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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2016-12 여자, 서른

by 김민식pd 2016. 1. 19.

'여자, 서른'이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만 들어도, '음... 힘들겠군...' 싶다. 여자는 흔히 20대가 최고라고 하는데, 서른에 진입하는 여자는 어떤 마음일까?

'내가 꿈꿨던 서른 살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번듯한 집에 그럴 듯한 차도 한 대 굴리고

돈 문제로 걱정도 안하고,

뭔가 근사한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물론 멋진 남편도 있을 줄 알았고.'

책에 나오는 작가의 고백이다. 나이가 들면 이 정도는 하고 살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간 가는 삶의 기준은 의외로 참 어렵다.

 

'다음은 2012년 한국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이다.

- 부채없이 30평 이상 아파트 소유

- 월 소득 500만원 이상

- 2000 cc 중형차 소유

- 해외여행 1년에 1차례 이상

 

(중략) 그런데 '중간 가는 삶'도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 약자를 돕고 강자에 대응할 것

-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중략) 다음이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이다.

-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어야 하고,

-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 주급을 절약해 매주 이틀간 검소하게 즐길 수 있을 것

-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 외식을 할 수 있을 것

-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립시킬 것

- 환경문제에 자기 집 일 이상으로 민감할 것

 

(중략) 우리의 성공에는 인격적 성취는 어느새 쏙 빠지고, 경제적, 권력적 성취가 자리 잡고 있다. 해외의 중산층 기준을 보면 먹고 살만한 정도의 부 외에 불의에 대한 항거 및 인격적 성취를 들고 있다는 점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 두어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이 있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 각 두어 벌이 있을 것

-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하나, 봄 경치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

-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 말을 하고 사는 것

우리네 조상님들이 '중산층'을 바라보는 기준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우리도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이루며 살았던 나라다.

(여자, 서른 46~52쪽 라라윈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중간가는 삶, 물질로 기준을 삼으면 답이 없다. 어른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사람이다. 흔들림없이 살아가야 진짜 어른이 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나도 나이 50이 목전인데 아직도 이게 잘 안 된다.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춰보고 아쉬워하고 그런다. 남들의 기준에 부대끼는 게 싫어서 책을 읽는다. 내가 바라는 이 기준은 과연 옳은가, 달성가능한가, 끊임없이 나를 돌아본다.

여자, 서른만 힘든게 아니다. 남자 50도 힘들다. 나이 들어간다는 게 그렇게 힘든 거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너와 내가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되는 나이였다.'

   (같은 책 129쪽)

얼마전에 소개한 책, '공부중독'을 보면 사회진출을 미루고 학교라는 시스템 속에 머무르는 이유 중 하나가, 학생이라는 신분은 출발선 전이고 무엇을 입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사회에 나오는 순간 보인다. 나라는 사람의 위치가 어디인지. 학교 다닐 때는 같은 학생이었는데, 졸업하면 서로가 가진 환경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여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려는 노력, 그 둘을 구분하는 지혜, 이 세가지를 얻어가는 게 나이가 드는 과정이다.

여자는 20대가 최고라는 이야기만 듣고 살다가 처음 30이라는 숫자를 접하면 두려울 것이다. 그럴 때는 먼저 살아본 언니의 경험담을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 다독 비결 12.

나이 한 살 더 먹는 건 누구나 힘들다. 그 나이가 처음이라 그렇다. 책 속에는 먼저 그 나이를 겪어본 사람의 경험이 녹아있다. 나 혼자 그런 것이 아님을 책을 통해 깨닫는다. 나는 요즘 노년을 준비하는 중년들의 체험담을 많이 읽는다. 책을 읽다보면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준다.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그 한 살 나이에 대한 책을 찾아읽는다. 나이 만큼 책을 더해가는 것, 그것도 다독의 비결이다.

서른을 먼저 겪은 언니가 들려주는 기쁜 소식.

'* 끝나지 않는 연애 시장

스물아홉에 솔로부대로 돌아오며 가장 두려운 말은,

"멀쩡한 남자는 다 짝이 있다. 남아 있는 것은 돌싱 아니면 이상한 놈이다."

