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해당되는 글 363건

  1. 2011.11.13 영업으로 배우는 세상 (2)
  2. 2011.11.10 왕따의 소심한 복수 (17)
  3. 2011.11.07 왕따가 세상에 맞서는 법 (3)
  4. 2011.11.03 흔들리는 청춘에게 (11)
  5. 2011.11.01 대접받을 생각을 버려라 (10)
  6. 2011.10.25 정치는 더러운 게임이다? (5)
  7. 2011.10.23 우리에겐 멘토가 필요해~
  8. 2011.10.11 세상은 무엇이 문제인가? (2)
  9. 2011.10.09 삶은 하루 하루가 축제다. (4)
  10. 2011.10.03 청탁을 피하는 법
내 첫 직업은 영업 사원이었다. 한국 3M에서 치과 제품을 담당했는데, 영업 사원이 유독 티가 나는 곳이 치과다. 왜? 다들 울상으로 들어서는데, 치과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들어서는 사람은 나혼자니까. 2년 뒤 그만두긴 했지만,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인생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영업에서 배우는 인생 이야기 첫번째 시간!  

모든 사람은 나의 고객이다.

치과 영업을 하면, 치과 의사만 내 고객일까? 아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의 고객이다.

치과 의사의 시간을 얻으려면, 접수대의 간호사에게 일단 좋은 인상을 남겨야한다.
간호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얻으려면, 포스트잇 같은 선물을 많이 안겨줘야한다. 
선물을 많이 챙기려면, 사무실 마케팅 담당 여직원에게 잘 보여야한다.
월말에 실적을 급하게 올리려면, 대리점 사장에게 '밀어넣기'도 부탁해야한다.
대리점 사장에게 잘 보이려면, 급한 주문도 빨리 처리해주어야한다.  
급한 주문을 빨리 처리하려면, 평소에 공장 출고 담당에게 잘 보여야한다. 

결국 영업 사원으로서 내가 일을 더 잘하려면,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 3M은 92년 당시 국내 생산보다는 수입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그래서 연구소 기술 담당이나 공장 직원보다는 영업 사원을 최우선으로 대우했다. 세일즈맨들은 회사에 돈 벌어주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하지만, 돈 벌어오는 최전선에 서있다고해서 마케팅, 기술 지원, 물류 담당 직원들을 지원 부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들의 도움 없이는 내 일도 잘 할 수 없다.

즉 고객을 만나는 현장 뿐 아니라, 회사 내 근무 태도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화목한 가정이다. 집에서 불화가 있는 세일즈맨은 영업을 나가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다. 한국 3M에서는 늘 부부 동반 모임으로 야유회를 가고, 직원 자녀를 위한 행사도 많이 했다. 가족이 행복하지 않으면, 영업 사원도 행복하지 않다. 불행한 영업 사원이 어떻게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겠는가? 결국 영업 사원에게 가족은 최우선으로 챙겨야하는 고객이다.

자, 여기서 잠깐... 과연, 영업 사원만 그럴까?

우리가 일을 해서 월급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나의 재능과 시간을 세상에 내다파는 일 아닌가?
회사에서 나를 채용하는 것은, 자기소개서라는 상품 설명서를 읽고, 면접이라는 제품 홍보 설명을 들은 후, 월급을 주고 나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면접자가 나의 첫 고객인 것이다. 
 
영업을 잘하는 첫번째 비결은 이 깨달음에서 시작한다.

세상 모든 일은 영업이고, 세상 모든 사람은 나의 고객이다.

영업으로 배우는 세상 이야기, 다음 시간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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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4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나를 왕따로 만드는데 앞장 선 두 녀석이 있다. 그들은 내 외모를 가지고 기억하기도 싫은 별명을 만들고, 그 별명을 널리 보급한 아이들이다. 지금도 동창회에 가면 아이들은 내 이름을 기억 못한다. 별명으로만 불렸으니까. 그 둘은 반에서 2~3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도 좋았고, 집도 부자였는데 왜 그렇게 나를 놀려댔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 둘은 성격이 별나게 잔인한 면이 있었다 쳐도, 왜 나머지 반 아이들은 모두 동조했을까?   

어슐라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을 읽고 어렴풋이 짐작해 볼 뿐이다. 입시지옥이라는 기형적인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은 따돌림으로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푸는게  아닐까. "야, 재미로 그러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냐? 쪼잔하게?" 나는 죽도록 괴로운데, 아이들에게는 그냥 사소한 놀이였던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때의 교실은 정글이었다. 늑대가 몇 마리 있고, 나머지는 다 양들인데, 희생양 하나만 늑대에게 헌납하면, 나머지 양들에겐 안전이 보장되는 삶. 늑대가 그 양을 잡아 먹는 동안, 남은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는 세상...

 


(어슐라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간단한 줄거리가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를 보시길...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107/h2011073120301724370.htm)

예능국 PD로 10년을 일하다, 나이 40에 문득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어 드라마국 사내 공모에 지원했다. 그때 주위 예능국 선배들은 다 나를 말렸다. "드라마국 피디들은 텃세가 심한데, 거기 가서 왕따 되면 어쩌려구 그래?" 그 순간, 고교 시절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형, 저는 왕따되는거 별로 겁 안나요."  

난 이제 왕따는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건 딱 하나다.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것... 

따돌림을 통해 내가 배운건 하나다. 내 인생의 주체는 나다.
나는 더이상 남들의 시선, 비아냥 이런거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산다. 

인생이란 참 재미있다. 아무리 죽을만치 괴로운 일이라도, 지나고나면 다 농담의 주제가 되고, 자기소개서의 소재가 된다.

난 이제 더이상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나를 괴롭힌 두 놈 덕에 난 더 행복해졌으니까. 참 고마운 녀석들이다. 

나는 그 고마운 두 친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언젠가 내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 극중인물에게 친구의 이름을 붙여줄 것이다.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 피우는 남편, 수사물에 나오는 연쇄살인마...  그런 배역에다 친구들의 이름을 붙여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름을 온국민의 유행어로 만들어 줄 것이다.

