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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어떤 작별 인사 이용마 기자의 삶을 다룬 다큐가 나옵니다. 지난 여름, 제작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고인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해달라고요. 문득 난감했어요. '이용마 기자가 떠난 후, 나의 삶은 어떠한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회사를 떠나 칩거중이라고 촬영을 피하고 도망다녔어요. 담당 피디의 전화를 피했더니, 문자가 왔어요. '^^ 아이고 형님, 형하고 나하고 무슨 원수도 아닌데 못할 말이 어디 있어요. 통화 좀 합시다요~~~' 내가 기억하는 이용마 기자의 삶에 대해 말해달라는 후배의 요청을 끝끝내 떨칠 수 없었어요. 결국 촬영에 응했지만,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러운 마음 한가득입니다. 피디가 물었어요. "이용마에 대한 김민식님의 생각이 점점 바뀐 게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2021. 11. 29.
외로움은 인생의 상수 어려서 나는 왜 그렇게 를 좋아했을까요? 20대의 저는 많이 외로웠어요. 공대를 다녔지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과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어요. 첫 직장에도 적응하지 못해 금세 나왔고요. 그런 제게 레트 버틀러는 참 쿨해 보였어요. 품행이 방정하지 못하다고 집에서 쫓겨난 남자. 상류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외톨이. 그런데 그는 외로움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어요. 모두가 전쟁의 광기에 빠져 남군의 승리를 점칠 때, 혼자 입바른 소리를 합니다. "북부에는 공장이 있고, 남부에는 농장이 있어요. 북군이 공장에서 만든 총과 대포로 쳐들어올 때 여러분은 면화솜으로 총알을 막을 건가요? 그 잘난 남부의 자존심이 여러분의 목숨을 지켜줄까요?" 20대 시절의 저는 버틀러의 반골 기질에 반했어요. 무엇보다 부러운 건, .. 2021. 11. 26.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책 2021년의 새로운 만남 매년 3만권 이상의 새로운 책들이 나오는데요. 그중 무엇을 읽을 것인가? 항상 고민입니다. 이럴 땐 눈밝은 저자들이 추천해주는 책을 읽습니다. 온라인 서점 에서 발간하는 는 제가 즐겨 읽는 잡지입니다.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무료잡지를 집어옵니다. (공짜를 좋아하는 짠돌이 본색!) 제가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님의 에세이도 있고요. 또 정아은 작가님의 책 소개 연재도 있어요. 2015년에 정아은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재미난 소설을 한 권 읽고 있다. 정아은의 '잠실동 사람들'. 그 중, 과외 교사 김승필이 지환이 엄마 박수정에게,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갖는 법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이 있다. 영어 스쿨에서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라 옮겨본다. "아이들은, .. 2021. 11. 2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첫 만남 94년의 첫 만남 1994년 봄,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저는 참 우울했어요. 치과를 돌아다니며 하는 외판 영업은 자존감을 갉아먹는 일입니다. 바쁜 치과 원장님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는 것도 힘든데, 당시 모시던 상사와 성격이 맞지 않아 참 힘들었어요. 힘들 땐 무엇을 할까요? 그나마 자신있는 일을 하며 자존감을 삶의 의욕을 고취시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종로 외국어학원이었어요. 대학 시절 독학으로 공부한 영어에 자신이 있었기에 접수대에서 물어봤죠. "이 학원, 최고 레벨 영어 수업은 뭐죠?" "통역대학원 입시반입니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교육비로 학원 등록을 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공짜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 퇴근하면 여의도에서 전철을 타고 종로로 달려가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하는 수.. 2021.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