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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저자 소개글을 쓰려면

by 김민식pd 2019. 4. 7.
주말 외부 강사 초빙 시간에는 지난번에 소개한 이권우 선생님이 쓰신 추천사를 한 편 올립니다. 본격 과학서평집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에 들어간 저자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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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책 출판사는 사람을 잘못 골랐다. 요새 ‘털보관장’으로 널리 사랑받는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을 소개하는 글을 나보고 쓰라 했으니 말이다. 내가 누구인가? 이정모가 멀리 독일에서 공부는 안 하고 이런저런 알바로 연명하던 사실을 아는 사람이고, 학위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잠입’해 서럽게 무명생활을 보내던 시절을 지켜본 사람이다. 더욱이 한때는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며,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유머와 박식함만으로 학생들을 홀리던 교수 시절도 함께했다. 세상에, 한 사람의 흑역사를 아는 사람 보고 소갯글을 쓰라니, 이것은 마치 여당인데도 청문회에 장관후보자의 저격수로 내보내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나는 제대로 말해야겠다. 지금은 신문과 텔레비전을 종횡무진 누비며 성가를 올리는 이정모가 얼마나 ‘찌질’했는지를. 그러니 이 글을 다 읽으면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그가 쓴 글을 절대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터다. 오호,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학연과 지연으로 얽히고설켜 서로 띄워주는 더러운 관행에서 벗어나니 말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이정모는 정말 아는 체를 많이 한다. 지저분하게 쥐똥으로 생화학인가 뭔가를 연구했다는 인간이 모르는 게 없다. 과학이야 전공이니 할 말이 없지만, 사회와 정치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면 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혼자 떠든다. 말하기 하면 나도 남한테 지지 않는데, 이 관장과 떠들다 보면 들을 만한 이야기가 많아 입을 닫고 만다. 가끔 불리해지면 독일 사례를 들먹인다. 안 가보고 안 산 동네 이야기에 왈가왈부할 수 없는 법. 이 살아있는 백과사전의 입을 누가 언제 다물게 할지 모르겠다.

이정모는 지나치게 현실주의자다. 더 많은 공부를 말하고 더 많은 민주화를 얘기하려 들면 그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떠든다. 이 나이에 이 정도 아는 것도 신통하지 지금 꼭 다 알아야 하느냐고 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흥미를 자극할지만 고민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그가 인기에 영합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동네 국회의원을 누나라 부른다. 예전 대통령 선거 때 애쓰던 힘이 남아 또 선거운동을 한 덕이다. 못마땅하다. 깨어있는 시민은 더 큰 진보를 위해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데 늘 의리가 우선이다. 거기에다 그는 이중적이다. 예수와 다윈을 동시에 존경한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가?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자면서도, 인간의 오늘은 선택과 적응의 결과라 하니, 어느 한쪽을 택해야 마땅한 법 아닌가?

자고로 글은 진지하고 진정해야 한다. 그리고 오롯이 자신의 사유라는 우물에서 길어 올린 맑은 그 무엇을 써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의 글은 웃긴다. 읽는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만 한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남이 한 말, 남이 번역한 글을 마구 긁어모아 새로운 지식인 양 포장해 내놓는다. 나는 그의 글을 보면 늘 코웃음이 난다. 새로운 게 없군. 이렇게 해놓고 자신은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커뮤니케이터’라 변명하겠지. SNS를 보면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이 늘 수백 명을 훌쩍 넘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한마디 한다. 우리나라 독자 수준이 문제라고.

서평은 도서평론가가 써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밥 먹을 짬이 없을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책을 꼼꼼하게 읽고 유려한 문체로 서평을 써낸다. 이런 걸 일러 남의 밥벌이 영역을 침범했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각자 고유의 분야가 있으며 그것만 잘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서평마저 잘 쓰면 그건 안 되는 거다. 사람이라면 일부러 못 쓸 줄 알아야 한다. 아직 인성의 진화가 덜 되었나 싶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정도 저자 소개면 이제 누구도 이 책을 읽지 않을 터, 나는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 책이 망하면 나에게 글을 부탁한 출판사의 실수일 뿐이다. 그래도 비난만 할 수 없으니 몇 가지 적어놓자. 독일에서 알바 열심히 뛴 것은 무일푼으로 유학 갔기 때문이다. 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장모님이 쓰러져서 간호하기 위해서다. 강연도 자주 하고 글도 많이 써 세상에 늘 노출되는 것은,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자리 마련하는 사업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나는 그래서 늘 이정모를 무시한다. 역시 나는 공정한 사람이다.”

_이정모의 오랜 벗, 도서평론가 이권우 쓰다.
 
 
책 내용이 궁금한 분은 아래에서.

교보 https://goo.gl/k4Zj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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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글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군요. 글을 읽으며, 역시 배운 분은 달라! 하고 감탄했어요. 이권우 선생님의 필력도 놀랍고, 두 분의 우정도 참 대단하네요. 인연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듯, 책읽기도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다음번에는 이정모 관장님의 새 책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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