"에라이, 준철이 같은 놈아!" "이 천하에 재국이 보다 나쁜 놈!" 



이것은 내게 아름다운 사춘기를 선물해 준 두 친구를 위한, 나의 작은 성의다.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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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ystal 2011.11.10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분들만약그드라마방송된다면속으로뜨끔뜨끔들하시겠다 ㅋㅋ

  2. 쏘옹지이! 2011.11.10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완전 통쾌한 복수네요! 그 두 사람이 피디님이 만드신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었다면 더더욱요!

  3. 김숙진 2011.11.11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 소심한 복수가 아닌.. 통쾌한 복수 입니다.

    • 김민식pd 2011.11.12 07: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은 작가님들의 애용 바랍니다. 저 두 이름... ^^ 아, 물론 저 이름들은 가상의 이름이지요. 절대 실제 인물과 관계없답니다. 저얼때루... ^^

  4. 2012.05.06 2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2.05.07 07: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운동 좋지요. 열심히 하시면 몸도 만들고 건강도 챙기고.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겁니다. 운동하느라, 상대에게 이 가느라 나 자신의 삶에 피해가 가서는 안됩니다. 내 자신이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거든요. 화이팅!!!

  5. 5252 2012.05.30 0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글 보니 극복하시는데 십년 걸리셨다하셨네요. 전 더 어린 나이 때 겪어서 그런지 십년으로 부족한거같아요 ㅋㅋ 어떻게 이겨내실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ㅎㅎ

  6. 박JH 2013.01.04 0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피부병 때문에 중학교3학년때 심하게 학교폭력을 당했습니다... 지금 21살이 됬는데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못벗어나고 당장 찾아가서 절 왕따시킨 아이에게 복수하고 싶은 생각만 듭니다.. 아직도 그 때가 종종떠오르고 그럴때마다 눈에 부엌에 있는 칼이 들어옵니다... 그러곤 상상이 시작되요... 어떻하지요.... 그아이는
    결국 양아치세계로 아예 길을 접어들어서 지금 페이스북을 보니 전신문신을 하고있더군요... 같이다니는 5명도 모두 그렇게 문신을 하고 아직 어린나이인데 외제차까지 끌고 다녀요... 아....정말 힘드네요.. 살기가....

  7. 가읃 2015.08.10 0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긍정적인모습 본받고싶습니다 저도 그럴려구요 절 괴롭혓던넘들 이름 하나도 잊지않고 다 기억할겁니다. 저도 왕따를 당한적있는데 군중심리랄까 왕따가 있는 반에는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밖에 없는듯하다고 생각해요 왜그러는지는모르겠지만 나머지아이들도 절 놀리더군요..ㅋㅋㅋ...그 충격에서 벗어나지못햇어요 아직도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오네요..
    저도 님처럼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님 말 처럼 어린시절의 충격으로 아직까지도 하고싶은일 못하고 집에만있는다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련을 준 애들한테 고마운게 하도 혼자있는시간이 많다보니까 이제 혼자가편하고 혼자라는사실이 무섭지도않습니다ㅋㅋㅋㅋㅋ그리고 외로움도 덜타구요 눈치도 보긴하지만 남보다는 적게 보게되더군요...어쩌면 내게 아주 커다란.ㅡㅡ..깨닳음을 준 아이들이 아닌가싶은..님글을보며 이런저런셍각하다갑니다ㅁㅋㅋ

  8. 섭섭이짱 2018.02.04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왕따 당한 얘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하는것도 힘든데, 그걸 이렇게 유쾌하게 이겨내신걸 보면 PD님은 대단하세요. ^^ 이런 긍정의 힘은 어디서 나오시는건지 정말 궁금해요..

    그리고, 공유해주신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소설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줄거리만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지금 보니 공유해주신 한국일보 링크는 사라진거 같아 다른 곳을 찾아보니 몇개의 글이 보이네요.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글을 읽어보세요.

    [아침을 열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http://hankookilbo.com/v/6c3c4f328fdf4babb5f6c669cd87e07f

    [오멜라스를 떠난 이들은 어디로 갔나?]
    http://h21.hani.co.kr/arti/HERI/H_special/41724.html

  9. 2018.02.04 2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 정은 2018.02.05 0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요정님의 호탕한 웃음으로 상쾌한아침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요정님의 드라마에서 그 분들의 이름을 만난다면.... 보여주신 예시대로 저도 맘에 안 드는 사람에게 실컷 부르겠습니다. (드라마 홍보도 할겸요...^^v)

내 어린 시절은 별로 회상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엄한 아버지 아래서 컸는데, 공부를 못한다고 허구헌날 맞았다. 성적표만 나오면 빗자루, 총채, 구두 주걱 오만가지 물건이 다 매로 변했다. 하루는 성적표가 오기 전날, 매가 될만한건 다 숨겼는데, 아버지는 전기 코드를 뽑으셨다. 다음날 보니, 온 몸에 뱀 문신을 한 양, 벌건 줄자국이 웃통을 휘감고 있었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문과 취향이었는데, 아버지의 욕심은 아들을 의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교 2년부터 이과를 다녔다. 그러니 성적이 잘 나올 턱이 있나. 고교 내신은 15등급에 7등급이었다.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의대를 가려면 1등을 해도 간당간당한 판국에 말이다.

늘 집에서 맞고 다니느라 표정이 우울했다. 그랬더니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빼빼 마르고 새카만 얼굴에 늘 울상이라, 반에서 제일 못생긴 아이 1등으로 뽑혔다. 정말 살기가 너무 괴로운 시절이었다... 

별로 자랑스럽지 못한 옛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건, 어제 영화 '돼지의 왕'을 보고서다.
영화에서 중학교 아이들을 나누는 기준은 선명하다. 주위 친구들을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은 '개'들이다. 그런 개들에게 맞서 대항할 생각도 못하고, 피둥피둥 살만 찌우고 사는 것은 '돼지'들이다. 돼지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 눈 앞에 놓인 먹이를 열심히 먹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살찐 돼지는 개들의 먹이가 될 뿐이다. 돼지의 행복은 눈 앞의 먹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개들과 싸워 자유를 찾는 것인데, 돼지들은 결코 그 생각을 못한다.

