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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3개의 요술 주머니

by 김민식pd 2019. 5. 28.

<여우 누이>라는 옛날이야기를 아시나요? 아들만 있던 어느 부자가 딸을 갖고 싶은 마음에 여우가 출몰하는 산에 치성을 드려 드디어 딸을 얻습니다.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딸이 자라면서 부잣집 가축들이 죽어나갑니다. 아들더러 외양간을 감시하라고 시키는데요. 귀여운 여동생이 소의 간을 빼내먹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알고 보니 누이가 구미호였던 거지요. 본대로 고했다가 아버지에게 노여움을 사고 집에서 쫓겨납니다. 고향을 떠나 살던 아들이 고향집에 돌아가려고 합니다. 짐을 꾸리는 아들에게 아내가 하얀 색, 파란 색, 빨간 색의 주머니 세 개를 줍니다. 위기가 닥치면 던지라고요. 고향에 돌아가니 제일 잘나가던 부잣집인 아버지집이 몰락한지 오래고 고향사람들은 하나둘씩 비명횡사하여 마을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집에 가보니 누이만이 남아있어요.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여동생의 말에 아들은 몰래 달아납니다. 누이는 여우로 변해 뒤쫓아 오지요. 구미호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아들이 아내가 준 주머니를 차례로 던집니다. 하얀 주머니를 던지자 가시덩굴이 여우의 길을 막고, 파란 주머니를 던지자 강물이 범람해 여우를 막습니다. 그럼에도 여우가 끝까지 쫓아오자 아들은 마지막 빨간 주머니를 던지고 구미호는 불 속에 타 죽습니다.
어려서부터 저는 저 세 개의 요술주머니가 무척 탐이 났어요. 힘들 때, 던지기만하면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요술주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이 되고 깨달았지요. 요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본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을 보면 연금술에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그냥 얻을 수는 없어요. 인생에서 능력을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제가 평생을 통해 힘들게 만든 세 개의 요술주머니가 있어요. 그 첫째는 영어라는 특기입니다. 스무 살에 영어책 한 권을 외웠고요. 10년간 꾸준히 공부한 끝에 외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게 되었어요. 이후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하든 영어 때문에 꿀릴 일은 없어요. 몇 년 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 PD로서의 경력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저의 첫 번째 요술 주머니를 던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두 번째 요술주머니는 글쓰기입니다. 7년간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쓰며 1인 창작자로 살아가는 연습을 했어요. 언젠가 퇴직하면 집필과 강연을 다니며 삶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싶고요. 그 바탕은 글쓰기입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매일 아침 써봤니?>입니다. 두 권의 책을 내고 나니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영어책도 외우고, 글쓰기도 하라고 권하니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도 있거든요. 저는 그런 위기가 닥치면 마지막 세 번째 요술주머니를 던집니다. 그게 바로 여행이에요.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어요. 슬럼프는 언제 오느냐,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와요. 열심히 하는데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환경이 악화되어 개인의 노력으로는 개선되지 않는 경우와, 잘못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우죠. 이럴 땐 훌쩍 떠나봐야 합니다. 환경의 변화는 그 속에 있는 사람은 느끼기 힘들어요. 상황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멀리서 지켜봐야 보입니다. 일의 방식이 잘못된 것 역시 좀 떨어져서 봐야 보입니다. 저는 일을 하다 안 풀리면 늘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다니며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힘을 얻어 돌아옵니다. 


제게는 영어, 글쓰기, 여행이라는 3개의 요술주머니가 있는데요. 그 중 최강은 빨간 주머니, 여행의 마법입니다. 영어공부나 글쓰기처럼 결심이 필요하고 꾸준한 실천이 필요한 일이 아니에요. 가슴 한편에 여행의 꿈을 지니고 살다 어려움에 닥치면 훌쩍 떠나면 되거든요. 실연이건, 퇴직이건, 취업의 고배건, 지금 있는 그곳에서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이 생길 때, 어디든 떠납니다. 정 갈 곳이 없으면, 동네 뒷산이라도 갑니다. 광장시장에 가고 청계천을 걷고 남산에 오릅니다.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우울해져요.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를 고민하다 절망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요. 사람을 만나 하소연한다고 답이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나의 고통에 100퍼센트 공감해주는 타인은 없거든요. 괜히 남들이랑 비교되어 더 좌절합니다. 이럴 때 익숙한 장소와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훌쩍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아요. 힘든 상황으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 다시 보면 답이 보일 수도 있어요. 안 보이면 어때요? 적어도 그 핑계로 여행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텐데 말이죠. 

인생,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는 더 즐겨야합니다.

인생을 즐기는 최강의 마법, 빨간 요술 주머니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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