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2016-7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선생님이 작년 말에 내신 책이 있어요. <배우면 나와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권우 / 샘터) 서문을 보면 선생님이 배움의 길을 걷게 된 사연이 나옵니다.
그러니, 나는 공부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잘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성장과 변신을 겪었기에 그러하다는 말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공부에서는 변변치 못했으나, 책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공부에서는 성취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도서평론가라는 직함을 달고 오랫동안 나부댔던 힘도 이때 비로소 얻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게 있습니다. 공부는 한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한다는 점을 깨우쳤다는 겁니다.'
(서문에서)
저는 어려서 국문과에 가서 책을 실컷 읽는 게 꿈이었어요.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요. 대학 가서 결심했어요. 내 진짜 전공이 문학이라 생각하고 살아보자. 공대 전공은 포기하고, 문과생처럼 살았어요. 영어 공부 할 때는, 영문학 복수전공하는 기분으로 했어요.
출판사와 책을 내기로 계약했을 때, 아내가 그랬어요.
"난 당신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저는 공대를 나왔어요. 주위에 글 쓰는 사람이 없었어요. 아내는 사회학과를 나왔어요. 주위에 글쓰는 사람이 많았어요. 철학을 전공하고,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 사이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며 아내는 글 잘 쓰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그런 아내에게 제 글은 많이 부족해 보였겠지요. 어쩜 제가 작가의 삶을 꿈꾸게 된 건, 겁이 없던 탓이 아닐까 싶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봐요.
생각해보면,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내게는 상처였어요. 아버지도, 아내도, 친구도, 다 내 꿈을 비웃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저의 꿈을 지지합니다. 나까지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내가 너무 가엽잖아요?
타인의 눈에 비친 지금의 내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인정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지금의 내가, 나의 최종버전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을 것이라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공부합니다. 외국어든, 책읽기든, 글쓰기든, 저는 매일 공부합니다. 공부의 끝에서, 나는 나를 찾고 싶습니다.
산업혁명의 결과, 대량생산, 대량 소비로 대표되는 포드주의 시스템이 만들어졌어요. 정보혁명의 결과, 소품종 대량생산 대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패러다임이 바뀝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기술 수준이 높고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명품생산이에요.
'포드주의 체제에서는 표준화된 공부가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탈포드주의 시대에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가 시켜주는 표준화된 공부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독서인 셈이다.'
(위의 책 24쪽)
평생 교육이 필요한 시대에 정작 어른이 되면 공부할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10대와 20대 시절, 입시와 입사를 위한 경쟁 교육에 지쳐버렸거든요. 진짜 공부는 혼자 하는 공부고요, 즐거움을 찾아가는 공부입니다.
책에서 읽은 인상적인 글귀로 마무리하렵니다.
'어떻게 하면 참된 공부의 자리에 다다를 수 있나?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공부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 읽고 토론하고 쓰면 된다. 인간지성의 특징이 여기서 비롯되었고, 궁극에 창조성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는 바탕힘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순서를 바꾸자. 쓰기가 맨 앞에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단언하건대, 쓰려고 읽는 일이야말로 가장 미래적인 공부방법이다.'
(137쪽)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 즉 다독, 다상량, 다작이 글을 쓰는 3단계라고 하는데요. 순서를 바꿔도 좋습니다. 반드시 많이 읽은 다음에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쓰기를 시작하는 거지요. 많이 쓰려면 많이 생각해야하고, 생각할 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책을 읽게 되거든요.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최고의 공부입니다.
여러분의 평생 공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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