 

(영화 '돼지의 왕' 감히 2011년 한국 영화 중 최고 걸작이라 평한다. 강추!!!)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살을 결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들에게 복수하고, 돼지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나도 그 시절,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다...

답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였으니까. 집에서도 힘들고, 학교에서도 괴로웠다. 의사가 될 자신도 없지만, 의사로 살아갈 자신도 없었다. 결국 탈출구는 없었다. 무엇보다,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가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그거, 사실 바보같은 생각이다.
자살은 나를 가장 괴롭힌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아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그 생각하니까, 못 죽겠더라. 무엇보다, 내가 죽어버리면, 나더러 찌질하다고 놀려댔던 녀석들이 '것봐라, 그 놈 진짜 찌질하다니까!'하고 놀릴까봐 약 올라서 못 죽겠더라.

다른 방법으로 증명해주고 싶었다. 나는 찌질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위해서는 일단 살아야했다.

왕따가 세상에 맞서는 법?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 이목 따위 신경쓰지 말고, 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저지르며 사는 것이다.

나는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고교 시절, 자살의 유혹을 이겨냈던 어느 날 이후, 
내 삶은 내가 스스로에게 준 상이다.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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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프네요 다행이구요 2011.11.07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살아낼 뭐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청춘, 그땐 잘 안보이는 거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정말 찌질해서 놀림 당하던 남자애가 있었어요.
    기억엔 거의 없구요, 저도 저학년이었고...

    전 생후 6개월 이후 아빠가 없었어요.
    선생님이 눈 감고 손을 들라고 해서 (누구랑만 사는 사람, 혹은 안 사는 사람... 검사했잖아요)
    전 정말 착실한(?) 보통 어린이어서 손을 들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새 학기 마다 힘들 걸 알면서도 거짓말은 하면 안된다 배워 손 들고 상처 받고...

    1,2학년 땐 몰랐지만 3학년인지 4학년 땐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암튼 어린 마음에 참 사는 게 힘들다(? ㅋㅋ) 하고 있을 때
    있는지도 잘 몰랐던 그 시커멓고 놀림 잘 당하던 아이가
    (제 짝이 되었을 때 우리 반에 이런 애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음)
    겨울 방학 끝나고 오니 죽었더라구요. (여름방학인가??)

    거의 1년을 모르던 아이, 참 조용했고 그어 논 책상 위 줄 절대 넘지 않던 그 아이가
    짝꿍 되고 일주일인지 한 달 만인지 말 트고 봄방학 후 와보니 없는 거에요.
    사고였겠죠.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내 짝이 죽었다는 게 이상했죠.

    신기한 건 다음날부터 아이들이 그 아이를 기억조차 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
    참, 이상했어요. 묘했구요.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었답니다.
    잘 해줄 걸... 내가 아이들에게 기대했던 것처럼 그냥 잘 해줄 걸...

    전 사람들에게 잘 보일려고 하는 마음이 정말 컸어요.
    친구들이 처음엔 "쟤 아빠 없데! 우리 엄마가 놀지 말라고 했어!" 했다가도
    저랑 친하게 지내게 만들려면 조금은 남보다 노력을 해야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데
    시크하게 전따 시키며 살면 되는 문젠데 말이죠.
    저도 엄마에게 지긋지긋하게 맞았지만 그래서 죽고 싶었지만 커보니 다들 맞았더라구요. ^^

    전 늘 운이 좋아 잘 넘겼던 일들 똑같은 문제로 방황하고 인생 전체를 망치던 아이들...
    선택할 수 있는 것보다 선택할 수 없는 게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에겐
    세상이 좀 더 관대하고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아이들끼리 라도... ^^

    • 김민식pd 2011.11.09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요. 때론 세상이 너무 잔인한거 같아요. 아이들도... 그런데 그런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 삶의 고마움을 더 잘 알고, 생을 즐기더라구요. 아무런 고통 없이 큰 사람은 나이들어 시련이 오면 오히려 쉽게 무너집니다. 시련을 이겨낸만큼 더 강해진거에요. 어쩌면 인생은 고통도 행복도 총량제한제인가봐요.

    • 첨밀밀88 2016.07.27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슬프네요님 글 잘 읽었습니다. 주제가 그런건지 묘하게 글을 잘 쓰시는 것인지 모르지만 훌륭한 글 같아요.

지금은 tvN 사장으로 계시는 송창의 선배님과 몇년전 술자리에서 나눈 얘기다.
"민식아, 너 올해 몇이니?"
"마흔입니다."
(송 선배님, 무릎을 탁 치시며) " 캬~ 좋을때다!"
"예?"
"남자 나이 마흔이면, 참 좋을때라고."
"에이, 선배님. 마흔이 뭐가 좋아요. 스물이 좋고, 설흔이 좋지요."
"니가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래. 스물은, 저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르는 나이고, 설흔은, 하고 싶은건 있는데, 할 줄을 모르는 나이고, 마흔은, 저 하고 싶은 걸 이제야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나이지."

 

(대한민국 예능연출의 최고 대가이신 송창의 선배님.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5&artid=201109281534101&pt=nv 
송창의 PD님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사진을 퍼온 레이디 경향의 기사나 책을 보아도 좋을듯~^^)

생각해보니, 나의 20대도 방황의 연속이었다. 하고 싶은게 뭔지 몰라서...
공대생에서 영업사원으로, 다시 통역사에서 예능 PD로, 20대에는 2년에 한번씩 직업을 바꿨다. 
흔들리는 삶, 그것이 청춘인가?

흔들리는 청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눈 앞의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보라.'

자전거를 타고 달릴때,  코 앞의 도로만 쳐다보면, 울퉁불퉁 요철도 많고 길은 험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 멀리 뻗어있는 길을 보라. 멀리 보는 시야에는 흔들림이 없다. 

