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전거 전국일주 3일차


추석 연휴를 맞아 자전거 전국일주를 합니다. 연휴 전날인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충주로 갑니다. 버스 터미널에서는 자전거가 조신하게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며칠씩 자전거를 지방 버스 터미널에 묶어 놓고도 마음 편한 이유? 20년된 낡은 자전거라 그렇습니다. 

저는 어떤 취미를 할 때, 돈 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지난 여름엔 하도 더워서 바깥에서 운동하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실내에서 운동을 하려고 동네 문화센터에서 탁구를 했는데요. 코치님이 첫 수업하던 날, 제 라켓을 보더니 "이런 건 공이 잘 안 나갑니다. 25만원짜리로 새로 사세요."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갑자기 탁구에 흥미가 확 떨어졌어요. 취미삼아 하는 운동에 장비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려면 좋은 자전거가 필요할 거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전거가 비싸면, 여행이 불편해집니다. 밤에 시골 모텔 앞에 세워놓지 못해요. 자전거를 방에 들고 들어가야 해요. 아름다운 경치가 나타나면 자전거는 길에 묶어두고 전망대에 오르거나 정자에 누워 쉬었다 가거든요. 자전거가 비싸면 이런 여유가 사라지지요. 자전거의 가격이 뭐 중요합니까, 제 다리가 백만불짜리인데...^^ 무엇보다 어떤 취미를 즐기는데 장비로 경쟁하는 문화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 비싼 장비를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거든요. 항상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삽니다.

오전 9시, 충주 터미널에 내렸는데, 비가 주룩주룩 옵니다. 우중 라이딩은 위험하니 터미널 한쪽에서 책 읽으며 날이 개기를 기다립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3시까지 비가 계속 온다네요. 극장에 갑니다. 메가박스 충주에 가서 <안시성>을 봤어요. 와우, 조인성은 정말 멋있군요. 안시성의 성주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입니다. 가진 병력이나 무기를 탓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묵묵히 싸웁니다. 자전거 여행자도 마찬가지에요. 내게 있는 장비로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습니다.      

오후 3시, 비가 그친 후, 자전거를 끌고 나갑니다. 충주호에서 남한강 자전거길은 끝이 나고 이제 새재 자전거길로 접어듭니다. 

비온 직후라 바닥에 물이 고인 곳이 많습니다. 이럴 때는 자전거를 최대한 느리게 탑니다. 빨리 달리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최대한 느리게 넘어지지 않고 가는 것입니다. 물이 고인 곳을 빨리 달리면, 흙탕물이 튀어 자전거가 상하기 쉽고요. 옷이나 가방이 젖어 체온이 떨어집니다. 물이 고인 곳은 최대한 느린 속도로 지나갑니다. 속도가 느린데도 넘어지지 않는 게 진짜 요령이에요.   

자전거길 옆으로 예쁜 정자도 있고, 꽃길도 있어요. 

낮잠 한숨 자고 가면 참 좋겠는데, 비 때문에 늦게 출발한 탓에 내처 계속 달립니다.

충주시에 있는 수주팔봉입니다. 자전거 여행이 아니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곳입니다.

지방에 오니, 몰랐던 풍광이 많은데요, 가슴이 아픈 것은 주위에 실패의 흔적이 너무 많다는 거죠. 카페며, 펜션이며, 길 옆으로 문 닫은 폐건물이 너무 많아요. 지방에 사는 인구가 줄어든 탓일까요? 


서울의 경우, 실패의 흔적은 바로 지워집니다. 새로운 도전자가 공간을 채우거든요. 비싼 땅값 덕분에 노는 공간이 없는데요.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실패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서울과 지역의 균형 발전... 참 쉽지 않은 문제라고 느낍니다. 


1시간 반을 달린 후, 수안보 온천에 도착했어요. 오늘은 사이판 온천 호텔에서 잡니다. 자전거 여행자 특가로 3만원에 독실을 씁니다.

