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서랑 도쿄 디즈니랜드 가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게이트 앞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합니다. 고민입니다. 보고 싶은 걸 다 볼 수 있을까? 이럴 때, 저는 딱 하나만 결심합니다. '내가 타고 싶은 걸 타러 온 게 아니다. 아이가 하자는대로 한다.' 이렇게 마음먹어야 편합니다.
사실 두 사람이 여행을 가면, 민주적으로 협의하는 게 아니라, 보통 한 사람이 주도하고, 한 사람이 맞춰주는 겁니다. 그래야 여행이 즐겁습니다. 여행 가서 싸우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 서로 거래를 하려고 했던 거죠. '내가 이거 이거 양보할 테니, 니가 저거 저거 양보해라.' 죄송하지만, 그렇게 하면 십중팔구 싸우게 됩니다. 여행은 거래가 아니에요, 그냥 한 사람이 맞춰주는 게 낫습니다. 누가 맞춰줘야 할까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요.
도쿄 디즈니랜드가 생긴지 벌써 35주년이로군요.
아침에 일찍 오면 5대 어트랙션을 타러 가야합니다. 줄이 길어지기 전에 '스플래쉬 마운틴, 버즈 라이트이어, 빅 선더 마운틴, 스페이스 마운틴, 곰돌이 푸 허니 헌트' 중 하나를 타아죠. 그런데 소심한 저는 민서 눈치 보느라, 차마 롤러코스터부터 타자는 말은 못하겠더라고요. 처음부터 무서운 걸 탔다가 아이가 싫어하면 안 되니까, 계속 눈치만 살피는데, 따님께서 첫번째 어트랙션으로 '미키의 필하매직' 공연을 선택하셨습니다.
ㅠㅠ 멘붕이었지요.
극장쇼는 오후에 사람이 많을 때, 봐도 되거든요. 아침엔 인기 라이드를 먼저 섭렵해야 하는데... 그래도 무조건 민서가 보자는 것부터 봅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욕심을 내려놓습니다.
<미키의 필하매직>, 은근히 괜찮았어요.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것 2가지가 있지요. 재미난 애니메이션 만들기와 멋진 음악 만들기. 그동안 디즈니 영화에 나왔던 인기 뮤지컬 곡들이 하이라이트 4D 영상을 통해 펼쳐집니다. 영화 캐릭터를 기본으로 새로 만든 영상들이 재밌어요.
이젠 '곰돌이 푸우의 허니 헌트'를 타러 갑니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민서는 곰돌이 푸우의 예고편 광고를 통해 친근해진 이야기지요.
벌써 줄이 꽤 길어요.
다음으로 <스타투어즈 : 디 어드벤쳐 컨티뉴즈>를 보러 갑니다.
<스타투어즈>는 디즈니가 새로 시작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기반한 라이드입니다. 포 다메론이나 R2D2 등 익숙한 캐릭터가 나옵니다. <스타워즈> 팬인 민서가 무척 좋아했지요.
툰타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It's a small world> 라이드를 좋아합니다.
배를 타고 세계일주하는 기분이지요.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요.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곡은 플룻으로 즐겨부는 곡입니다. 인기 어트랙션도 좋지만, 개인적인 취향도 중요하지요.
전세계 전통의상을 입은 각양각색의 인형들이 춤을 춥니다. 배를 타고 가면서 아이와 어느 나라인지 맞춰봅니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애스트로 블래스터>를 타러 가는 길. 민서는 슈팅 라이드를 좋아해요. 롯데월드의 '드래곤 와일드 슈팅' 처럼 라이드를 타며 레이저건으로 표적을 맞추는 놀이입니다. 무섭지도 않고 아이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아요.
줄이 길지만, 기다리는 동안 <토이 스토리>에서 나온 캐릭터들이 반겨주기에 지루하진 않네요.
버즈 라이트이어도 있어요.
고개를 돌려 인사도 하고, 손도 흔들고, 말도 하기에, 안에 있는 사람이 로봇 연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요. 기계였어요. '애니매트로닉스'라는 기술의 발전 덕이지요. 애니메이션(Animatio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의 합성어인데요. 에어 컴프레셔의 도움을 받아 공기압으로 움직이거나. 전력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움직임이 단조로웠는데,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놀랄 정도로 정교합니다.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또 하나의 현장이라고 할까요?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달 덕에 벽 하나가 통째로 화면입니다. 휴대폰으로 하던 슈팅 게임, 집 전체에다 대고 하니 아이들은 신날 수 밖에요.
디즈니랜드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에요.
빅 5는 아니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한 롤러코스터도 탑니다.
미키랑, 미니랑, 도날드랑, 구피랑, 총출동하는 쇼도 봤어요.
라이드마다 특징있는 기념품 가게들이 있어요. 굿즈를 얼마나 예쁘고 깜찍하게 만드는지... 아이를 쫓아다니며 가슴을 졸였어요. 제게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무서운 공간은 <유령의 집>이 아니라 기념품 가게입니다. ^^
저녁에 펼쳐지는 <드림 라이츠> 퍼레이드까지 하루 종일 풀코스로 놀다 왔어요.
<버즈 라이트이어>나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픽사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든 인기 라이드가 많았어요. 디즈니는 픽사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어요?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려 화려하게 컴백할 줄은 아무도 몰랐지요. 픽사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며, 스마트폰 문명을 시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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