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주말 외부 연사 특강입니다.

정말 확 와닿은 기사 한 편 올립니다. 시사인의 기획 특집, 2016 '행복한 진로 학교'에서 최중혁 기자님의 강연록입니다.

'명문대 나오면 뭐해? 절반이 백수인데.'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교육 분야를 맡게 됐는데, 경제 기자로서 보기에 이건 아무리 봐도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듯했다. 영어 유치원 3년, 사립 초등학교 6년이면 적어도 학비로만 1억원쯤 쓰게 된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영어 유치원까지 보낸 우리 애를 어떻게 공립 초등학교에 보내?’ 하는 식이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 아이를 국제중에 못 보낸 부모들은 또다시 기로에 선다. ‘사립 초등학교 나온 애를 어떻게 동네 중학교에 보내?’ 싶어서다. 이에 조기 유학을 선택하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드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해도 된다. 이게 경제 활성화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위 10%에 들지도 못하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믿는 분들이 이랬다간 가랑이가 찢어지기 십상이다. 한동안은 ‘2060 대 3050’이라는 신조어로 독자들을 설득하려고도 했다. 자식한테 20년 투자하면 60세까지 40년은 먹고살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30년 투자해봐야 50세까지도 보장하기 힘든 세상이니, 비합리적인 투자를 계속해봐야 노후에 쪽박만 찰 거라고. 그런데 이게 먹히지가 않았다. 누가 뭐라든 “너희들이 특목고 맛을 알아?”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이 저절로 무너지고 있다. 내 생각에 그 핵심 계기는 취업난이다. 대학 공시를 보면 ‘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취업률이 50% 안팎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포함한 수치가 이렇다. 명문대 나오고 유학을 다녀와봐야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취업난이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현대자동차도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 시대다. 이를 두고 위기라 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얼마 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 초대총장 취임식에서 한 연설이 인상 깊었다. 그는 취업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고용의 종말과 저성장을 동시에 맞이한 시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65%는 현재 세상에 없는 직업을 갖게 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평생 몰두할 업은 공부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 경험으로부터 오는 직관”이라는 것이다.

“취업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을 교육에 대입해보면 “교과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물론 국·영·수 시대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1990년 한국의 노령화지수(65세 이상 인구를 0~14세 유소년 수로 나눠 100을 곱한 수)는 20이었다. 노인보다 청년 수가 5배 많았다는 얘기다. 이 시기 필요한 것은 경쟁 교육이었다. 청년 수가 많으니까 서로 경쟁시켜 똘똘한 놈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2015년 노령화지수는 94이다. 노인과 청년 숫자가 비슷해졌다. 노령화지수가 100 즈음이면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리에 소질이 있으면 여기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2050년 한국의 노령화지수는 376으로 추정된다. 청년보다 노인 수가 4배 가까이 많아지는 셈이다. 이 시기는 맞춤형 교육만으로도 안 된다.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이 시기 필요한 것은 불이(不二) 교육이다. ‘나’와 ‘너’가 둘이 아닌 교육,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도 성공하게끔 도와주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아직 맞춤형 교육은커녕 경쟁 교육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과의 시대를 멈추고, 교과와 비교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적성을 찾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국·영·수 중심의 교과 교육과 달리 비교과 교육의 핵심은 체험이다. 체험에는 직접체험과 간접체험이 있다. 직접체험의 정수가 여행이라면 간접체험의 정수는 독서다. 독서와 여행을 중심으로 교과·비교과의 균형을 맞춰갈 필요가 있다.'

(이상 기사에서 발췌)

 

아래는 기사 원문입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74

(기사 원문 링크)

 

 

 

'좋은 학교 -> 좋은 직장 -> 좋은 인생'이라는 라이프사이클은 앞으로 의미가 퇴색할 것 같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란 제도교육이라는 시스템안에 순응하는 아이이고, 어른들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아이지요. 중공업과 대량생산이 주도하는 경제성장기에는 이런 인재가 필요해요. 위계질서 시스템 속에서 매뉴얼과 상사의 지시대로 일하는 사람. 문제는 인공지능이 이걸 사람보다 더 잘 합니다. 시스템 속에서 매뉴얼대로 일하는 건 로봇을 당해낼 수 없어요. 공부 잘 하는 아이를 굳이 말릴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성적이 신통치 않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어요. 지금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어른으로 살아갈 20년 뒤의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직업과 노동이 나타날 테니까요.

제 삶을 바꿔준 스승의 한 분이신 앨빈 토플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분의 책 덕분에 공대생이던 제가 새로운 삶을 찾았어요.)가 한국의 교육에 대해 하신 얘기가 있어요.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어떻게 세상이 바뀔 지 모르겠어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직업의 세계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만 듭니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입니다.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저는 책을 읽는 능력이 그 어느때보다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인터넷의 단편적인 지식 서핑에 뇌를 길들이는 것보다 적어도 15분 이상 책 한 권을 붙잡고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좀 한가해져야 합니다. 독서는 시간이 여유로울 때 자율적으로 생겨나는 취미 활동이니까요.   

아이에게 독서와 여행의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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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07.02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고싶은 일해 굶지않아. 오래되다보니 제가 읽은 책도 나오는군요..ㅋㅋ

    중3 아들이 꿈이 있다고 해서 믿어주고 공부 안해도 뭐라고 안하고는 있지만 공부only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참 불안하긴합니다.

    근데 자식이 진짜 지가 좋아하는 일을하며 굶지않고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건 없는것 같습니다.

    주말에도 글을 올려주시니 좋은데요.
    see you soon.

  2. imioi 2016.07.02 0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말 같아요.

  3. 2016.07.02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이혁 2016.07.03 0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90년대에는 벙송사 응시연령이 만으로 몇살까지였나요? 군복무기간만큼 연장도 됐나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민식pd 2016.07.03 0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만 29세에 입사했구요
      대학원 나온 형은 만 31세에 온 형도 있어요
      당시엔 대략 만 30세가 신입 연령 상한선이었던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