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

짠돌이 서울 둘레길에 가다

by 김민식pd 2016. 3. 14.

드디어 봄!

봄이 왔어요!

겨울 내내 봄을 기다렸습니다.


짠돌이에게 겨울은 가혹합니다. 놀려고 하면 극장, 아니면 스키장. 다 돈 들어가는 곳 뿐이죠. 

날이 풀리면 공짜 놀이터가 본격적으로 열립니다.


공짜 취미로 등산만한 것도 없습니다. 등산이 어렵다면, 트레킹도 좋아요. 걷기 여행의 새로운 메카, 서울 둘레길을 찾았습니다.



7호선 종점 도봉산 역에서 나오면 창포원이 있습니다. 이곳이 서울 둘레길 전체 코스의 시작점이지요. 스탬프를 찍고 시작합니다. 


서울에 새로운 공원이 참 많이 생겼어요. 북카페도 있던데, 여름을 기약해봅니다.

바닥에 난 화살표를 따라걷다보면 중랑천을 끼고 이어집니다.

수락 리버시티 공원으로 올라갑니다.

아파트촌을 뒤로 하고 갈대밭을 지나 산으로 오르면,

속세를 등지고 선계로 떠나는 신선인양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얼음 사이로 부지런히 흐르는 개울을 만나면, 상춘객의 마음도 설렙니다.  

겨울 산은 설경의 풍미,

봄 산은 꽃산의 화려함,

여름 산은 우거진 녹음,

가을 산은 단풍의 적막, 

산은 철마다 다 맛이 다릅니다. 

산을 즐기다보면, 계절의 변화가 반가워요. 흘러가는 세월이 그리 야속하지만은 않아요.

서울을 사방팔방 둘러싼 산들의 허리춤을 따라 걷는 서울 둘레길. 그 길을 걷다보면 이런 갈림길을 자주 만나요. 푯말이 속삭입니다.

'정상까지 갈래?' 네, 정상으로의 초대는 다음으로 미루고, 저는 둘레길을 따라 걷습니다.

어려서는 꼭대기 정복을 욕심내었지만, 요즘 산행은 한 걸음 한 걸음 순례의 길입니다.


날이 풀리면 이런 쉼터에 앉아서 책도 읽고 갈 수 있겠지요? 책을 꺼내들기엔 아직 조금 쌀쌀합니다.

곳곳에 우수조망터들도 잘 조성되어있어요.

재잘 재잘 아이들의 소리가 산을 울리더니, 근처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나왔군요.

서울 둘레길에서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이런 리본을 쫓아가면 되거든요. 한동안 리본이 보이지 않으면, 가끔 다시 돌아가봅니다. 그럼 갈림길을 놓친 경우도 있어요. 가다 길이 아니면 돌아가면 됩니다. 어려울 것 없어요. 

리본을 따라 걷다보니 제주 올레길 걷는 기분이에요.

물론 올레길만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최면을 겁니다.

인간의 뇌는 감각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내가 그렇게 믿으면 뇌도 속아요.

대단치 않은 풍경에도 열정적인 리액션을 보입니다.

'우와아앗! 경치 죽인다!' 이렇게요. 

그럼 뇌가, 흥분해서 막 엔돌핀을 내요.

그게 짠돌이가 돈 안 들이고도 즐겁게 사는 방법입니다.


서울 둘레길은 아파트 인근 산책로와 연계가 잘 되어 있어 가볍게 운동 삼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바위를 캐던 채석장길입니다.

채석장 전망대입니다.

지도에 나온 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확인해둡니다. '제대로 가고 있구나.'

우리 인생에도 이렇게 지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걷고 있는 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면...

아, 그러면 길을 찾는 재미가 없겠군요. ^^

인생에서는 이게 터널인지, 꽃길인지 구분이 안 가는 순간이 많으니까요.

뇌에게 다시 속삭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는 꽃길이다. 여기가 꽃길이다.'


중간에 작은 사찰도 만납니다. 극락정토가 멀지 않았어요.

저 아래로 분주히 달리는 차들과 도시가 보입니다.

속세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리는 신선의 삶, 이것도 운치있군요.



7호선 종점 도봉산역에서 내렸는데, 반나절만에 수락산과 불암산, 두 개의 산 허리춤을 걸었습니다.


벌써 종점이네요. 어쩐지 배가 고픈게 이제 내려가야할 때인가 봅니다.


오전 9시 반에 도봉산 역에서 출발했는데, 벌써 오후 1시 반입니다. 중간에 마을길과 산길로 나눠지는데, 산길은 좀 힘듭니다. 가볍게 나들이 오셨다면, 마을길을 추천합니다. 시간도 꽤 줄어요.

종점 표지판에 나온대로 당고개역으로 갑니다.


서울 둘레길은 지하철과 연계가 잘 되어있어, 따로 도시락을 싸가지 않아도 됩니다. 3,4시간마다 마을이나 전철역이 나오거든요.


7호선 종점 도봉산역에서 시작해서 4호선 종점 당고개역으로 끝나는 트레킹 여행, 

4시간만에 서울의 끝에서 또다른 끝까지 걸은 기분입니다.


참! 서울 둘레길 1구간은 전체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습니다. 등산보다는 쉽지만 트레킹치고는 꽤 힘들어요. 가급적 여러분 집에서 가까운 둘레길부터 시작하는 편을 권해드립니다.


서울 걷기 여행 안내는 아래 싸이트를 참고해주세요.


네이버 지도랑 연계하면 길찾기도 아주 쉽습니다.


지도와 둘레길 스탬프 북을 얻어서 완주에 도전해보세요. 다 공짜에요! ^^


올 한 해 저의 목표가 서울둘레길 완주입니다.

산티아고에 못 가는 대신, 서울 둘레길 완주에 도전합니다.


서울은 제게 그야말로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니까요.




반응형

'공짜로 즐기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짠돌이 한강에 가다  (4) 2016.03.21
알파고의 시대, 잘 놀아야겠다.  (3) 2016.03.16
1일 1번 시간 버는 습관  (7) 2016.03.04
짠돌이 주방에 가다  (12) 2016.02.22
왜 운동은 고역인가?  (5) 201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