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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결혼, 꼭 해야하나요?

by 김민식pd 2015. 12. 6.
주말 연애 스쿨, 질의 응답 이어달리기입니다. 오늘은 여성분이 질문을 올려주셨네요.

Q:
pd님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그냥 저냥 잘 살고 있는 여자 사람입니다.
연애스쿨을 보다가, 그냥 pd님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대학원에 갈 때까지 연애를 쉰 적이 없었어요.
이 사람이랑 헤어지고 나면, 바로 다음 사람이 나타나고, 그 다음 사람이 나타나고...
저에게 연애라는 것은 그 때 그 때 느낌 좋은 남자를 만나서 예쁘게 추억을 만드는 '기분 좋은 과정'이었습니다.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지금은 어떤 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해서 전문대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그래서 그런지....이제 제 동년배들은 다들 결혼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 여친은 물론이거니와, 썸을 타다가도 '아.... 결혼..?..' 이 생각이 들면 잘 모르겠다고들 하는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소위 요즘 말하는 '조건'을 따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결혼에 임박한 나이이니 신중하게 사람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연애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나와 모든 조건이 다 비슷하되, 성별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고요. 그나마 이것저것 내려놓고 호감이 생길락 말락했던 동기 오빠, 남자사람친구는 본인도 결혼에 임박하니 이래 저래 생각이 많다면서 밀당을 장기전으로 시전하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면서 '결혼하기 전에 극진히 잘해줘도 결혼하면 식는다던데..이게 무슨 손해보는 장사일까...' 싶었어요. 이제는 결혼이란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pd님이 쓰신 글들을 읽어보니 남자는 잘생기면 얼굴값 ,못생기면 꼴값을 하느라 전부 다 바람을 피게 되어있다. 이런 결론들도 있던데 나름 동의도 하고요... 굳이 20대가 살기 힘든 이 팍팍한 세상에 내가 무슨 좋은 꼴을 보겠다고 바람 필 사람들에게 밑지는 장사를 해가면서 '결혼'이란 걸 해야하나...하는게 솔직한 심정이고요. 만약에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내 돈 내가 벌어서 나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 하고, 갖고 싶은거 사면서 살 수 있을 것도 같구, 바람 피는 상대방때문에 가슴 앓이 할 필요도 없구, 억지로 상대방 가족들한테 맞출 필요도 없고, 집 걱정 자식걱정 할 필요도 없고..... 이득 보는게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만 보는 연애에 지치고, 사회에 지치다 보니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비정상인걸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
방명록에 두 분이 질문을 올려주셨어요. 남자분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게 더 쉽거든요. 솔직히 제가 남자다보니 여성분의 입장은 잘 모릅니다. 결혼을 왜 할까... 네, 이 질문에 답을 하기가 참 어려웠던 것이... 한국에서는 분명 여자에게 결혼이 더 손해는 맞거든요. 말씀하신게 다 옳아요. 거기에 심지어 남자는 바람피울 가능성까지 다분하고... 뭘 굳이 이렇게까지 하며 결혼을 해야하나... 맞는 말씀입니다.

몇년 전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드라마를 연출했습니다. KBS 추노와 동시간 편성이었는데, 추노가 시청률 30%를 넘긴 시점에 첫 회가 나가서 흥행은 실패했지요. 골드미스라는 30대 중후반 미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며,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여성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나름 고민을 많이 했더랍니다. 30대 중후반의 미혼 중 의외로 예쁘고 똑똑한 여성이 많아요. 아마 님과 비슷한 이유일거예요. 능력 있고, 외롭지 않을 정도로 연애도 이어지고, 굳이 결혼이 필요한가?

제가요, 한때 연애에서 승승장구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 외모를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 의외로 착한 여자가 많더라구요. 동정심 많은. 지금 결혼 15년째 모시고 사는 우리 마님처럼? ㅋㅋㅋ) 마음에 드는 사람은 누구나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미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 있었어요. 실제로 그렇게 연애도 많이 했고요. 저는 그래서 연애지상주의자, 독신주의자로 살 생각도 했어요. 이렇게 연애를 즐기면서 계속 살지 뭐, 귀찮게 결혼을 하나.

그러다 나이 서른이 넘어 심각하게 결혼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자유연애라는 게 끝이 보이는 게임이더군요. 한계효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거예요. 20대에는 부담도 없고 즐겁지요, 30대도 어느 정도는 즐거워요. 문제는 40대에요. 주위에 40대 노총각 형들이 있었거든요? 그들의 모습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거예요. 카지노에서 평생 즐기다가 도박에 중독된 사람 보는 기분? 손 털고 일어나야 할 시점을 놓쳐서 계속 카지노에서 지는 게임에 몰두하는 도박광같은 느낌이었어요.

