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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헤어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by 김민식pd 2015. 12. 12.
귀국 준비를 위해서 짐싸야 하는데, 가슴 아픈 사연이 방명록에 올라와서 일단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글을 남깁니다.

Q:

2년 반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4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주변에서는 새로운 연애를 권하고, 안타깝다고 공감해주지만 제 마음을 다잡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헤어진 다음날 가슴이 쿵쾅거리며 너무 아파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찾아갔습니다.
얘기 좀 하고 싶다고, 그렇게 찾아가서 다시 사귀자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마음 떠난 여자의 마음이 이런거일까요? 사실 헤어진 이유는 외롭다는 거였는데요. 
그 여자친구 스스로 감당이 안될만치 외롭고 감정이 주체가 안된다고 그러더군요.
돌이켜보면.. 늘 그 아이는 저와 함께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지만 저는 졸업 직후 이렇다할 성과없이 취업 못해서 힘들었고,
취업하면 우리 관계가 전보다 나아지겠지라며 버텼답니다.
그렇지만 더이상 그럴수가 없겠더라고..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이따금씩 문자 남겨보지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련이라하기엔 너무나도 감정이 혼란스럽고 무겁습니다.
제 마음은 그 사람을 다시 붙잡고 싶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라 다른사람을 만나는게 맞다고 그러네요. 

그래서 한국을 벗어나볼까? 워킹홀리든.. 어학연수든.. 아니면 지금 현실에 맞는 직장에서 시간이 흘러 선보고 결혼생활을 빨리 해버릴까..? 
사실.. 연애가 무섭습니다. 상대가 잊혀질까 무섭고 새로운 사람과 다시 알아가기엔 지쳤고요. 
연애 몇번 해보지 않았지만 이번만큼 흔적이 괴롭히는건 처음이네요.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생각도 듭니다. 
스스로...왜 헤어진건지 아직 모르는건 아닌가....? 라는 의심마저 듭니다. 

A:

솔직히 자신 없네요. 감히 답이라고 쓰기가. 연애에는 정답이 없어요. 아플 땐 그냥 아파야하고, 그리울 땐 그냥 그리워야하고, 뜨거울 땐 뜨거운 거고, 식으면 식은 거고. 이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니까요.

그럼에도 글을 읽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뭐라도 써보려고 자판을 잡았습니다.

첫째, 헤어진 이유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이유가 뭔지 알려고 하지 마세요. 그 이유만 알면, 그 문제만 해결하면, 다시 잘 될 거라 생각하지요? 그렇지 않아요. 여자분도 고민고민하다 결별을 마음 먹은 거예요. 그래도 오랜 세월 사랑한 사이니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지요. 진짜 이유는 상처가 될 테니까. 님을 배려해서 그런 이유를 댄 거예요.

대학 신입생 때, 좋아했던 여자애가 있었어요. 짝사랑하며 마음만 끙끙거렸는데, 나중에 다른 녀석이랑 사귀는 거예요. 뒤늦게 고백을 했죠. "나도 실은 너 좋아하는데." "어머! 그랬니? 난 몰랐어." 이미 기차 떠난 후였지요.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표현을 해야되는구나. 나름 호감을 열심히 표현했지만, 직설적인 고백이 아니면 모르는구나.

복학하고 사귄 여자친구가 있어요. 어느날 갑자기 우리는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 헤어지자더군요. "왜? 왜? 왜? 내게 문제가 있으면 말을 해줘. 내가 다 고칠게!" 미친듯이 잡았지만 안 되더군요. 내 문제가 아니라고, 그냥 자신의 마음이 그렇다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헤어졌어요. 나중에 알았어요. 내 후배랑 나 몰래 사귀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 나이 들고 나서 깨달았어요. 왜 나는 아니었는지.....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인물이 많이 약합니다. 신입생 때 내가 몰래 좋아한 거, 그 여자애도 눈치 챘을 거예요. 하지만 못생긴 남자애가 바치는 순정, 별로 내키지 않았던거지요. 나중에 여자 친구랑 사귄 제 후배, 미소년이었어요. 당연히 나랑 헤어지고 그리로 가는 게 맞지요. 당시엔 그 누구도 제게, "미안하지만, 넌 너무 못생겼잖니." 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러면 자신들이 너무 나쁜 사람이 되니까요. 내가 꽃미남이었다면, 그냥 스쳐도 '어머 나 좋아하니?' 하고 넘어왔을 거구요. 굳이 나를 떠날 이유도 없었겠지요. 그들도 알았던 겁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영어를 공부하고, 아무리 좋은 회사에 취직해도, 내 외모는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 이유를 댈 수 없었던 겁니다.

여자친구가 헤어질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면, 아마도 님을 배려해서 일 것입니다. 진짜 이유는, 님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어요. 그냥 그렇구나, 넌 외로웠구나, 하고 넘어가세요. 그게 서로를 위한 배려입니다.

둘째, 깨어진 관계를 다시 붙이려고 하지 마세요.

다시 만나면 이번엔 더 잘하고, 그래서 잘 될 것 같지요? 그렇지 않아요. 힘들게 헤어질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헤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시 만난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다시 만나도 그 문제는 다시 나옵니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노력을 통해 습관이나 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깨어진 관계는, 다시 만나도 다시 깨어질 공산이 큽니다. 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들이대는 건, 오케이랍니다. 아직 난 널 좋아해, 하고 문자를 보낼 수도 있지요. 여자분도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다시 한번 잘해보려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잘 되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확신이 없는데, 오로지 자신의 강한 의지로 밀어붙여서 관계를 회복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자, 네가 그렇게 원해서 다시 시작했으니, 어디 한번 보자. 네가 얼마나 잘 하는지.' 이렇게 됩니다. 나중에 다시 헤어질 때는 더 큰 상처로 돌아옵니다. 관계회복을 시도는 하되,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라는 말씀입니다.

셋째, 이번 사랑을 잘 보내주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사랑한 후 헤어지면, 좋아하는 내 마음을 그 사람에게 다 주어버렸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 그냥 특정 상대에 대한 집착입니다. 사랑이 어찌 그런가요? 사랑은 사랑한 만큼 내가 더 성숙해지고, 내 마음이 더 커지는 겁니다. 내 마음을 그만큼 잘라내는 게 아니라, 아픈 만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겁니다.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하는 게 옳습니다. '너무 빨리 잊는 걸 보니, 내 사랑이 진짜가 아니었나 보다?'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를 좋아한 만큼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이 됩니다. 당신이 마음이 식어서 헤어지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결별을 당한 겁니다. 당신은 당신의 사랑에 충실했습니다. 이제 더 커진 당신의 사랑을 받아줄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주시면 됩니다. 당신 옆의 소중한 사람에게, 과거의 상처로 인해 상처 주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헤어진 그 사람을 잘 보내주어야 합니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안 됩니다.

압니다. 이게 쉽지 않음을...... 쉽지 않아야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파하다, 당신의 소중한 청춘을 실연의 상처 속에서 흘려보내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건승을 빕니다. 

라 플라타 동물원에서 만난 수컷 공작새. 저 무겁고 불편한 꼬리를 달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며 숙연해졌어요.

넌 정말 사랑 한번 하려고, 목숨을 거는구나.

여기서 포기할 순 없어요. 우리도 목숨 걸고 제대로 사랑 한번 해봐야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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