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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우리 모두, '진격의 거인'처럼!

by 김민식pd 2013. 6. 14.

질의응답 시간...

방명록에 올라온 2개의 질문...

Q 1.

안녕하세요ㅎㅎ 제가 꿈이 카메라감독이거든요.
근데 촬영쪽은 여자를잘 안뽑는다고 들었어요..
근데 우선 입사하는것부터가 문제긴한데 저는지금 지방4년제대학을 다니구있구요.
3학년재학중입니다. 과가 저랑 너무 안 맞아서 자퇴를하고 서울예술전문학교에가서 방송촬영학과를 가려고생각해봣는데.
주변에서 반대가 너무심해서요.
주변에 방송계통에 계시는분도 안계시고....
방송사에 들어가는데 지방대학도쳐주나요..
전문학위는 취급을 안해주나요.
방송사는 인맥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건가요?
정말고민입니다.. 어떻게 해야될지...
빨리실무쪽 배워서 일터에뛰어들고도싶은데.. 학위때문에 또 문제가될까봐..

 

Q 2.

저는 원래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이었어요 ㅠㅠ
하지만 PD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 뒤늦게 PD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방송쪽 일을 하는 선배나 지인이 없어서, 인터넷과 책을 통해 정보를 얻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신문을 읽으면서 글감을 찾고, 논술과 논작을 통해 다양한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ㅜㅜ

하지만 어제 어느 KBS PD님 특강을 듣고, 이렇게 준비하면 안 될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PD님은 현재 방송사에서는 '경력직'을 선호하고, 앞으로도 신입보다는 경력직 위주로 뽑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ㅜㅜ
컨텐츠를 만드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시대가 너무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하셨어요 !
그러면서 실무경력이 단 1년이라도 있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이것 뿐만 아니라 많은 얘기를 들으면서, 마냥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좋은 준비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ㅠㅠㅠ

그래서 조연출을 하면서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ㅜㅜ
제 생각에 대해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어서 ㅠㅠㅠㅠ PD님께 이렇게 글을 남기네요 ㅠㅜㅜㅜ

PD님도 조연출 생활을 하면서 실무를 익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너무너무너무궁금합니다!!!
PD님의 조언이 저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ㅜㅜㅜ

 

A:

방송사 입사에 인맥이나 경력이 중요한가요?

옛날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벌써 까마득한 옛날 같은 일인데요. 1996년도 일입니다. 당시 통역대학원에 다니던 저는 MBC PD 공채에 지원하면서 학교 친구들은 커녕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지요. 왜냐? 당연히 떨어질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냥 재미삼아 봤어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안 되면 그냥 통역사로 살며, 내가 좋아하는 SF 소설 번역하며 살자고 생각했어요.

 

입사 원서를 낼 때, 목표는 '면접까지만 가자!' 였어요. 면접만 봐도, 촌놈 방송사 구경도 해본 게 되니까요. 필기 시험에 합격했을 때 속으로 만세를 외쳤어요. 꿈을 이뤘구나. 여의도에 있는 방송국에도 가보고, TV에서 가끔 봤던 피디들과 마주 앉아 면접도 보면서 내내 싱글싱글 웃었어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재미난 얘기 꺼리 하나 생겼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면접도 붙었어요.

 

1박2일 합숙 평가를 오라기에 또 신나서 달려갔어요. 피디 지망생들은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구경이나 하고, 그냥 즐거운 추억 하나 만들자는 기분으로 갔어요. 의정부 연수원에서 긴장되면서 설레는 이틀을 보냈지요. 공기좋은 의정부 문화동산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와, 정말 기분 째지더군요. 그랬더니 다시 최종면접에 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이거 진짜야? 반신반의하면서 달려갔습니다. 어린 시절, TV 뉴스 앵커로 늘 뵈었던 이득렬 사장님이 가운데 앉아 면접을 보시더군요. 완전 신기했어요. '내 평생, 저런 분을 만날 일이 다 생기는구나.' 

 

공대를 나와서 영업사원을 하다 통역대학원에 다니던 제가, 그렇게 피디 시험에 합격했어요. 합격 통보를 받고 통대 복도에서 큰 소리로 "만세!"를 외쳤죠. 놀란 아이들이 '저 놈이 졸업시험 준비하다 드디어 미쳤구나.' 했지요. "난 이제 졸업 시험 공부 안하고 놀련다." "왜?" "나, MBC 예능 PD되었거든." 그때 아이들의 놀란 표정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언제 준비한거야?' 