도박이라는 게 그래요.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대로 끝내기가 쉽지 않죠. 카지노에서 일어나야 하는 순간은 땄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려워요. 따는 중에는 누구도 일어나지 못해요. 다음판에는 더 크게 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조건 잃게 되어있습니다. 확률은 못 당하거든요. 모든 게임이 조금씩 하우스에 유리하게 되어있어요. 오래하면 할수록 돈을 잃습니다. 확률이란게 참 무섭거든요. 연애도 똑 같아요. 오래 할수록 지는 게임으로 갑니다. 가장 잘 될 때, 20대나 30대 초반에 딴 칩을 돈으로 바꿔서 (결혼) 손털고 나와야합니다.

지금은 20대 후반이니까 도박으로 치면 계속 따는 중일겁니다. 멋진 남자도 많구요. 하지만 30대 후반을 넘어가면 급격하게 우울해집니다. 내가 30대 후반의 골드미스라면, 나이 40에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하는데, 그런 남자들은 이미 다 결혼한 후거든요. 40이 넘어까지 아직 싱글 시장에 남아있는 남자라면 늙은 헌터입니다. 집토끼를 기르느니 평생 들에서 산토끼만 쫓아다니다 사냥의 쾌감에 중독되버린 야생의 헌터. 이런 사람은 길들이기 힘듭니다. 길들여질 사람이었다면 20대에 30대에 젊고 예쁜 여자들을 많이 만났을 때 길들여졌겠지요. 결혼 연령에는 나름의 마지노선이 있어요. 그 선을 넘기면 급속도로 결혼 시장에서 상대를 구하기가 우울해집니다. 심지어, 아, 내가 잘 나갈 때는 이런저런 조건의 사람도 만났는데, 겨우 저런 사람 만나자고 내가 그렇게 오래 기다린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거 위험합니다. 30대 중반에 만나는 사람을 20대 초반에 만난 사람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내 나이가 얼만데..... 연애나 결혼에서 분명 여자의 어린 나이는 자본으로 작용하거든요. 한계효용을 잘 보아서 최적의 상태일 때 연애에서 손 털고 결혼으로 매듭짖는게 현명합니다.

물론 막상 결혼을 하려면 겁이 날 겁니다. 저도 두려움은 있었어요. 저는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거든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하고 살아야 하는데, 결혼하면 자유를 잃지 않을까? 네,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결혼하고도 자유롭게 살 수 있어요.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되죠.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해외여행의 자유, 자유대한민국 국민으로 누리는 소중한 권리입니다. 누리고 살아야합니다.      

20대 후반이니 결혼을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진 마시구요. 아직 여유가 있어요. 90까지 사는 세상이에요. 앞으로 60년을 같이 살 사람이니 좀더 여유를 가지고 고르셔도 됩니다. 그리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진 마세요.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고 나오면 되지 뭐. 하고 생각하세요. 이혼이 크게 흉도 아닌 세상이니까요.

어떤 모임에 갔어요. 30대 후반의 미혼인 어떤 여성분이 40대 후반의 유부남이랑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 자리에 40대 중반의 총각도 한 명 있었거든요. 누가 와서 "유부남한테 시간 낭비할 거 뭐 있어. 저기 있는 저 총각한테 가봐." 그랬어요. 그랬더니, 그 여성의 말. "저는요, 새 차라도 티코는 싫어요. 차라리 중고 BMW가 낫지." ㅋㅋㅋㅋㅋ

결혼을 하지 않고 40대에 진입하면, 그 자체로 뭔가 결함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시선을 받게 됩니다. 진짜 억울한 노릇이지요. 차라리 돌싱들이 연애시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어요. '아, 사람은 괜찮은데, 첫 인연을 잘못 만났나 보다.' ^^ 그러니 이혼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결혼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실패해도 괜찮다, 라고 믿어야 시도가 쉽습니다. 이혼이 정 부담스럽다면, 동거도 추천합니다. 같이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있거든요. 동거도 뭣하면, 같이 해외 배낭여행을 한번 다녀보는 것도 좋구요. 여행만 한번 같이 해봐도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좋을 때잖아요? 20대. 연애라는 게임에서는 지금 한창 따고 있는 판입니다. 기억해두세요. 카지노의 확률을 이기는 사람이 없듯이, 세월을 이기는 연애지상주의자도 없다는 사실을.

두 딸과 몇년전 클럽메드 발리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20대에는 헌터로서 즐겁게 살았고요, 30대에는 마누라 바보, 40대에는 딸바보로 즐겁게 삽니다. 영원한 즐거움은 없어요. 그때 그때 그 순간에 가장 좋은 일에 집중하며 삽니다. 그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도 많거든요. 지금은 청춘을 즐기시고요, 언젠가는 아내로서 사랑받는 즐거움, 엄마로 사랑을 베푸는 즐거움도 누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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