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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SF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by 김민식pd 2019. 4. 18.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우주의 자원이 한정적이기에 인류의 증가를 지탱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명체의 절반을 줄이는 걸로 세상을 구하려 하지요. 인류 최대의 위기, 타노스의 등장에 맞서 <어벤져스>를 이끄는 사람은 둘입니다.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과학의 힘을 신봉합니다. 외계인의 침공도 과학의 발전을 통해 막을 수 있다고 믿어요.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법의 힘을 믿는 마법사입니다. 두 사람의 논쟁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학과 신앙,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와 게임의 시나리오는 SF의 세계관을 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치 SF가 종말론적 세계관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SF가 인류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어요. 저도 그렇게 믿는 사람이고요. 우리의 상상력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 믿습니다. 상상력이 가장 발달한 장르가 바로 SF고요.

<SF는 인류종말에 반대합니다> (김보영, 박상준 지음 / 이지용 감수 / 지상의책)

헐리우드가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그 뿌리는 SF입니다. SF를 즐긴다면, 블록버스터 영화나 게임도 더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에 SF가 끼친 예로 데즈카 오사무의 1952년작 <우주소년 아톰>을 들기도 합니다.

'<우주소년 아톰>은 일본 만화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에요. 이 '아톰' 덕에 일본인은 세계적으로도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로봇과 어울려 사는 미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명해요. 일본의 로봇은 '아톰'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져요. 실용적인 도구를 만들려는 서구의 로봇 산업과 달리 '사랑받기 위한' 친구나 반려동물에 가까운 로봇을 만드는 데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지요.'

 
(위의 책, 57쪽)


인공지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박성환 작가의 2004년작 <레디메이드 보살>은 인간이 평생을 수련해도 얻기 힘든 깨달음을 로봇이 일순간에 얻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로봇이야말로 부처라는 생각은 요새 불교계에서도 나오고 있어요. <레디메이드 보살>이 예시로 쓰인 법회가 최근에 있었지요? 어떤 스님이 이런 설법을 하신 적이 있어요. "차량 내비게이션을 보세요. 내비게이션은 늘 운전자에게 정확한 길을 지시하지만 운전자는 말을 듣지 않죠. 하지만 아무리 운전자가 말을 듣지 않아도 화내지 않고, 지치지 않고 인내하며 계속 안내해요. 이것이 부처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위의 책 75쪽)

앞으로는 좀더 공손하게 내비게이션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서는 저에게 "아빠, 재미난 얘기 좀 해줘."하고 조르곤 했는데요. 요즘은 "시리야, 웃긴 이야기 하나 해줘."하고 휴대폰에 말해요. 아빠보다 휴대폰이 더 좋은 놀이친구가 된 거죠. 분발해야겠어요.  

'SF는 진보적인 문학이라고 해요. 지금과 다른 세계를 상상하니까요. SF는 우리가 미래에는 지금과 다른 세상에서 살 것을 늘 생각하고, 그런 사고 실험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까지도 상상해요. 과거는 지나갔고 현재는 이 순간에 사라져 버리지만, 미래는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

(위의 책 245쪽)


저는 SF를 좋아합니다. 한때는 SF 소설을 번역하기도 했어요. SF를 즐긴 덕에, 제 인생은 훨씬 더 즐거워졌다고 생각해요. SF를 즐기는 사람은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거든요. 사람을 닮은 로봇도, 외계에서 온 UFO도, 미래에서 온 타임머신도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은 덕분에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21세기에 태어난 민지와 민서가 살아갈 세상은 제게는 SF같은 멋진 신세계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은 미래를 살아갈 신세대를 위한 SF 입문서고요. SF라는 코드를 이해하고 싶은 기성세대에게는 재미난 길잡이에요. 

'엉뚱한 질문'으로 세상을 바꾸는 SF 이야기,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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