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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334

제작비 청구의 달인 3월은 새내기의 계절이다. 신입생들이 방학을 마치고 교정에 들어서고, 신입 사원들이 연수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계절이다. 1996년 MBC에 입사해 새내기 조연출 시절, 처음 맡은 업무는 제작비 정산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산화가 되지 않은 시절이라 일일이 손으로 출연료 청구 내역서를 쓰던 때였다. 피디가 되면 멋진 가수랑 예쁜 여배우 자주 봐서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처음 한 일은 그 멋진 가수가 출연할 때 백댄서 몇 명이 무대에 올라가는지 헤아리는 일과 그 예쁜 여배우가 촬영 할 때 점심시간 전에 왔는지 후에 왔는지 체크하는 일이었다. 백댄서들 머리수를 헤아려 출연료를 계산하고, 촬영 나온 연기자와 스태프들의 근무 시간을 확인해 식대가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게 일이었다. 예능 조연출의 경.. 2013. 2. 27.
누군가의 재능자석이 되고 싶어요 드라마 피디에게 캐스팅은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는 일이다. 몇 년 전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을 작업한 편집자에게 “누가 잘했어요?” 하고 물었더니, “윤상현이요!” 라고 했다. 배우 윤상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그 말에, ‘그 좀 찌질하게 나오는 친구?’하고 의아해했다. 그런데 편집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찌질한 것 같은데, 자꾸 보면 그게 오히려 매력이에요.” 그 다음해 내가 공동연출을 맡은 드라마가 ‘내조의 여왕’이었다. 대본을 보고 캐스팅을 하는데, 극중 윤태준 사장 역할이 제일 난관이었다. 여주인공을 몰래 도와주는 재벌 2세인데 김남주에게는 찌질한 백수로 오해받아 늘 “태봉씨!” 라고 구박받는 캐릭터였다. ‘언뜻 보면 찌질한 백수지만, 알고 보면 매력남이라! 윤상현이 딱이.. 2013. 2. 18.
예능 피디 합격 수기 이천명 가까운 지원자들 중 단 두사람에게만 주어진 MBC 예능 PD의 자리. 졸업을 앞두고, 처음 넣어본 전형에서 덜컥 주어진 합격 소식은, 내 인생 너무나도 큰 선물이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느낀, 혹은 새삼 확인한 사실들이- 언론사를 준비하거나, 혹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꿈을 쫓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될까 후기를 적어본다. 나는 거의 10년째 TV를 거의 보지 않은 채 살아왔다. PD가 되겠다는 사람이 TV를 보지 않는다는게 스스로 우습기도 했지만- 사실 볼 시간도 별로 없었다. 학기 중에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방학이 되면 읽고 싶던 책들을 잔뜩 읽고, 여행을 떠나고, 글을 읽고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험준비도 안했다. PD시험이 그동안 어떻게 나왔는지, 어.. 2013. 2. 8.
힐링 시네마 탐구생활 드라마 PD에게 꼭 필요한 감각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이다. 드라마 대본을 보고 극중 배역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악역이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공감이 가능해야 한다. 재벌 총수의 악행도 가난한 어린 시절 탓에 돈에 대한 집착이 큰 것이고, 시어머니의 막장 행각도 아들 사랑이 조금 지나친 것 뿐이라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역할이든 공감할 수 있어야 감정 연출이 가능하다. 공감에 필요한 자세는 역지사지다. 내가 모든 사람의 입장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기에 가능하면 많은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심정에 감정 이입해본다. 요즘은 힐링 시네마 집중 관람 기간이다. 추운 겨울, 셀프 힐링을 위해 극장가를 찾고 싶은 분들을 위해, 영화 몇 편 소개한다. 1. 레미제라블 최근 개봉작 .. 2013.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