점심은 롯데리아에서 먹었어요. 혼밥의 성지지요. 혼자 테이블 차지하고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 7천원.

저녁은 굴떡국을 먹었어요. 8천원.

버스비를 포함한 오늘의 총경비는 6만원입니다.

비가 와서 늦게 출발하느라 하루 25킬로밖에 못 달렸네요. 


4일차부터 본격적인 라이딩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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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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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8.10.08 0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풍경이 정말 예쁘네요~^^

  2. 2018.10.08 0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꿈트리숲 2018.10.08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속도가 느린데도 넘어지지 않고 타기,
    정말 백만불짜리 다리가 맞나 봅니다.
    느리게 천천히 타는 것이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잖아요.^^ 대단하십니다.~~

    올려주신 사진들이 흡사 해외 관광지의
    숨은 명소들 같아요. 비가 내려서 더 운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넘넘 멋집니다.
    비가 와도 항상 플랜 B를 갖고 계신 준비성을
    저도 본받고 싶어요.

    혼밥, 혼숙, 혼자(혼자 자전거 타기)를 보면서
    자전거 전국 일주에 대한 장인의 혼이 느껴집니다.ㅎㅎ
    다음 여행기도 기대할께요.~~

  4. 섭섭이짱 2018.10.08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헉.. 취미활동 하려는 사람에게
    25만원짜리 라켓을 얘기하다니....
    저 같아도 흥미가 확 떨어질거 같은데요.
    피디님, 다음에 실내운동 하신다면
    전 수영을 추천합니다. ^^

    기억나네요. 이때쯤 비가 왔던거...
    그래도 3시에 비가 멈춰서 다행이네요.
    계속 비왔으면 그냥 숙소로 가셨을텐데....
    오늘은 거리가 거리인지라
    집이 아닌 호텔에서 숙박하고 괜찮네요..

    오늘도 여행기 잘 봤습니다.

    —————————————————-
    < KMS 자전거 전국 일주 일정표>

    1일차: 서울 -하남 - 양평 - 여주 - 컴백홈
    (90km, 6시간, 맑음)
    2일차: 강천보(여주) - 비내섬 - 충주 탄금대 - 컴백홈
    (70km, 5시간, 맑음)
    3일차: 충주호 - 새재 자건거길 - 수주팔봉 - 수안보 온천(호텔숙박)
    (25km, 1시간30분, 비오다 오후갬)

    ——————————————————

  5. 왕팬 2018.10.08 1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에게 주어진것으로 묵묵히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6. 바람돌이 2018.10.08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도 좋지만 몸 건강도 유지해야 해요!!!

  7. 아리아리짱 2018.10.08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언제나 피디님 응원하며 함께합니다.자전거와 항께 우리강산 사랑하기^^

  8. zephyr 2018.10.09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떠한 에너지 음료 보다 작가님 짤막한 기행글이 더 가슴을 뛰게 합니다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할게요

  9. 동우 2018.10.09 2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운동을 할때 운동은 장비빨이라며..
    부끄럽네요..
    집이아닌 호텔에서의 하루
    집보다 편하진 않지만 푹쉬시고 또 달려주세요!
    화이팅!!

  10. 유달라 2018.10.10 0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밥의 성지 롯데리아에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어

    요~전철안인데 말이죠 ㅎ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11. 헤니짱 2018.10.10 1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강 잘 챙기시면서~ 행복한 여행되세용^^

  12. 재키 2018.10.11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소한즐거움 자전거여행 저도 뒤를 따라가는듯
    흥겹네요
    문득 대학시절 자전거로 주말마다 다녔던 여행이 생각나네요
    근교로 푸른길을 달려 캠프파이어하고 비박하던 추억까지 ...쏠쏠
    레츠고 4일~~~

  13. 행복한 추회장 2018.10.12 0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오는 날 풍경이 운치있네요^^
    주어진 삶 안에서 마음껏 즐기고 계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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