인생의 선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눈 앞의 이익을 좇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손안의 기득권만 움켜쥐고 있으면, 저 앞의 희망은 놓칠 수 밖에 없다. 20대, 여러분이 가진 조건이 무엇이건, 여러분이 가진 꿈에 비해서는 초라하다고 믿어라.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여기가 내 인생의 종착점일수는 없다고 믿어라.

인생, 생각보다 길다... 그 긴 인생 중 딱 10년만 투자한다면, 어떤 인생이든 바꿀 수 있다.

20대에 난 영어 독학에 목숨 걸었다. 하지만 외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영어를 버리고, 연출의 삶을 택했다. 나이 설흔에 택한 직업, 예능 PD. 영어와는 전혀 관계없는 직업이었다. 누군가 10년간 공부한 영어가 아깝지 않냐고 물었다.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내가 10년간 독하게 공부해서 얻은건 영어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 자신감으로 예능 PD도 도전하고, 나이 마흔에 드라마 연출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스무살, 그대의 청춘이 흔들리는건, 하고 싶은게 많기 때문이다. 이거 나쁜거 아니다. 좋은거다.
난 흔들리는 여러분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
흔들림이 없다는건 고민이 없다는 것이고, 꿈도 없다는 뜻이니까.
20대에는 욕심이 많아야한다. 돈이나 조건 이런거 말고, 꿈에 대한 욕심이 많아야한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고 믿어야한다. 

20대에는 꿈을 찾아 헤매고, 30대에는 찾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40대에 이르러 꿈과 현실을 일치시키는 삶, 이것이 우리의 길이다.
  
20대, 하고 싶은 건 많으나 정작 시도해보지 않으면,
30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주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며 살고,
40대, '도대체 내 인생은 무엇이었나?'하고 후회하게 된다.

흔들리는 삶? 바꿔 말하면, 설레이는 삶이다. 
설레이는 꿈을 안고, 오늘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 
후회없는 삶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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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ystal 2011.11.03 1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회없는삶을위하여오늘도열심히!!!!

  2. 참치양 2011.11.03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꿈을 이루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해 요새 계속 알바를 하는데요 이렇게 알바를 해서 언제 꿈을 이룰까..내가 원하는 그것을 진정 이룰 수 있을까.. 하고 잠자기전 침대에 누워 마음이 무거워지는 생각만 하면서 꿀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이 글이 힘이 되네요 다른 분들도 퐈이팅!!!!!!!ㅎ

    • 김민식pd 2011.11.05 2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무 멀리 내다보면 생활이 피곤해요. 오지 않은 일은 고민하지 마세요~ 지나보면 결국은 오지 않았던 일을 고민하느라 보낸 시간과 열정이 아까워요.

  3. Bonnie.P 2011.11.04 0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들리는 저의 청춘에 위로가 되는 말씀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김민식pd 2011.11.05 2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 흔들림, 그 설레임을 잊지 마세요. 제 주위 중년의 친구들에게는 이미 사라져버린 아쉬운 덕목이거든요.

  4. 채집자 2011.11.04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키아~ 정말 눈물 찔끔나게 위로받은 글이라 뷰온 한 번 더 누르고 싶었는데ㅠ 안해주네요ㅠㅠ

  5. 323232 2011.11.09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ㅠㅠ 읽다가 울컥했네요~ 가뜩이나 학교졸업을 앞두고 진로고민으로 속썩이고 있었는데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에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도 마흔이 되었을 즈음 김민식피디님처럼 젊은이들에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어요~^^

    • 김민식pd 2011.11.09 0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20년전 제 모습을 떠올리며 항상 글을 씁니다. 살면서 늘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하거든요. 늘 불안했던 저의 20대에게, '괜찮아, 다 잘될거야.'라고 얘기해줍니다. 그때는 왜 늘 작은 일에 그리 흔들리며 살았는지요...

  6. 강냉돌이 2012.02.26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쭉 읽어오던중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록 대입에늦은 22살.. 소위 지잡대다.... 이것이 저의 거처가는 정거장이었을뿐 학벌이 문제가 된다고 느껴지면 편입을 할수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있는것이고 아직 22년밖에 살지않은 저에겐 생각보다 많은 갈림길이 존재하고 있다는걸요.. ...정말 이 블로그를통해 엄청나게 많은걸 배우는것 같습니다. 근미래에... ... 꼭 mbc의 후배pd로써 인사드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정진하겠습니다.


PD공채를 앞두고, 막바지 몰아치기 특강하느라 한동안 바빴다.
간만에 공짜로 즐기는 세상 이야기 하나.
 
세상을 제대로 즐기려면, 대접받을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난 외모도 별로지만, 평소 차림새도 허술하다. 명품으로 휘감고 사는 PD들 많은데, 나는 천성이 짠돌이라 죽어도 그런 행세 못한다. 

몇년전 촬영을 할 때 일이다. 보통 촬영장에 밴이 오면, 연기자는 안에서 대기하고, 코디나 매니저가 나와, 무슨 씬을 촬영하는지 물어본 후, 의상과 소품을 준비시켜서 나온다. 우리 촬영장에 처음 나온 코디였다. 두리번거리다 나한테 와서는 지금 몇 씬 찍느냐고 물어보길래 알려줬다. 이것저것 물어본 코디의 마지막 질문. "근데, 여기 감독님은 누구세요?" 

보통 이런 식이다. 촬영현장에서 난 주로 FD나 스탭으로 오해받는다. 하긴 어떤 배우는 나를 보고, '요즘은 드라마 스탭도 외국인 노동자를 쓰나보지?' 했단다. 뭐, 대충 이런 식이다. 

남들 시선 의식하면, 꾸미기도 하고 허세도 떨어야하는데 난 그런거 딱 질색이다. 왜 남들 보라고 돈 쓰나? 난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서만 돈을 쓴다. 직장 생활 20년이지만, 명절에 회사 상사에게 선물 한번 한 적 없다. 정말 예뻐하는 딸이 둘이지만, 돌잔치도 해 본 적 없다. 남에게 대접하기도 싫고, 대접받기도 싫다. 

