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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좋아하는 걸 하게 해줍시다, 이젠

by 김민식pd 2016. 6. 16.

알파고의 시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까

그 고민을 며칠째 붙잡고 있습니다. 며칠 전 경향신문에서 읽은 칼럼 한 편을 공유합니다. 

 

 

[청춘직설]좋아하는 걸 하게 해줍시다, 이젠

김성찬 |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잘하는 것만으로는 인정받고 살기가 어려워졌다.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이다. 더 경쟁적으로 살라는 기성세대의 조언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획일적인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삶의 경로를 모색해본 어른들의 경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흥미를 추구하는 것과 노력하는 삶을 동떨어진 것으로 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구성해나가는 걸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삶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건 결국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차별 해소, 풍부한 사회적 안전망일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면 일자리에 급격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이젠 잘하는 게 인간이 아니어도 되고 내가 아니어도 된다. 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더 좋아하면서 사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기예인지도 모른다.'

 

(전체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142100005&code=990100

 

 

이 칼럼을 읽다보니, 문득 몇년 전에 육아일기에 올린 글이 떠올랐어요.

 

'MBC와 KBS가 공동 파업을 벌일 때, 여의도 공원에서 집회가 끝나고 양사 피디들이 모여 차 마시며 사는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3,40대 피디들이 모여앉다보니 그때도 자연히 자녀 교육 이야기에 촛점이 맞춰졌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중략)

그 자리에 모인 피디들이 이구동성으로 미래에 가장 전망 좋은 직업으로 뽑은 것은 창작자였다.  A급 드라마 작가는 편당 2000만원 이상의 고료를 받는데 50부작을 집필할 경우, 1년에 10억도 너끈히 번다. 해외 수출이라도 되면 판권료를 또 받는다. 작사 작곡 하는 싱어 송 라이터의 수명도 참 길다. 젊어서 히트곡 몇편 작곡한 걸로 따듯한 노후를 보내는 분들도 많다. 90세까지 사는 시대, 월급 생활자보다 인세 생활자가 더 전망이 좋다.

 

그렇다면 아이를 창작자로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피디들이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는데, 목동에 사는 한 KBS 피디가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집 아들은 기타를 참 잘 칩니다. 매일 기타를 붙잡고 사는데 심지어 밤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기타 코드 잡다가 기타를 안은 채 그대로 잠들기도 합니다."

와, 공부하다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들었다는 얘기보다 더 부러웠다. 

"중학생인데 벌써 직접 작곡도 하고 그럽니다. 나중에 기타리스트나 작곡가가 되는 게 꿈이랍니다."

그 자리에 있는 피디들이 다 부러움의 탄성을 질렀다. 

"우리 애도 음악에 취미을 길러주려고 피아노도 시키고 바이올린도 시켜보는데 귀찮아 하기만 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던데... 도대체 비결이 뭔가요?"

"저는 집이 목동이지만, 아이에게 사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습니다. 저녁에 학원도 안 보내요. 그러니까 아이가 같이 놀 친구도 없고 늘 심심해하더라구요. 그래서 기타를 사다줬더니 바로 빠져버린 거에요. 이제는 기타 없이는 못 살아요."

 

진심 부러웠다.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 있지만, 고수의 경지에 미치려면 먼저 미쳐야한다. 창작자는 아티스트라 무언가에 미쳐본 사람만이 가능한 직업이다. 어려서 부모가 짜주는 스케줄에 따라 열심히 공부만 한 사람은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서도 또 누군가 시키는 일만 죽어라 한다. 어려서 혼자 놀아본 사람, 그러다 무언가에 빠져본 아이만이 자신의 평생 취미이자 평생가는 직업을 찾아낸다. 그런 아이가 진짜 창작자가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주려면 아이를 한가하게 해주어야 한다. 정말 심심해서 못 견딜 지경이 되었을 때, 아이가 하는 것이 아이의 진정한 취미다. 아이를 창작자로 키우려면,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시길.

 

자신의 재능을 만방에 뽐내는 그런 아이들로 자라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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