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일본 여행기 3일차

오늘은 민서랑 도쿄 디즈니랜드 가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게이트 앞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합니다. 고민입니다. 보고 싶은 걸 다 볼 수 있을까? 이럴 때, 저는 딱 하나만 결심합니다. '내가 타고 싶은 걸 타러 온 게 아니다. 아이가 하자는대로 한다.' 이렇게 마음먹어야 편합니다.

사실 두 사람이 여행을 가면, 민주적으로 협의하는 게 아니라, 보통 한 사람이 주도하고, 한 사람이 맞춰주는 겁니다. 그래야 여행이 즐겁습니다. 여행 가서 싸우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 서로 거래를 하려고 했던 거죠. '내가 이거 이거 양보할 테니, 니가 저거 저거 양보해라.' 죄송하지만, 그렇게 하면 십중팔구 싸우게 됩니다. 여행은 거래가 아니에요, 그냥 한 사람이 맞춰주는 게 낫습니다. 누가 맞춰줘야 할까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요.

도쿄 디즈니랜드가 생긴지 벌써 35주년이로군요.

아침에 일찍 오면 5대 어트랙션을 타러 가야합니다. 줄이 길어지기 전에 '스플래쉬 마운틴, 버즈 라이트이어, 빅 선더 마운틴, 스페이스 마운틴, 곰돌이 푸 허니 헌트' 중 하나를 타아죠. 그런데 소심한 저는 민서 눈치 보느라, 차마 롤러코스터부터 타자는 말은 못하겠더라고요. 처음부터 무서운 걸 탔다가 아이가 싫어하면 안 되니까, 계속 눈치만 살피는데, 따님께서 첫번째 어트랙션으로 '미키의 필하매직' 공연을 선택하셨습니다.

ㅠㅠ 멘붕이었지요. 

극장쇼는 오후에 사람이 많을 때, 봐도 되거든요. 아침엔 인기 라이드를 먼저 섭렵해야 하는데... 그래도 무조건 민서가 보자는 것부터 봅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욕심을 내려놓습니다. 

<미키의 필하매직>, 은근히 괜찮았어요.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것 2가지가 있지요. 재미난 애니메이션 만들기와 멋진 음악 만들기. 그동안 디즈니 영화에 나왔던 인기 뮤지컬 곡들이 하이라이트 4D 영상을 통해 펼쳐집니다. 영화 캐릭터를 기본으로 새로 만든 영상들이 재밌어요.

이젠 '곰돌이 푸우의 허니 헌트'를 타러 갑니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민서는 곰돌이 푸우의 예고편 광고를 통해 친근해진 이야기지요.

벌써 줄이 꽤 길어요. 

다음으로 <스타투어즈 : 디 어드벤쳐 컨티뉴즈>를 보러 갑니다. 

<스타투어즈>는 디즈니가 새로 시작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기반한 라이드입니다. 포 다메론이나 R2D2 등 익숙한 캐릭터가 나옵니다. <스타워즈> 팬인 민서가 무척 좋아했지요. 

툰타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It's a small world> 라이드를 좋아합니다.

배를 타고 세계일주하는 기분이지요.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요.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곡은 플룻으로 즐겨부는 곡입니다. 인기 어트랙션도 좋지만, 개인적인 취향도 중요하지요.

전세계 전통의상을 입은 각양각색의 인형들이 춤을 춥니다. 배를 타고 가면서 아이와 어느 나라인지 맞춰봅니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애스트로 블래스터>를 타러 가는 길. 민서는 슈팅 라이드를 좋아해요. 롯데월드의 '드래곤 와일드 슈팅' 처럼 라이드를 타며 레이저건으로 표적을 맞추는 놀이입니다. 무섭지도 않고 아이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아요.

줄이 길지만, 기다리는 동안 <토이 스토리>에서 나온 캐릭터들이 반겨주기에 지루하진 않네요.