 
(둘째딸 민서 돌사진. 난 돌잔치도 싫고, 꾸밈비도 싫다. 겉치레를 위해 왜 몇천만원씩 쓰나? 돌잔치 안해도 내 딸은 충분히 이쁘고, 충분히 사랑스럽다. 굳이 돈들여 남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말이다.)

난 남들 시선, 남들 의견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내 마음만 챙긴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욕을 좀 먹는다? 그럼 그만둔다. 왜? 나는 소중하니까. 프리랜서하고 살면 되지, 뭐. 더 재미난 직업을 찾고싶다? 그럼 일단 지원한다. 왜? 떨어져도 괜찮으니까. 지원하는 건 내 마음이고, 떨어뜨리는건 그들의 마음이다. 난 남들 마음은 신경쓰지 않는다. 무언가 하고 싶은 내 마음만 챙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한다. 무슨 일이 하고 싶어도 실패할까봐 아예 시도도 안한다. 즉 남들이 거절할까봐, 지레 겁먹고 자기 자신을 거절하는거다. 남이 나를 거절할 수는 있어도 나까지 나를 거절하면 쓰나!

정말로 스스로를 대접하려면, 남들 의견 신경쓰지 말고 들이대며 살아라. 떨어져도 상처받지 말고. 그건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그런 일로 기죽기에 난 너무 소중하다. 남 눈치 안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정말 열심히 살 수 있다. 열정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일에서 보람을 찾아 진정으로 행복해진다. 

다른 사람 대접, 하지도 말고, 바라지도 마라. 그대 자신을 대접하라. 왜? 당신은 소중하니까!  
Follow your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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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ystal 2011.11.02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은있지난막상실천하기어려운달콤한유혹인거같아요 그런유혹을뿌리치고주관있게살아가시는모습보면서또맘에새기고갑니다아~~~~^^

  2. 채집자 2011.11.02 1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히 피디님!! 민서 사진 똘망똘망한 눈이 피디님하고 닮았어요^^* 전 힘들 때 동네 산부인과에 가요. 신생아실 가서 애들 보고 있으면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거든요. 오늘은 민서가 힘을 주네요ㅋㅋ

  3. 민정 2011.11.03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서당ㅋㅋ 빼꼼하게 고개를 내민게 너무 귀여워요^^* 과자는 맛있게 먹었는지, 요새도 백설공주 놀이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_+ 아유 귀여워ㅎㅎ

    • 김민식pd 2011.11.05 2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젠가 먼 훗날, 민서가 커서, 이 블로그를 찾아왔다가 이 글을 보고 하나만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 아빠가 민지와 민서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

  4. 2011.11.04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정말 신경이 안쓰이시는 거에요
    아님 신경안쓰려고 노력하시는건가요??
    저는 남들 시선 신경 안쓸꺼다 안쓴다 겉으로는 해도
    속으론 신경쓰이거든요
    신경안쓰이는게 진짜 가능한건지
    진짜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은 신경안쓰겠지만.. ㅋㅋ
    남 시선을 정말 신경안쓰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요 ㅋㅋㅋㅋㅋㅋ

  5. 섭섭이 2016.11.10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 이런 모습 때문에 PD님을 더 존경하게 된다니까요. ^^ . 멋지세요

    앞으로도 이 소신 계속 지키길 바라겠습니다.



    • 김민식pd 2016.11.11 0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섭섭이님이 좋게 봐주셔서 그렇지요.
      실수로 5년 전 글을 재발행했어요.
      사진을 찾다가...
      예전 글을 다시 보니 살짝 민망하네요.
      그 사이에 나이들어
      비겁해진 걸까요? 현명해진 걸까요?
      답은 제 안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어요. ^^

  6. 언터처블 2016.11.10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어가는 주름이 자꾸 신경쓰여요.
    '대접'받고 싶은 마음일까요?
    ..
    피디님 글에 (있는그대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갑니다.

    • 김민식pd 2016.11.11 0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월과는 싸워서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
      그냥 마음 편하게 지려고요.
      나이듦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벙커원 특강의 하지현 샘 강의를 추천합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다. 페이스북 친구 중 하나가 '1번도 싫고, 10번도 싫어요. 배일도를 찍어야하나?'라는 글을 남겼다. 첫 반응은, '아니, 왜?'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갔다.

요즘 투표에 관련해서 날마다 올라오는 뉴스를 보면 정치에 염증이 난다. 인물 검증이니, 흑색 비방 선전이니, 후보마다 온갖 논란에 시달린다. '에이, 다 그 놈이 그 놈이야.'라는 생각이 들고, 이럴바에야 투표는 뭐하러 하나 싶다.

당첨! 그게 바로 저들의 노림수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 깔끔하게 정리해드리겠다. 

정치판이라는 링 안에서 한나라랑 민주 두 선수가 싸우는데, 둘 다 하는 짓이 참 한심한거다. 보다못해 구경꾼 중 하나가 링 안에 뛰어든거다. 야권 후보단일화라는 도전자 결정전에서 민주당을 눕히고,  챔피언 한나라당과 한판 붙게 된거다.  

구경꾼들은 다 열광하고 환호하고 난리인데, 막상 정치판에서 보자니 꽤심하다. '이거 이러다 아마추어한테 프로가 지는거 아냐? 자칫 이 싸움에서 밀리면, 누구나 한 판 붙자고 링위에 올라오는거 아냐?'
 
지금 한나라당이 인물 검증론을 앞세워 온갖 흑색 선전에 올인하는 이유? 구경꾼들에게 뽄때를 보여 주기 위해서다. '어디 감히 링 위에 올라와? 니들은 그냥 구경만 해. 왜? 정치는 더러운 게임이니까.' 지금의 비방전은 본보기용이다. 정치는 똥물 뒤집어쓸 각오하고 뛰는 프로들의 게임이니까, 점잖은 선비님들은 함부로 끼지 마. 이런 메시지를 전국민에게 날리고 있는거다. 

