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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자전거로 넘는 문경새재

by 김민식pd 2018. 10. 11.

2018 자전거 전국일주 4일차 여행기


아침에 일찍 일어났어요. 어제 비 때문에 1시간 반 밖에 달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거든요. 오늘은 오전 6시에 출발합니다. 숙소에는 아침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삶은 달걀, 토스트, 시리얼 등 간단한 조식이 제공되지만, 식사 시간이 7시부터입니다. 저는 6시에 출발하는 관계로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과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합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새재 자전거길을 달리는 날입니다. 

간밤에 숙소에서 자전거 국토 종주 지도를 펼쳐놓고 코스 탐구를 했어요. 점심은 어디에서 먹고, 저녁은 어디에서 먹을지 고민 되더군요.

상주보나 낙단보에 자전거 민박이 있는데요. 조식 포함, 1박에 3만원이랍니다. 다만 3인 1실이라는 게 좀 걸리네요. 자전거 여행 중, 모르는 사람과 같은 방을 쓰기는 좀 걸립니다. 일단 피곤해서 일찍 잘 것 같고요. 새벽에 깨어 책을 읽는 게 습관인데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걱정이네요. 외국에서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는 편한데, 한국에선 아직 낯설어요. 일단 숙소는 구미시에서 찾는 걸로 하고 바쁘게 페달을 밟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무척이나 가파른 이화령을 올라야 합니다. 어제 수안보에서 마무리한 이유가 있어요. 늦은 오후에 이화령을 오르는 건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거든요. 1박 한 후, 아침에 느긋이 오르길 잘했어요. 무척 가파른 고개입니다. 

예전에 자전거 국토 종주를 위해 부산에서 4대강 자전거 길로 서울로 출발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새재 자전거 길에서 사고가 나서 종주 포기했다더군요. 의아했어요. 4대강 자전거 길이라면, 한강 자전거 도로처럼 강을 따라 평탄한 길이 이어질텐데 사고가 날 이유가 있나? 무식한 생각이었지요. 

한강의 하류는 서울을 지나 인천입니다. 낙동강의 하류는 구미를 지나 부산이고요. 한강 자전거길은 하류인 서울에서 시작해서 상류인 충주댐까지 가는 코스에요. 낙동강은 안동댐에서 시작해서 부산까지 가고요. 즉 2개의 강이 이어질 수가 없는 거죠.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니까. 강줄기를 돌려세우는 험준한 고개가 가운데 있고요, 그게 바로 문경새재입니다.

새재 자전거길은 바로 이화령이라는 백두대간의 한 준령을 자전거로 넘는 코스에요. 페달을 밟아 오르다 간만에 땀 좀 뺐습니다.

죽을둥 살둥 한참을 올랐는데도,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11km! 완전 좌절했는데요. 어라? 다시 보니까... 

앞에는 숫자가 아니라 화살표 표시였군요. 1킬로밖에 안 남았다는! 완전 반가웠어요.

백두대간을 자전거로 올랐어요. 완전 뿌듯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저 아래로 차들이 달리고요. 터널도 보입니다. 자전거로 국도나 터널을 달리는 건 위험하기에 힘들어도 이화령 고개를 넘을 수 밖에 없지요. 

사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위험합니다. 오르막은 힘들기만 하지, 위험하진 않아요. 속도가 나지 않으니까. 내리막에서 늘 사고가 납니다. 긴장이 풀리기도 하고, 해냈다는 자신감에 스피드를 즐기다 급 커브를 만나 사고를 당하기도 하지요. 내리막에서는 자주 쉬면서 천천히 갑니다.

문경 불정역 자전거 종주 인증센터입니다. 스탬프 도장을 또 하나 찍습니다. 스탬프 북에 도장 하나씩 모으는 재미가 있어요.

1970년대 석탄 광산에서 탄을 실어나르던 철도인데, 지금은 폐선이 되었어요.

경북 문경시에 있는 영신숲 공원을 지나갑니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고요. 물가에 공원 시설이 좋아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쉬어가는 건 좋은데, 새재 자전거 길에서 언덕을 몇번 올랐더니 시장하군요. 배가 고픕니다. 하지만 자전거 길이 있는 곳은 인적이 드문 지역이라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아요. 

마침 자전거 길 옆에 자전거 식당이라고 있기에 들러 점심을 시켰어요.

돼지고기 두루치기까지 나오는 가정식 백반이 한 상에 6천원입니다. 혼자 온 손님도 잘 맞아주시네요.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습니다.

경북 상주시에 있는 경천대 관광지입니다. 자전거 길이 공원을 지나가고요. 상주 시민이 이용하는 대표적 유원지라는군요. 강변에 있어 풍광이 좋구요. 시설도 잘 되어 있더라고요.

한옥을 재현해놓은 곳도 있는데요. 평상을 본 김에 쉬었다 갑니다.

배는 부르고, 몸은 고단하고, 바람은 솔솔 불고, 새는 지저귀고, 낮잠 자기 딱 좋네요. 

푹 쉬었으니 다시 페달을 열심히 밟아 구미까지 갑니다. 오늘 묵을 숙소를 찾아 구미 버스터미널로 갑니다. 

터미널 근처에 있는 모텔에서 방을 잡았는데요. 1박에 4만원, 가격도 만족스럽고 방도 깨끗해서 좋네요.

자전거 길 주위에는 숙소가 많지 않아 방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터미널 근처에서 방을 찾는 건 영업사원 시절에 익힌 노하우입니다. 당시 93년에 외판사원으로 일할 때, 전국 대리점을 다니며 영업을 뛰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지방 출장 가서 방을 잡는 일이 많았어요. 지방에 가면 터미널이나 기차역 근처에 모텔이 많습니다.

공급이 많으면 경쟁이 치열해 가격 압박이 있지요. 저는 대로변에 있는 큰 모텔보다, 골목 안에 있는 작은 모텔을 선호합니다. 크고 좋은 모텔은 커플들에게 양보하고요, 혼자 자전거 전국일주하는 중년의 아저씨는 그냥 싸고 깨끗한 방이면 됩니다.

하루 달린 거리를 계산하려고 네이버 지도 자전거 경로를 보니 오늘 137킬로를 달렸군요. 네이버 지도상의 시간도 비슷해요. 아침 6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에 숙소 도착했으니, 아침 점심 먹고 낮잠 자느라 쉰 것까지 계산하면 시간도 비슷하네요. 항상 이동할 때는 자전거 지도로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봅니다. 오후 5시 전후해서 숙소에 들어가고요. 너무 늦어지면 밤에 숙소를 찾느라 고생할 수도 있거든요.


4일차 경로 : 수안보 온천 - 이화령 - 문경 불정역 - 상주 상풍교 - 낙단보 - 구미보 - 구미시


4일차 하루 경비

아침 3천원

점심 6천원

저녁 7천원

숙박 4만원

합 5만6천원


5일차 여행기로 이어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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