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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자전거로 도 경계를 넘다

by 김민식pd 2018. 10. 4.

자전거 전국일주 2일차 여행기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경강선 여주역으로 갑니다. 새로운 전철노선이 생기면서 행동반경이 늘어나는 게 신기합니다. 여주까지 전철이 가는 지 몰랐어요. 나이 들면 전국을 다니며 전철 여행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주역 자전거 정거장에서 묶어놓은 자전거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냥 시골길입니다. 여주만 벗어나도 한강 주위에 건물이 보이지 않아요. 서울에서 한강변 남북으로 빼곡한 아파트 풍경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강에 섬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강천섬이라고 커다란 공원입니다. 캠핑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서울의 섬은 다 도시에 포획되어 있지요. 뚝섬이나 여의도처럼. 서울을 벗어나면 온전히 자연의 풍광을 가진 섬이 보입니다. 

자전거를 타다 지치면 이런 한강변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한참을 멍때리고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요. 정말 선물같은 하루가 갑니다.

4대강 자전거 도로는 한강을 남북으로 바느질하듯 누비며 갑니다. 강을 건널 때마다 다리 위에서 보이는 강변의 풍광이 기가 막힙니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잠시만 달려도 이런 전원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경기도 여주시에서 아침에 출발했는데, 어느새 강원도 원주시에 들어섭니다. 내 힘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도경계를 넘어선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시골길을 한참 달리다보니, 이런, 자전거 도로 한쪽에 소똥이 있네요.

이크! 하고 급히 핸들바를 틀어 피해갑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소똥이 아니라...


야생 자라였어요! 

더위 먹은 듯 자전거 도로 위에 마치 기진맥진 쓰러진 것처럼 보였어요. 저러다 혹시 자전거에 치이면 어쩌려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근처에 개울이 있으면 자라를 옮겨주려고 주위를 살폈어요. 돌려보낼 개울을 찾은 후, 자라를 구조하려고 돌아가보니, 사라졌어요. 으잉?

다시 보니, 수풀 사이로 쏜살같이 내빼는 자라의 뒷모습이 보였어요. 아까 죽은 듯 가만히 있었던 건, 저를 보고 자라도 놀라서 그랬나봐요.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자라를 보며, '아, 실수 할뻔 했네.' 했어요. 왜 그런 경우 있잖아요. 시장에서 우는 아이를 보고 경찰서 데려다줬더니, 나중에 알고보니 집앞에서 잘 놀고 있는 아이를 웬 남자가 데려갔다고 동네가 발칵 뒤집히는 경우... ^^ 제 갈길 잘 가는 자라를 괜히... 

자전거길에서 자라를 만나다니... 시골길은 확실히 다르군요.

강원도 원주시를 벗어나 충청도 충주에 들어섰어요. 자라를 만난 곳은 충주 비내길입니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를 오전 반나절에 이어 달립니다. 자전거길 옆으로 신기한 풍광도 많아요.


벼슬바위라고 옆에 있어요. 이런 표지판은 사진으로 찍어둡니다. 장소의 이름과 내력을 따로 메모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할 수 있으니까요.

벼슬바위입니다. 사진으로는 밋밋하게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웅장한 모습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법합니다.

2일차 역시 간단한 라이딩을 하고 접습니다. 

여주역에서 출발해서 강천보 - 비내섬 - 충주 탄금대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이동거리 70km고요. 5시간 정도 걸립니다. 충주호 주변은 자전거 도로가 잘 나 있고 풍광도 예뻐서 달리기에 참 좋은 코스입니다. 저는 오늘 충주 공용버스 터미널에 가서 자전거를 묶어두고 다시 서울로 갑니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탔으니 서울 가는 길에는 10900원을 내고 우등 버스를 탑니다. 서울까지 2시간 안 걸리고요. 집에서 자려고 돌아갑니다. 

직장인에게는 휴가도 소중한 자원이지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에 5일이 걸린다면 휴가를 딱 하루만 쓰고도 국토종주 할 수 있어요. 주말을 두번 활용하는 겁니다. 첫번째, 토요일에 여주역까지 가고, 일요일에는 충주까지 갑니다. 자전거는 충주 터미널에 보관해두고요. 다음주 금요일에 휴가를 내어 충주 터미널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부산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럼 5일간 종주를 할 수 있지요.

다음에는 3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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