돈있고 힘있는 것들은 세상이 저들의 것인양 행세한다. 그걸 굳이 욕할 생각은 없다. 내가 보기에 그보다 더 나쁜 건, 돈없고 힘없다고 희망마저 버리고 사는거다. 쥐뿔 없어도 마치 세상이 내 것인양 살아야한다. 아니 적어도 내가 노력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은 가지고 살아야한다.

정치? 더러운 게임 아니다. 아니, 적어도 투표는 더러운 게임이 아니다. 돈 있으나 없으나, 힘 있으나 없으나,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게임이다. 누구나 투표권은 딱 한 장뿐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는 최고의 주권 행동이다.

포기하지 말라. 저들의 농간에 놀아나 정치를 포기하지 말라.   

눈들어 하늘을 보라. 정말 멋진 날씨 아닌가? 희망을 버리기에는 너무 멋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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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화~~ 2011.10.25 1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쌤...저 좀 감동 먹었어요~~ 이 글 온 서울시 길거리에 뿌리고 싶네요.^^ 전 경기도민이라 투표 못하지만 서울시민 모두가 꼭!!! 자기 자신을 위해서 투표했으면 좋겠습니다. 꼭!!!(참고로 전 시트콤사랑의 이미화라고 합니다.ㅎㅎ)

    • 김민식pd 2011.10.25 2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화님~~~ 방가방가!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언제 우리 시트콤 사랑도 만든지 10년 된 거 알아요? 10주년 기념 정모라도 해야되는데~^^ 블로그에서 뵈니 또 반갑네요. 근황 좀 알려주세요~

  2. Crystal 2011.10.25 1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시민이멋지다는걸낼꼭알려주구싶어서동네친구랑출근하기전투표장부터들리고출근합니다!!!아직희망을버리기엔너무아까워요 부디내일마지막에웃을수있도록서울시민들힘냅시다!!!!^^

  3. samson 2011.10.25 2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표가 이렇게 즐거운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아침 세수하자마자 투표하고 출근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아직 회사라는...^^;;


오로지 인생의 모든 것을 연애에 걸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의 연애 전략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였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 미리 조건을 정하는 사람이 있다. 종교는 뭐, 키는 얼마 이상, 월소득은 얼마 이상... 이거, 배부른 흥정이다. 세상에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데, 거기에 심지어 제한까지 두나? 난 맘에 들면, 다 만났다. 

학교 후배를 만났는데, '그래서 오빠는 종교가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난 항상 이렇게 답했다. 
'너는 뭔데?'

만약 상대가 기독교라고 하면, 이렇게 답한다. '나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님 말씀이 참 좋아서, 열심히 다녔는데, 요즘은 자주 못가네? 너 다니는 교회 목사님 말씀은 어때? 같이 가볼까?'
만약 상대가 카톨릭이라고 하면? '우리 어머니가 명동 성당에서 세례 받으셨잖아. 세례명 마리아셔. 내 로망이 뭔지 아니? 성당에서 결혼식 하는 거야.'   
만약 상대가 불자라고 하면, 간단하다. '우리 할머니가 절에 가서 3000배해서, 우리 아버지 낳으셨잖아. 우리집은 대대로 불교야.' 라고 답한다.

사실 뒤져보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교회 안 가 본 사람 없고, 친척 중에 성당 다니는 사람 한 둘은 있고, 3대 정도 올라가면 선조 중에 불자 아닌 사람 없다.
 
무슨 종교가 그렇게 줏대가 없냐고? 뭐, 줏대가 없기보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얘기겠지... 연애가...
좋게 해석하자. 인류애, 박애정신, 뭐 이런거다. 절대, 바람끼 아니다! ^^

'좋은 사람 있는데, 소개팅 시켜줄까?' 하고 물었을 때, '전 종교가 같은 사람만 만나요.'라고 하면, 이렇게 말해준다. '네가 만나봐서, 정말 좋은 사람이면, 그 사람이 믿는 종교가 뭔지, 한번 알아보고 싶지 않을까? 아님 그 좋은 사람을 네가 믿는 신앙으로 인도할 수도 있는거고, 응?'

종교를 맞춰가는 과정, 너무 힘들지 않냐고? 연애 하면서 그 정도 공도 못 들이나? 사람 하나 얻는 일인데 말이다.
 
난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다 공부했다. 89년, 신병 훈련소 시절에는 영어 성경을 완독했다. 왜? 책도 읽고 영어도 공부하고 싶은데, 신병 훈련소에서 읽어도 혼나지 않는 유일한 책이 성경책이었다. 고로 영어 성경 완독했다. 94년, 통대 입시를 준비하는데, 한자 시험이 자신없었다. 그래서 김용옥 선생이 강의하시는 도올서당을 다니며, 논어를 통독했다. 졸업 시험이 논어를 한문으로 통째 쓰는 것이었다.  96년에는 주일마다 소망 교회 곽선희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성경을 공부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인생사는 교훈을 배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절대 압구정 소망교회에 예쁜 여신도가 많다는 소문에 간 건 아니다.) 그러다 98년 지금의 집사람과 교제를 시작했는데, 장모님이 독실한 불자셨다. 요즘은? 장모님과 큰 스님들의 책을 공유하며 불경을 공부한다. ^^
 
내가 생각하는 종교 생활의 정의는 단순하다. 신앙 생활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스승님을 모시는 일이다.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에 의해 계승된 가르침, 종교는 우리 인류가 가진 최고의 문화 유산이다.

우리에겐 늘 멘토가 필요하다. 종교 지도자의 역할은 사회의 멘토다. 옛 성현의 가르침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풀어내는 역할 말이다. 요즘 법륜 스님이 진행하시는 '청춘 콘서트'나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은,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 최고의 배움터이다. 

