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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스무살의 그날처럼

by 김민식pd 2018. 10. 1.

평생 최고의 자랑 중 하나는 20대에 시립도서관에서 다독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당시 한 해, 200권을 읽었거든요. 20대의 나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유배지에 있던 2016년 한 해, 열심히 책을 읽어 1년간 250권을 읽었어요. 독서일기를 블로그에 연재했지요. 20대에 해서 즐거운 건 나이 50에 해도 즐겁더군요. 제 인생에 최고의 추억 중 하나가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떠난 자전거 전국일주입니다. 그것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나이 50에. 추석 연휴를 맞아 열흘간 자전거 전국일주를 다녀왔습니다.

2018 자전거 전국일주 1일차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와 양재천을 달리다 종합운동장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로 합류했습니다. 자전거 출근하며 늘 달리는 길이지만, '자전거 국토 종주'라고 바닥에 쓰인 글자가 이제는 새롭게 보입니다. 

첫번째 인증센터인 광나루 자전거 공원에 가서 스탬프 도장을 찍습니다. 이제 팔당대교 - 능내역 - 양평군립미술관을 거쳐 이포보까지 갑니다. 

양평을 벗어나자 풍광은 완전히 바뀝니다. 양평만해도 전원주택 단지가 많아 자전거 길에 사람이 좀 있는데요. 양평 지나서부터는 마을도 없고, 사람도 없고, 편의점도 없어요.  


이포보 다음은 여주보입니다. 일단 인증센터에 들러 도장부터 찍습니다. 


자전거 짐받이에는 가벼운 배낭하나 실려있습니다. 오늘은 당일치기 여행이거든요. 여주보 전망대에 올라갑니다. 무료입장입니다. 저는 공짜 구경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전망이 참 좋습니다. 마침 2층에 편의점이 있어 간식을 삽니다. 양평을 지나 여주까지 오는 길에는 매점이 없어 은근히 고생했어요. 서울 한강 자전거길은 가는 곳마다 편의점이 있어요. 거기 길들여져 당연히 매점이 금방 나타날줄 알고 왔다가 한 시간 넘게 달려도 물 사 먹을 곳이 없어 당황했어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누군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자전거를 탄 세종대왕이시군요. 완전 반갑네요. 예전에 여주쌀을 '세종대왕쌀'이라고 홍보하는 이유를 몰랐거든요? 오면서 보니, 여주 자전거 길 옆에 표지판이 있어요. 세종대왕을 모신 영녕릉 가는 길이라고. 고속도로를 타고 도시를 지나칠 땐 보이지 않던 풍경이 이제야 보이는군요. 속도의 차이는 풍경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자전거는 느리지만, 또 그 만큼 자세히 보여요. 고속도로가 생략하고 편집한 풍경을 자전거길은 그대로 담아냅니다.


여주 시내에서 점심 먹고 경강선 여주역을 찾아갑니다. 머리를 굴렸어요.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면서 숙박비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길이 무얼까? 잠은 집에서 자는 거지요. 첫날, 자전거는 여주역에 묶어두고 전철 타고 와서 잠은 집에서 잡니다. 짐받이에 매둔 가방에서 평상복을 꺼내 옷을 갈아입습니다. 전철에서 몸에 쫙 붙는 저지 복장에 헬멧 쓰고 있으면 좀 이상하거든요. 자전거도 없이. ^^


1일차

서울 - 하남 - 양평 - 여주

90km입니다. 자전거 주행만 6시간 정도 걸립니다. 첫날은 가볍게 달립니다. 수도권 전철 노선도를 보고, 전철과 자전거길이 만나는 가장 먼 지점, 경강선 여주역에서 마무리합니다. 오후 2시에 전철을 탑니다. 집에 가서 오늘은 일찍 쉽니다. 내일이 기다리니까요.

1일차 경비는 전철비 3250원, 점심 5000원, 음료 1500원입니다. 총 1만원입니다. 

자전거 전국일주 2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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