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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짠돌이 주방에 가다

by 김민식pd 2016. 2. 22.

총각 시절이던 1999년에 신촌 현대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 교실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이었는데, 일종의 쇼맨쉽이었지요. '나, 이렇게 노력한다...' 는 걸 보여주려는. (네, 저 정말 절박했어요. 장가 가려고... ^^) 

당시 '토요 가정 요리'라는 수업을 신청했는데, 과목 선택은 실패였지요. 저는 된장찌개 끓이는 법, 고등어 김치조림 만드는 법, 이런 걸 배우려고 간 건데, 스끼야끼 전골, 팔보채 이런 고급 요리를 가르쳐주더군요. 신혼에 마님께 요리해 주려고 배웠는데, 정작 재료가 너무 많고 비싸고 복잡해서 둘이서 간단히 해 먹기 쉽지 않았어요. 몇번 안 하니까 금세 까먹게 되더군요. ㅠㅠ (마님은 결혼하니, 긴장이 풀려서 배운 요리도 안 한다고 하셨지만,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도 그때의 요리 수업은 참 즐거웠어요. 당시만해도 요리에 관심있는 남자가 드물었어요. 요리교실에 청일점이다보니,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는 아주머니들이 저를 불러다 "총각, 우리가 한 것도 좀 먹어봐, 남자가 보기에 간이 어때?" 하셨어요. 테이블마다 순시 다니듯 맛보러 다녔던 기억이... 딸 가진 어머니들이 여자친구 있냐고 몇번 물어보셨던 기억이 있어요. 싱글이었다면 소개팅도 꽤 했을듯. 어머니들은 외모를 안 보시거든요. 딸들에 비해서... ^^ 싱글남들에게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 수업, 추천 들어갑니다~^^

 

작년 가을 남미로 배낭여행 갔다가 다시 요리에 대한 열정이 타올랐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다들 각자 나름대로 요리를 하는데, 저는 늘 신라면만 끓여먹었거든요.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가 많아 슈퍼에 가면 널린 게 스파게티 소스랑 면이에요. 남미 여행 준비중이라면 파스타 만드는 법은 배워가면 좋아요.

세계 일주 가는 게 꿈입니다. 그래서 다시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어느 나라에 가든 슈퍼에 있는 재료들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찾아서. 레시피 100개만 익혀둬도 어디가서 굶지는 않겠지요.

 

요즘 '냉파'라고 '냉장고 파먹기'가 유행이던데요. 짠돌이 요리 교실의 취지는 간단합니다. 절대 요리를 위해 쇼핑을 하지는 않아요. 그냥 냉장고에 오래된 재료를 총동원하는 거지요. 뒤져보니 훈제 오리가 있다, 그러면 구글에서 '훈제 오리'를 치고 뒤에 자동 완성 되는 문구를 봅니다. 훈제 오리 볶음밥, 훈제 오리 부추 볶음밥, 등등. 비슷한 재료가 나오는 레시피를 찾으면 됩니다. 얼마나 좋아요, 공짜 레시피가 가득한 인터넷 세상~^^

 

 

주말에 마님이 일보러 나가시면, 제가 애들 밥을 차려줍니다.

 

조리하는 과정을 찍어서 마님께 수시로 보고 드립니다.

 

아이들의 반응도 꼭 올리지요.

 

큰 마님, 작은 마님, 세 마님을 모시는 삼돌이의 자세! ^^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잘할 때까지 계속 해보려고요. 어떤 일이든 연습없이 잘 할 수 있나요? ^^

 

 

주방에서 혼자 놀기,

남자 분들께, 꼭 권해드립니다.

취미가 요리다, 라고 하면 연애 성공 확률이 확실히 올라갑니다.

여자도 마찬가지죠. 대단한 요리가 아니라도 좋아요.

'오빠, 라면 먹고 갈래?'

이 한마디에, 남자들은 그냥 쓰러지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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