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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알파고의 시대, 잘 놀아야겠다.

by 김민식pd 2016. 3. 16.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걸 보고 든 생각, 

'음, 인공지능의 발달이 정말 빠르구나. 앞으로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잘 놀아야겠구나.'

인공 지능의 발달로 인한 기술 실업에 대해 저는 20년전에 고민한 적이 있어요. 1994년도 외대 통역대학원 다닐 때, 제레미 리프킨이 지은 '노동의 종말'을 읽었거든요. '산업혁명의 결과로 인간의 육체 노동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정보혁명의 결과로 인간의 정신 노동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고로 21세기는 역사상 최초로 인류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유토피아가 되거나, 혹은 대다수 사람들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어 대량 실업에 시달리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

당시 저는 책을 읽고 멘붕을 겪었어요. 2,30년 내로 정보처리기술, 언어 인식 기술의 발달로 자동통역기가 나오면 통역사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거든요. 일자리가 없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네, 일이 없으면, 놀기라도 잘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신나게 놀았어요.


학교 시청각실에서 남들은 CNN 보면서 영어 청취 공부할 때, 저는 미국 시트콤이나 '인기가요 베스트 50'을 보면서 놀았어요. '이렇게 노는 걸 좋아하니, 노는 걸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그래서 MBC 예능국 피디로 지원했어요.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로 '노동하다'랍니다. 앞으로 힘든 노동은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즐겁게 놀아야 할까봐요.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이 그랬다지요.

"알파고가 아무리 바둑을 잘 둬도 바둑을 두는 재미는 모르지 않나요?"


앞으로 인간과 로봇의 일을 구분하는 중요한 척도가 바로 재미입니다. 재미없는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재미난 일을 찾아 놀자구요.


구한말 서양문물이 처음 들어왔을 때, 서양 사람들이 테니스 시합을 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걸 보고 고종이 그랬답니다. 

"그렇게 힘든 일은 아랫것들에게 시키지, 왜 그리 고생을 하시오."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는 재미도 있는 법입니다. 


힘든 일은 로봇에게 양보하고, 저는 재미난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 재미난 일을 찾기 위해서는 또 잘 놀아야겠지요.

 

94년에 리프킨이 곧 사라질거라 경고했던 동시통역사라는 직업, 아직 건재합니다.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은 잘 두는지 몰라도, 구글의 번역은 아직 정말 안타까운 수준입니다. 기술의 발달은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는데, 컴퓨터에 대체될까봐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다면, 걱정 말고 계속 해야지요.





3패 후 1승을 거둔 다음날 경향신문 머릿기사 제목입니다. '인간 승리'

참 잘 뽑은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다 성공하면, '인간 승리'라고 했지요. 앞으로는 잘 놀다가 성공한 사람을 가리켜 '인간 승리'라고 할 것 같아요. 노예처럼 열심히 일만 하다 성공하는 건 '로봇 승리'지요. 죽어라 일만 하는 건 로봇을 따라갈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알파고의 시대를 비관하지 않습니다.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창의적인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시대가 되기를 희망하니까요.


ps.

'기본소득'의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할 때라고 느낍니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 같은 제도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으로, 생산성은 오르고 일자리는 줄어들 겁니다. 공급만 늘고 수요가 줄면 대공황이 올 수도 있어요.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나눠주고, 그 돈으로 소비를 하고, 그 소비를 바탕으로 기업이 돌아가고, 다시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은 세금으로 거두고, 기본 소득으로 나눠줘야 경제가 돌아갈 겁니다. 리프킨이 그린 21세기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설비를 독점하고 다수의 대중은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겁니다. 대량 실업에 맞서는 길은 '소비 파업'밖에 없습니다. 저같은 짠돌이가 대량 양산되겠지요. (짠돌이는 시대의 선구자.^^) 그같은 공멸을 피하기 위해, '기본 소득'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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