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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왜 운동은 고역인가?

by 김민식pd 2016. 2. 20.

경향신문에서 즐겨읽는 기사 중 하나가 전중환 교수의 '진화의 창'이다. 전중환은 '오래된 연장통'이라는 진화심리학 입문서의 저자인데, 우리 마음의 비밀을 진화 심리학으로 곧잘 풀어낸다. '왜 운동은 고역인가'라는 이번주 칼럼을 살펴보자.

'먼저 좋은 소식이다. 영장류 중에서 아주 유별나게, 인간의 몸은 장거리 달리기나 걷기처럼 지구력이 필요한 신체 활동을 매우 잘하게끔 진화하였다. 나무 위에서 생활했던 우리의 먼 영장류 조상은 별로 몸을 쓰지 않았다. 이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침팬지는 온종일 고작 3㎞ 정도 걷고 100m쯤 뛰고 나무를 한두 개 탄다. 반면에 칼라하리 사막에서 수렵-채집을 하는 부시맨들은 매일 무려 9~15㎞를 걷거나 뛴다. (중략)

이제 나쁜 소식이다. 우리 조상들이 수렵-채집으로 얻을 수 있었던 에너지의 양은 항상 빠듯했기에 인간은 불필요한 신체 활동을 가능한 한 줄이고 틈만 나면 쉬는 성향도 아울러 진화시켰다. 즉, 게으름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적응이다. (그러니 맘껏 게으름 피워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껏 남아있는 수렵-채집민들은 산업사회를 사는 현대인보다 매일 두 배 더 돌아다니고 고작 2200㎈ 정도만 얻는다. 이처럼 에너지 섭취량이 적은 상황에서는 신체 활동을 되도록 억제하는 것이 번식에 유리했다.

자연 선택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운동을 좋아하게 만들 이유가 없었다. 인류의 진화 역사 내내 우리 조상들은 그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항상 분주히 몸을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중략)

요약하자. 인간은 틈만 나면 쉴 궁리를 하는 장거리 육상선수로 진화했다. 게으름은 숨쉬기 못지않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에너지 섭취량이 늘 아쉬웠던 진화적 과거에는 되도록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장기간 몸을 쓰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게 된 오늘날, 이 본능은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162026465&code=990100

(기사 원문 링크입니다. 전체 기사를 보시면 더 좋아요.)

 

즉, 우리가 운동을 해야하는 것은 need의 문제고, 우리가 쉬고 싶은 것은 want의 문제다.

 

여행 가서 호스텔에 묵었는데,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직원에게 가서 뭐라고 할까?

I want to take a hot shower. 혹은

I need to take a hot shower. 둘 다 가능하지만,

직원의 협조를 구하기엔 후자가 더 효과적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하면, 뜨거운 샤워를 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욕망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내가 필요한 것이라고 하면, 뜨거운 샤워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요구다. 감기가 심하든, 열이 있든, 뭔가 찬 물에 샤워를 하면 안되는 사정이 있음을 내포한다. want와 need 중 후자가 더 강한 어필이다.

 

나는 시간 관리법을 좋아하는데, (결국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는 시간 관리에 달려있으니까.) 항상 need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want는 다음에 해결한다. 

 

전중환 교수의 글에 따르면, 우리가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필요의 문제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쉰다는 것은 욕망의 문제다. 늘어져서 편히 쉬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면, 필요에 의한 일을 놓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삶이 짧아진다. 인생을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운동을 먼저 하고, 나중에 쉬어야 한다.

휴일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 등산을 가는 것이다. 오전에 4~5시간 산을 타고, 집에 와서 점심 먹고 책 읽다 낮잠을 자는 게 이상적인 일과다. 늦잠을 자면, (즉 쉬는 걸 먼저 하면) 오후에 일어나 등산 나가기 쉽지 않다. 갔다와서 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늦은 거 그냥 제끼기 쉽다. 늘어나는 뱃살을 보며, 죄책감을 견뎌야 한다. 오전에 산을 타고 쉬면 낮잠도 달콤하고 휴식도 느긋하다. 

이걸 영어 공부에 도입해보면? (요즘 나의 사색은 기-승-전-영어 공부다. ^^) 

두뇌는 우리 몸의 5%도 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넘게 쓴다. 에너지 사용이 가장 많으므로, 뇌가 가장 좋아하는 건 어쩌면 멍하니 쉬는 것일 수 있다. 뇌는 게으름뱅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인간이 이룬 모든 찬란한 역사와 문화 유산은 우리 두뇌가 기적을 만드는 기관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7개, 8개 외국어를 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통역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뇌는 훈련을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늘어지면 한발짝도 나가기 싫은 게 우리 본성이지만, 연습만 하면 40킬로 마라톤도 완주할 수있는 것 또한 인간이다.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원하는 것보다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행위다.  

 

가만히 앉아 미드를 보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일이고, 

힘들게 소리 내어 영어 회화를 암송하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필요한 일을 먼저 하고, 원하는 일은 나중에 하시라. 그게 공부의 순서다.

 

 

또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중 찍은 사진.

하루 15킬로를 걷는 게 오랜 인간의 습성이었단다.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트레킹을 떠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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