합니다.

    인생은 즐기는것이다!
    제 모든 좋은 습관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의 기본이 되는 생각입니다. 이 모든걸 피디님 블로그를 통해서 배웠구요 ^^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추천 또 추천! 그리고
    김민식 pd님의 공짜로 즐기는 세상 forever!❤️

  4. 솔나비 2019.05.28 0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인생을 위한 3개의 요술 주머니가 되었네요. 저도 갖고 싶네요. 아직 가진 것이 없어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씩씩하게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해 걸어 나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파이팅!!!

  5. 타키온99 2019.05.28 07: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 PD님 책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를 보고 애독자가 된 팬입니다. 매일 매일 아침출근길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6. 정현옥 2019.05.28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의 글은 연관성과 일관성이 있어 너무 좋습니다.
    동화속 3개의 요술주머니와 현실의 등가교환의 법칙에서
    3개의 요술주머니 영어, 글쓰기, 여행
    최강 마법은 여행!
    역시 구렁이 담넘어가는 글솜씨에 늘 감탄합니다.

  7. 꿈트리숲 2019.05.28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모습여행!!"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를
    줄여서 줄임말도 만들어보고요.
    인터넷 서점에 독자리뷰라는 것도 생전
    처음 적어봤어요.^^
    내가 응원하는 작가가 더 많은 책을 낼 수
    있게 하려면 난 뭘 해야할까 생각해보니
    바로 실천할 방법이 떠오르더라구요.ㅋㅋ

    작가님의 필살기 중 하나인 빨간 주머니가
    제대로 요술 부릴 수 있도록 음지에서 더
    활발히 활동할 것을 다짐합니다.ㅎㅎㅎ
    덕분에 저의 요술주머니 세개도 열심히
    바느질 중입니다.~~

  8. 민둘레 2019.05.28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작가님의 요술 주머니들^^

  9. 참이슬공주 2019.05.28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내용은 정말 최고네요..
    나만의 요술주머니는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시고,
    김피디님의 비법도 공개해 주시고,,

    긍정의 힘이 무한하게 느껴지는 글 읽고
    다시금 홧팅해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10. 혜린 2019.05.28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나 시선을 끄는 책소개 글이네요! 저도 저만의 요술주머니를 갈고 닦아야겠어요!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되겠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훠얼씬 나은 인생이 되리라 믿습니다!

  11. 봄처녀 2019.05.28 1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최강의 주머니가 여행인거죠~~ 그 주머니는 저도 가질수 있을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늘 너무 피곤해서 직장에서 집으로 가기 바쁜데 정말 남산이라도 광장시장이라도 가야겠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피디님!!!

  12. 2019.05.28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전지희 2019.05.28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많이 읽으신티가 팍팍 납니다
    비유가 멋집니다
    윌요일에 주문한책 받아서 출퇴근하연서
    다 읽었어요!
    선생님의 의지력과 실천력이 부럽습니다
    강한멘탈 존경합니다

  14. 콩여사 2019.05.28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빠져들었어요...
    오늘 말씀 그리고 오늘의 글..

    원래 아침에 출근길에 읽으며
    마음을 새롭게 하는데
    피곤해서 잠시 꿀잠을 자느라
    저녁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피디님 글을 읽었습니다.
    하루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피디님의 오랜시간 땀과 노력
    그리고 정신력에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응원의 글..
    그리고 실행을 통해 비로소
    나만의 실천의 글..
    귀감이 되는 어른으로 이렇게
    뵙게되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15. 김주이 2019.05.29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아하는 일들을 꾸준히 즐기며 타인에게 공유하고 나누는 삶을 사시는 PD님!
    정말 멋지세요.

  16. 오달자 2019.05.29 0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처럼 저도 요술 주머니 만들기에 돌입한 지 어언 100 일을 향해 갑니다!
    그나마 빨간 요술 주머니는 20 대부터 만들기 시작한터라 다른 주머니들보다는 만들기가 좀 쉬운데요~
    다른 주머니는 부지런히 엮어 나가는 중입니다~~^^
    저도 7 년간 블로그 쓰면 책 한 권 낼 수 있을까요~ ㅎㅎ

    하루 하루 요술 주머니 만들어 가려면 부지런해야겠어요^^

  17. 꿈단지 2019.05.29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이야기에 빠져 들어서 글 읽었습니다. ㅎㅎㅎ
    매일 글 올리고 계시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요즘 힘든데 어디를 훌쩍 떠나 볼까요?

  18. 둑이 2019.05.29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위의 글 잘 읽었습니다. 물론, PD님의 빨간주머니인 여행 책도 지난 주말에 이미 잘 읽었고요. 생각해보니 PD님의 세가지 주머니는 제가 갖고 싶어하는 주머니였네요. 특히 책에서 자주 말씀하셨던 걷는 일은 제게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독서는 너무 좋아하는데 아직 글은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아주 조금 하는 수준입니다. 영어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영어책 한권부터 외우기로 다짐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19. 헤니짱 2019.05.29 0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피디님~ 정말 완벽한 비유였습니다~요술주머니 3개라...아~~ 아직 저는 한개도 없는듯한데~ 오늘부터 당장 만들어야겠습니다~ 저는 3번재 주머니부터 ㅎㅎ 오늘하루두 행복하세요^^

  20. 새횡설Q 2019.05.29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저는요. 전 직장에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버려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휴가를 내고 2박 3일로 광주 금남로에 다녀왔어요. 5.18 격전지를 둘러보면서 계엄군에게 욕풀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편안한 호텔을 잡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요. 그러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내린 결론은 퇴사였습니다. 만약 여행 가지 않았더라면 제 운명이 달랐을까요?

  21. 신다찡 2019.05.30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봅니다. 요술주머니 3개라니! 옛날이야기를 활용한 찰진 신작 소개에 감탄하고 갑니다~^^ 든든한 요술주머니 만들러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