였다. 물론 이 말은 몇 년이 지나자, "멀쩡한 남자는 다 결혼을 했고"로 바뀌었다. 즉 지금 내가 괜찮은 남자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단정적인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30대의 연애 시장에 들어서자, 의외로 괜찮은, 멀쩡한 남자들은 차고 넘쳐났다.

그냥 일하느라 바빠서, 여자에게 별 관심이 없어서,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혼자인 남자들도 수두룩했던 것이다. 어쩌면 멀쩡한 남자는 다 짝이 있다는 말은, 서른 이전에 짝을 결정지은 친구들이 자기위안을 위해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내 말처럼 서른이 넘은 괜찮은 남자가 수두룩하다면, 그녀들이 서른이 되기 전에 서둘러 결혼을 한 것이 오히려 실수 같아 보이지 않겠는가.

그녀들이 샘날 만한 이야기를 하나 곁들이자면, 남자 나이 서른이 넘어가니 싸울 일이 줄어들었다. 나이와 관계없이 철 안 드는 중생은 물론 있으나, 30대 남자는 20대 남자와 다른 여유가 있었다. 전화 몇 통 안 했다고 전화해서 불같이 소리를 지르며 화내지도 않고, 돈 몇 푼에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20대 남자는 열정적이다. (중략) 자신에게는 관대하나 여자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30대 남자는 일일이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잔소리를 해대지는 않았다. 관심은 있으나, 통제하고 구속하려 들지는 않았다. 나이를 먹은 탓에 귀찮기도 하고, 여자도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구속한다고 구속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지혜로움 덕이다. 편해진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편해졌다. 만나서 밥 한 끼 먹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중략)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륜은 20대 남자에게서는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남자라면 믿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때로 여자가 말하는 '존경할 수 있는' 남자가 드디어 나타났다.

20대 여자의 이상형 조건 중 성격에 관해 적어둔 상당 부분은 남자가 나이를 잘 먹으면 자연스레 갖추게 되는 것이다.

덤으로 하나 더 좋은 장점은, 연애 경험이었다. 30대 남자들은 20대 때 아픈 연애의 추억을 통해 여자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중략) 요지는 이것이다. 20대 시절에는 연애가 20대의 전유물이라 착각한다. 20대가 끝나면, 두 번 다시 연애라는 것을 할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여자는 20대만 끝나면 끝장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남자들 모두를 20대 성애자로 몰아가는 위험한 착각이다. 남자라고 다 20대 여자만 갈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또래의 이야기가 통하고 공감이 되는 여자를 찾는 이들도 많다.

30대가 되니 30대 후반 오빠들, 40대 오빠들이 생긴다. 아마도 내가 40대가 되면 여전히 40대 후반의 오빠, 50대의 오빠가 생기겠지. 그리고 60대가 되면, 60대 후반, 70대 할아버지를 오빠라 부르며, 예쁘다고 하면 여전히 10대처럼 미소지을 것이다.

연애시장은 영원하다.'

(같은 책 ' 209~214쪽)

 

공짜 연애스쿨을 연재하면서 가끔 여성 독자의 질문을 받으면 난감했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들이대고, 상처받지 말고, 올인하라'고 하면 되는데, 여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라라윈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러 서른살의 여자 철학자가 들려주는 연애비법에 귀를 기울이고, '우라질 연애질'도 읽었다.

http://www.lalawin.com/

개인적으로 2012년에 나온 같은 저자의 책, '우라질 연애질'보다 2014년에 나온 '여자, 서른'이 더 재미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글도 더 좋아지나보다. 

올해로 나는 마흔아홉이다. 한 살 더 먹는게 더이상 두렵지 않은 나이다. 이미 수십개나 먹었는데, 거기서 하나 더 얹는다고 뭘... ^^ 이제는 나는 나이 먹는게 은근히 기대된다. 20대에는 20대의 재미가 있고, 30대에는 30대의 재미가, 40대에는 40대의 재미가 있었다. 50대에는 또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 것이야말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걸 두려워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이제는 늙어감을 받아들여야지. 그럼에도 20대가, 30대가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

부디 즐기시기를, 여러분의 청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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