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교보문고에서 독자와의 점심 이벤트를 했어요. 오신 분 중에 책을 쓰고 있다는 분이 있어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작가를 만나는 자리에 자꾸 가셔야 합니다. 작가가 책을 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봐야 해요. 그러면 꿈이 선명하게 그려지거든요. 제가 그랬어요. 저자 강연을 쫓아다녔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펼칠 때마다 저자 소개를 유심히 읽었어요. '언젠가 내가 책을 낸다면 나는 어떤 소개글을 쓸까?' 상상만 해도 설레고 기분이 좋아요. 저자 강연을 들을 땐 '10년 후, 책을 내고 저 자리에 선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봅니다. 그럼 강연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지고 실천력이 커집니다.
그 독자분은 이런 질문도 하셨어요.
"저도 작가님처럼 저자 강연을 다니고 싶은데요. 잘 할 자신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강연을 잘 하게 될까요?"
"잘하기 전에 중요한 건,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강연하는 것 좋아합니다, 불러주세요' 하고 다녔어요. 여기서 포인트는, ‘잘해요’가 아니라, ‘좋아해요’라는 겁니다. 잘하고 못 하고는 내가 평가하는 게 아니에요. 듣는 사람의 몫이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거예요."
그분이 낸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어요.
<하루 1시간 독서습관> (황준연 / 미다스북스)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2009년 즈음 나는 늘 자살을 생각했다. 부모의 이혼, 재혼, 새어머니, 불의의 사고로 인한 친부의 사망, 극적으로 만난 생모까지... 하지만 그때도 새아버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아슬아슬한 관계도 끝이 났다. 나는 결국 자취를 택하게 된다. 너무 많은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고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느 날 가정실태조사를 했는데 나의 모든 상황을 표시하고 기록했더니 아무도 믿지 않고 오히려 혼났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정상이 아니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의 도서관 강연은 간증 비슷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죽을 것같이 괴로웠던 스무살의 내가, 책을 만나 희망을 찾고 인생을 바꾼 경험을 말하지요. 황준연 작가님도 마찬가지에요. 힘든 시절, 독서를 통해 인생을 바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하루에 1시간만 책을 읽어도 인생이 바뀐다고 말합니다. 맞아요, 결국 삶을 바꾸는 건 작은 습관입니다.
한 나그네가 바닷가에 갔다가 어린 소년이 해변에 떠밀려온 불가사리를 집어 다시 바다로 던져넣는 걸 봅니다.
'"왜 불가사리를 바다에 던지는 거지?"
"해도 떴고 이제 썰물도 지나서 불가사리가 죽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 얘야, 바닷가는 끝없이 펼쳐져 있고 불가사리도 끝없이 있을 텐데, 그 사실을 모르는 거니? 해봤자 달라질 거 하나 없단다!"
이번에도 소년은 몸을 굽혀 불가사리를 또 하나 집어 들어서 바다로 던졌다. 불가사리가 물에 닿자 소년이 입을 열었다.
"적어도 이 불가사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위의 책, 72쪽)
이것이 책을 쓰는 이유입니다. 책을 쓴다고 하면, 주위에서 그러죠. '요즘 누가 책을 읽냐.' '책을 읽는다고 사람의 인생이 바뀌겠냐?' '바쁜 요즘 세상에 영어책을 외울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등등. 근데요, 책을 쓰면, 적어도 책을 쓴 그 사람의 인생은 바뀝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에 빠져있던 저는 책을 쓰고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으니까요. 책을 쓴다고 세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바뀝니다. 그걸 간절히 믿으며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황준연 작가는 하루 1시간 독서 습관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재미난 책을 읽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재미있다. 재미는 모든 일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끝까지 해낼 수 있다. 베스트셀러여서, 혹은 많은 사람이 추천해서 샀는데 아무런 감동과 재미가 없는 책을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책의 내용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책과 지금의 내가 맞지 않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 책을 잠시 옆에 두고 진짜 읽고 싶은 책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위의 책, 201쪽)
책은 좋고 나쁘고가 없어요. 지금 내게 더 끌리는 책이 있고 덜 끌리는 책이 있는 거지요. 하루 1시간, 책 읽는 시간을 내는 게 부담스러운가요?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저자는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 책을 읽는 건 물론이요, 학습지 채점 같은 단순반복 작업을 할 때는 e-book을 듣는답니다.
'예전에 토익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강사님께 다음과 같은 꿀팁을 얻었다.
"원래 배속으로 들으면 강의가 지겹게 느껴지고 집중도 잘 안 되지만, 2배속으로 하면 강의만 듣게 되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book도 마찬가지다. 나는 2.8배속으로 듣는데 의외로 들을 만하다.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기 힘든 순간에도 e-book을 켜고 듣기를 누른다. 그럼 자연스레 잠에서 깨어난다.'
(위의 책, 243쪽)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며 인생을 바꾸어가는 작가의 모습이 멋집니다. 새로운 작가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언젠가 황준연 작가님이 '보라 런치'를 하시면 그땐 제가 신청할 생각입니다.
독자와 작가의 만남이 순환하는 관계, 이 또한 멋진 인연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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