버즈 라이트이어도 있어요.

고개를 돌려 인사도 하고, 손도 흔들고, 말도 하기에, 안에 있는 사람이 로봇 연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요. 기계였어요. '애니매트로닉스'라는 기술의 발전 덕이지요. 애니메이션(Animatio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의 합성어인데요. 에어 컴프레셔의 도움을 받아 공기압으로 움직이거나. 전력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움직임이 단조로웠는데,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놀랄 정도로 정교합니다.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또 하나의 현장이라고 할까요?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달 덕에 벽 하나가 통째로 화면입니다. 휴대폰으로 하던 슈팅 게임, 집 전체에다 대고 하니 아이들은 신날 수 밖에요. 

디즈니랜드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에요.

빅 5는 아니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한 롤러코스터도 탑니다.

미키랑, 미니랑, 도날드랑, 구피랑, 총출동하는 쇼도 봤어요.

라이드마다 특징있는 기념품 가게들이 있어요. 굿즈를 얼마나 예쁘고 깜찍하게 만드는지... 아이를 쫓아다니며 가슴을 졸였어요. 제게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무서운 공간은 <유령의 집>이 아니라 기념품 가게입니다 ^^

저녁에 펼쳐지는 <드림 라이츠> 퍼레이드까지 하루 종일 풀코스로 놀다 왔어요.


<버즈 라이트이어>나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픽사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든 인기 라이드가 많았어요. 디즈니는 픽사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어요?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려 화려하게 컴백할 줄은 아무도 몰랐지요. 픽사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며, 스마트폰 문명을 시작했고요. 

사람들이 신나게 놀고 즐기는 가운데, 문명은 점점 발달합니다. 디즈니랜드에서 놀며 느꼈어요. 컴퓨터 기술, 영상 기술, 로봇 기술, 기계 기술, AR, VR 등 최첨단 기술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데 총동원되고 있다는 것을. 

다음날은 디즈니 씨로 갑니다. 그 이야기는 또 다음 여행기에서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최수정 2019.03.26 0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디즈니랜드는 한번도 못가봤는데 글을 보니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2. JAE1994 2019.03.26 0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3. 꿈트리숲 2019.03.26 0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어요. 사진과 글따라 내려오니 벌써 오늘
    이야기 끝났네요. 아 아쉬워라~~~ㅎㅎ
    디즈니는 알록달록한 색감을 어찌 저리 촌스럽지
    않게 잘 매치하나 몰라요. 저것도 기술력이겠죠?

    여행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맞춰줘야 한다는
    말씀, 공감됩니다. 그런데 저는 딸아이에게 온전히
    맞추다가도 눈물, 콧물 터진 적이 있어요. 제 안의
    아이는 배려받지 못한게 서러웠던지. 낯선 나라에서
    그래도 둘이 토닥토닥하며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여행은 서로의 민낯을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디즈니의 원색만큼이나 강렬하지만 각자 있는 그대로
    드러내니 자연스럽고 편안해져서요.^^
    다음 얘기도 기대됩니다.~~

  4. 아솔 2019.03.26 0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사랑하는 사람이 맞춰주면 된다는 얘기가 와닿네요^^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5. 정은 2019.03.26 0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독님의 생생생한 묘사 덕분에... 저도 디즈니 구경하고 온 것 같아요 ㅋㅋ
    -. 감독님의 오늘의 명언 .-
    그냥 한 사람이 맞춰주는 게 낫습니다. 누가 맞춰줘야 할까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요.♥♥♥

    '오늘'이라는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맞춰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아리아리짱 2019.03.26 0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여행시' 더 사랑하는 사람이 맞춰주기'
    아이슬란드 여행가서 아들과 싸웠던 생각이 나서 웃었어요. 우리둘은 사랑이 똑같은 거였겠죠?^^

  7. 샬롬 2019.03.26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샬롬샬롬 ㅎ
    오늘도 멋진 소개 넘나 감사합니다 ^^
    또 배움니다. ^^

  8. 인풋팍팍 2019.03.26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가서 싸우는 사람...저요! ^^;;;

    왜 싸우는지 오늘 알았어요 (이제 알다니..)