법륜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벗'이라는 방송사 PD나 작가, 배우들의 모임이 있다. '길벗'에서는 10월 25일 저녁 7시, 여의도 사학연금회관(5,9호선 여의도역 1번출구)에서 법륜 스님을 모시고, 평소 방송 관계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여쭙고 스님의 답을 듣는 시간을 가진다.

'희망 세상 만들기' 강연의 일환으로 준비된 일반 공개 행사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오시기 바란다. 6시 30분에서 40분 사이, 강연장 입구에 나도 수줍게 서 있을테니, 혹시 오시는 분이 있으면, 아는 척 해주시길...^^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공짜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누구나 멘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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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제 출장 왔다. 행복한 영화 축제의 바다로 풍덩! 간만에 영화 얘기, 하나.


어제 부산 와서 처음 본 영화는 'I am'이다. 제목, 참 심심하다.  
이 영화에 끌린 이유는 감독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의 거장이다. 톰 섀디악 감독은 '에이스 벤추라'를 만들며, 무명 코미디언 짐 캐리를 영화계 최고 스타로 등극시킨다. 많은 이들은 짐 캐리의 출세작이 '마스크'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난 '에이스 벤추라'라고 주장한다.
이후 톰 섀디악 감독은, '너티 프로페서', '라이어 라이어', ' 브루스 올마이티' 등 재미난 코미디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다, 이 감독, 어느 순간 사라진다.

알고 보니, 몇 해 전, 자전거로 산을 타다 큰 사고를 겪는다. 심각한 뇌진탕에 활동 장애까지 겹쳐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다 한 순간, 마음을 고쳐먹고, '기왕에 죽을거 마지막 순례여행을 떠나자'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세계를 돌며 석학과 우리 시대 지성을 만난다. 데스몬드 투투 주교, 하워드 진, 노암 촘스키를 만나 카메라를 들고 묻는다. "What is wrong with the world?" 세상은 무엇이 잘못 되었고, 우린 무엇을 해야하나?

그가 만난 이들이 들려주는 얘기.
우린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사람에게 누군가 따뜻한 차와 먹을 것을 준다면, 그는 당장 행복해 질것이다. 
차 한 잔과 빵 하나에 행복해진다면, 그럼 차 100잔과 빵 100개를 가진 사람은 100배 행복해지는가?
아니다. 생존에 필요한 수준 이상부터는 단순한 탐욕이다.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우린 잊고 산다
우린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원하며 경쟁에 찌들어간다
그리고 지금 전세계가 소비지향의 문화로 빠져드는 이유는, 미국 문화의 영향이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미국 문화 때문에 세상이 병드는 것이다.
그럼, 그러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What is wrong with the world?" -세상에 무엇이 잘못되었나?-에 감독은,
"I am." -내 탓이오.- 라고 답한다. (심심한 영화 제목에, 이런 심오한 뜻이!)

내가 변해야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
나의 무분별한 소비 습관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돈을 더 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스트레스 받으며, 스스로를 죽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섀디악은 수천에이커의 비버리힐즈 저택을 팔고 작은 이동식 주택으로 이사한다.
인생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많은 돈, 큰 집, 비싼 차가 아니란 걸 깨달았기에...

그리고 그는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다.
자전거 사고로 다쳐 죽을 뻔했지만, 그의 새출발은 다시 자전거로 시작된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노래 가사로 영화는 시작한다.
What is wrong with the world, mama? (노래 'Where is the love?'의 첫 가사.)
영화는 존 레논이 옳다고 말하며 끝난다.
All you need is love.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은 필요 없다.

이것만 깨닫는다면 당신은,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예고편을 보시려면,
www.iamthedoc.com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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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ystal 2011.10.12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제를제대로즐기시고계신거같아부럽^^;;아~~~오늘은정말좋은글에감명받고갑니다아~~~

  2. 김숙진 2011.10.15 1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것이 다 내탓이오~~

    세상 살다보면 내탓이 아닌 일도 많더만..ㅋㅋ


정말이다. 생각해보면, 삶은 하루하루가 축제다. 어젯밤엔 서울 불꽃놀이 축제를 다녀왔다. 난 어려서부터 불꽃놀이를 유독 좋아한다. 이유는? 만인에게 평등한 공짜 구경이니까. 이 좋은 구경이 심지어 공짜라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나. 최고의 축제다.


멀리서 보는 불꽃 놀이도 좋지만, 무대 옆에서 음악과 함께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의 가사와 싱크를 맞춘 불꽃놀이!

 I see trees of green, (이때, 초록색 불꽃 팡!) red roses too. (붉은 불꽃이 장미처럼 하늘을 수놓고.)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파란 불꽃이 피었지만, 가사는 blue가 아니라 bloom^^)
And I say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고 색색이 불꽃이 터지는 멋진 장관까지~)
정말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화약을 가지고, 무기도 만들 수 있고, 이런 멋진 놀이도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나는 나의 상상력으로 오직,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 낮에는 과천SF영상축제에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공각기동대의 새로운 3D 영화가 상영된다길래 쾌재를 불렀으나, 안타깝게도 강연 시간과 겹쳐 볼 수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내일이면 축제의 도시 부산으로 가니까.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하루 3편씩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 예매한 영화 중엔 '괴물 3D'도 있다. 천재 봉준호 감독의 걸작을 이젠 3D로 만난다. 이미 극장에서 2번을 봤지만 또 봐야지! 앗싸~

연출 지망생을 위한, 영화 읽기 제안. '처음엔, 많은 영화를 봐라. 그래야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다. 다음엔 그중 특히 좋아하는 영화는 여러번 봐라. 그래야 앵글이나 편집, 촬영 콘티를 알 수 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줄거리 쫓아가느라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인다. 감독의 의도된 샷을 찾아보며 공부할 수 있다.' 독서의 요령이 그렇듯이, 영화도 다독과 정독을 병행하라.'      

지난 주에는 칸 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프랑스 칸느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했다. 나는 매년 이 행사를 찾아간다. 볼 때마다 많은 영감을 얻는 이미지와 영상의 축제다. 전세계 최고 광고들만 모아 상영을 하기에, 광고 전공 학생들과 미디어 전공자들이 많이 찾는다.
그곳에서 만나는 재기발랄한 광고도, 발랄한 청춘도 다 부럽기만 하다. 