 

언제 준비했을까요? 일년에 200권씩 읽은 독서가 논술에 도움이 되었으니 대학때 책읽은 게 입시 준비였을까요? 나이트클럽 다니며 추던 춤을 면접에서 신나게 췄으니 춤춘게 입사 준비였을까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때 그때 내가 즐거운 일을 했고, 지나고보니 그게 다 입사 준비였더라구요.

 

제가 난데없이 피디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가장 놀란 건 아버지였죠. 그때 아버지에게 전화로 말씀드렸더니 진짜 깜짝 놀라시더군요. 아버지는 60년대에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오셨는데, 신문사 입사에 실패해서 평생을 영어 교사로 사신 분이거든요. 그런데 정작 공대를 나온 아들이 방송사 피디가 되었다니 놀라실만도 하죠. 그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딱 이래요. "MBC는 빽이 없어도 붙여주는 회사인가 보구나?"

 

인맥이 중요하냐구요? MBC 입사하고 지금껏 17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저 친구, 혹시 빽으로 들어온 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드는 경우는 없었어요. KBS와 MBC는 국정감사 대상 기관이기에 입사 전형 자료를 영구 보존한답니다. 혹시라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피디를 준비하면서 별의 별 얘기를 다 듣습니다.

'최종 면접가서 떨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서류도 안 붙여준다더라.'

'토익이 얼마가 안 되면 무조건 떨어진다더라.'

'카메라맨은 여자는 안 뽑는다더라.'

'경력이 없으면 서류 통과도 안된다더라.'

온갖 카더라 통신이 만연하는데요, 만약 빽 보고 사람 뽑는 회사가 있다면, 그런 회사는 가지 마세요. 망하기 딱 좋은 곳이죠. 1000명이 지원하면 그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 데가 잘 되는 회사지, 그중 빽없고, 여자고, 신입이라 떨구면 그런 방송사가 잘 될까요? 그런 방송사가 있다면 그런 데는 가지 마세요. 그렇게 꽉 막힌 조직에 들어가서 무슨 창의성을 발휘하겠습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만 열심히 하세요. 

 

제가 고교 내신이 15등급에 7등급입니다. 재수를 하고 싶어도 내신에서 손해가 커서 못하겠더라고요. 대학 내내 후회만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후회하던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인내,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려 노력하는 용기,

그 둘을 구분하는 지혜.'

세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물론 그게 참 어렵지요.....)

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즐겁게 최선을 다하세요.

인생에 그 외에 무엇이 또 있겠습니까.

 

더 시원한 답을 드리지못해 죄송합니다.

 

요즘 힘들 때마다 '진격의 거인' 오프닝 영상을 봅니다. 

 

 

(가사가 예술이죠? 책은 더 죽여요.)

 

저 역시 벽 안에 갇힌 삶에서 비상을 꿈꿉니다.

내 앞에 서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이 거인처럼 나를 눌러도

반드시 날아오를 거에요. '진격의 거인'에서 주인공들처럼.

우리 모두, 화이팅!!!   

 

 

   (글에 달린 댓글 중에 어떤 분이 아주 훌륭한 답을 주셨네요. 올립니다.

 

뽕순엄니 :

늘 피디님을 멘토로 생각하며 힘을 얻는 방송인입니다. 저 역시도 지방대출신에 여자라는 이유로 많이 주늑들어 일을 찾아헤맸었는데요. 어느새 30살에 제작피디를 시작해서 이제 2년차가 되어갑니다.
늦었다는 소릴 많이 들어서 그만큼 열심히 하고, 그래도 그 2년사이 피디님 책상 앞에 앉아보고 싶다는 소원도 이루고, 드라마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졸업논문도 여성프로듀서에 대한 이야기를 썼을 만큼 이런저런 고민도 많았지만 현장에 와보니 그게 그리 큰 고민이었나 싶습니다. 여자연출가도 많고, 지금하는 프로의 세트 1번카메라 감독님은 여자분이시기도 합니다.
고민과 방황은 늘 있는거라 힘드시겠지만 다들 포기말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감사해요, 뽕순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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