    거길 왜가~ 아휴 재미없어.. 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잡시 꼭꼭 접어놔야 되는 거였군요,,
    참을 인 세개를 가지고 가야할까요
    사랑 애 세개를 길러볼까요..

    아후..둘다 어려워요~~ ㅋㅋ...

    그래도 오늘 다행히 알게됐어요. 따라줘야겠다... 그래야 겠다고요...

  9. 은하수 2019.03.26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같으면 평상시는 아이에게 맞춰주려고 하다가도 저런데서는 하나라도 더 타려고 고도의 계략으로 아이 손 잡아끌고 다닐 것 같은데... (저도 애 데리고 롯데월드 좀 다녀봤거든요ㅋㅋ)
    오후에 봐도 되는걸 아침에 보자고 했을 때 그냥 따라준 PD님이 대단합니다. 그 상황에서 아이에게 아무말도 안하는거 쉬운거 아닌거 알죠~
    저도 아이가 좀 더 크면 여행계획도 아이보고 세우라 할까봐요!

    PD님 여행기 보면서 디즈니와 픽사 그리고 스티브 잡스에 대해 검색을 더 해봅니다. 이렇게도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10. 전진 2019.03.26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덩달아 다녀온 기분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무서운건 기념품 가게' 라는 부분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11. 쩍팔리게살지말자 2019.03.26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님과 함께 여행이라 보기 좋네요....ㅎ
    저도 야구 보러 저번주에 다녀 왔는데....
    오랜만에 들러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12. 오달자 2019.03.26 1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지난 달 딸아이와 일본 여행 가서 싸운 일이 무척 부끄럽습니다.ㅠㅠ
    더 사랑하는 엄마가 딸에게 맞춰줘야 했었는데...뒤늦은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2 년전 저희 가족도 디즈니랜드 갔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았네요~ ㅋㅋ
    피디님 글 읽다 보니 지나간 추억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네요~~
    못 가본 디즈니씨도 궁금합니다~~^^

  13. 샘이깊은물 2019.03.26 1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렇군요! 쉽게 정리되네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 맞춰주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고 싶다면 혼자 가고, 같이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상대에게 맞춰줄래요.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무서운 공간은 기념품 가게였다니.. 빵 터졌습니다.ㅎㅎ

  14. 섭섭이짱 2019.03.27 0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곰방와

    D 디즈니랜드... 역시 아이들한테는
    I 이것 저것 볼게 많은 최고의 놀이터네요.
    S 가게가 가장 무서웠다는 얘기는 ㅋㅋㅋ
    하지만 실제로
    N 조금도 망설임 없이 민서
    E 눈에 들어온 장난감은
    Y 예스 예스 하시며 사주셨을듯 한데요 ^^
    L 리드는 하되 한 사람에게 맞추자. 거래하지 말고...
    A 정말 중요한 얘기 같아요.
    N 곧 가게 될 여행에서 이 내용 꼭 명심하겠습니다 ^^
    D 오늘도 즐거운 여행기 잘 봤습니다.

    --------------------------------
    1일 : 공항 -> 숙소 -> 도쿄역 -> 황궁 -> 도쿄도청 전망대 야경(신주쿠) -> 숙소
    2일 : 오다비아(유리카모메 타고 이동) -> 레고랜드(DECKS건물)
    -> 디즈니스토어(입장권구매) -> 점심(라면국기관) -> 다이버시티(실물크기 건담)
    -> 후지TV 사옥 -> 메가 웹(도요타 자동차 테마파크)

    3일 : 디즈니랜드에서 즐거운 하루
    -----------------------------------------

    아리가또 고자이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