광고제를 보고 나오는데, 어떤 대학생이 투덜거렸다. "1시간 반 내내 광고만 틀어대는데, 이걸 돈 주고 보러 온단 말이야?" 

인생은 무엇인가? 하루 하루 고통의 연속일까, 즐거움의 연속일까? 모든 것은 보는 이의 마음에 달렸다. 투덜거리며 살아도 하루가 가고, 즐겁게 살아도 하루가 간다. 기왕이면 재미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일체유심조.

삶은 축제다. 그냥 즐기시라. 
특히, 연출 지망생 여러분, 우리는 도끼눈 뜨고 무엇이 잘못되었나 지켜보는 비평가가 아니다.
시청자를 상대로 놀아주는 사람이다. 인생 즐겁게 사시라. 

끝으로, 칸 광고제에서 본 지면 광고 몇 장 올린다.    

자연산 방충제

졸업생 동문회 - 어비스 럭셔리 카 렌탈 서비스

60초마다 한 종이 멸종합니다. 동물 보호 캠페인

오이시 블랙티 - 카페인 강화로 정신 번쩍 나게 해줍니다.

삶은 축제다. 하루 하루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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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드 신 2011.10.09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 PD님! 매번 이렇게 좋은 글 포스팅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접하기 힘든 현직 PD님의 PD지망생들을 위한 글과 조언들 읽으면서 가슴 속에 뜨거운 열정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방송과는 성격이 다른 약학을 배우고 있는 대학생이지만, 이렇게 김 PD님의 블로그를 통해 야간 학교를 다니는 기분도 드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2. 김민식pd 2011.10.09 2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전공으로 공짜 피디 스쿨 다니시는군요~ 감사합니당! 칭찬은 블로거를 춤추게 합니당~^^

  3. 노승애 2011.10.11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초에 불꽃놀이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아세요?

    바로....... '간달프'랍니다! ㅋㅋ
    아... 너무 썰렁한가... 호빗마을에서 축제하던게 생각나서... 쩝... ^^;;;

    청명한 가을날.. 이제야 방문해 문안 올립니다..
    가내 & 사내... 평안하시지요?


MBC에서 근무하는 죄로 올 한 해, 참 많은 청탁을 받았다. 왜? '나는 가수다'의 인기 때문에... 한때는 정말 일주일에 서너통씩 전화를 받았다. 낯선 번호가 떠서 "여보세요?"하고 받으면, 다짜고짜, "잘 지내냐?"한다. "누구신지...?" "우리 동창회에서 봤잖아?" "아, 예..." "야, 동창끼리 무슨 존댓말이냐, 임마." "아..." "요즘도 MBC 잘 다니냐?" "뭐, 회사야 그냥..."
(난 첫 직업이 영업사원이었던 관계로 사람들에게 말을 잘 낮추지 못한다. 상대가 말 놓으라고 하면 어중간하게 말 꼬리를 흐린다.) "요즘 '나가수' 재밌더라. 네 빽으로 방청권 5장 얻을 수 있냐?"


이런 경우, 정말 난감하다. 사람들은 MBC 직원이면 다 방청권 구하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MBC 직원만 1500명이다. 이들이 매주 친구 한 사람씩만 데려가도 나가수 객석은 넘칠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에서는 사내 방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청탁을 피하는 법? 간단하다. 나도 안하면 된다. "어쩌냐? 나가수, 나도 한번도 못봤는데?" "뭐?" 사실이다. 명색이 MBC PD, 그것도 예능국에서 10년을 근무한 나도, 나가수 방청은 아직 한번도 못해봤다. 그럼 게임 오버 아닌가?

청탁을 피하는 나만의 요령이다. "감독님, 술 한 잔 하시죠?" "어쩌죠, 나 술 안하는데." "언제 공치러 가실까요?" "골프, 접었습니다." "그럼, 감독님은 뭐 좋아하세요?" "아침에 동네 산책하는 거?"

참 쪼잔해 보이지만, 이건 나만의 생존전략이다. 돈 안드는 걸 즐기고 살면, 세상에 약점 잡힐 일이 없다. 물론 가끔 주위에서 걱정해주긴 한다. "제작사랑 술자리도 자주 해야 일도 들어오고 그러는거 아냐?" 상관없다. 술 마시는 실력 보고 연출을 고르는 제작사라면, 내 쪽에서 사양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난 저 말 별로 안좋아한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다고? 물이 흐리면 고기가 죽는다. '나는 꼼수다' 장자연 사건 편을 들어보시라. 그릇된 술접대 문화, 적나라하게 나온다. '나꼼수' 참 재미있는데, 듣다보면 웃어야 할 지, 화내야 할 지 애매할 때가 참 많다. 아직 모르시면, 꼭 한번 들어보시라.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아니 그럼, 무슨 재미로 삽니까?" 난감하다. 꼭 술먹고 담배피워야 재미인가? 책 읽고, 영화 보고, 여행 다니는 건 재미가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걸,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다. 

요즘 법인카드를 받아 백화점에서 수천만원씩 긁고 다닌 어떤 분의 모습을 보며, 내 삶을 반성하고 있다. 아,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로만 수천만원씩 쓰는, 저런 대인배도 있는데...... 언론사 기자 생활하실때부터 대범한 풍모를 보이신 그 분의 모습에 새삼 부끄러울 뿐이다. 난 너무 소인배로 사는구나.
(내용이 궁금하시면, 기사 참조.
http://www.sisaseoul.com/news/articleView.html?idxno=46773)

어쩌랴? 내 그릇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을!

그냥 난 공짜나 즐기며 살아야겠다.
나같이 쥐뿔도 없는 사람이 쉴드 칠 수 있는 요령은, 겨우 이 정도다.
"어? 나 그거 할 줄 모르는데?"

여러분도 써먹어보시라. 
세상 살기 참~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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