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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런던, 파리, 크루즈보다 더 좋은 라오스 여행

by 김민식pd 2013. 4. 16.

아내가 해외 파견 근무하느라 아이들이랑 싱가폴에서 산 지도 어언 2년이 되어간다. (이제 곧 마님들이 돌아오신다! 앗싸~) 아내는 동남아 물류 중심지인 싱가폴의 잇점을 살려 지난 2년간 딸들을 데리고 다양한 여행을 했다. (원래 싱가폴이 19세기 말에 발달한 것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역항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독립심이 강한 마님은 남편 없이 지난 2년간 딸들과 속닥속닥 여행을 많이 다녔다. 런던도 가고, 파리도 가고, 덴마크도 가고. 태국도 가고, 앙코르와트도 가고 참 많이 다녔다. 

 

(싱가폴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말레이시아 레고랜드, 아이들이 좋아한다.)

 

물론 마님이 남편인 나를 완전히 '따' 시킨 건 아니다. 좋아하는 드라마 연출도 못하고 1년 넘게 꿀꿀하게 지내는 나를 위해 그 비싼 크루즈 여행을 끊었다. 휴가를 내어 싱가폴로 떠나기 바로 전날 김재철 해임안이 통과되었는데, 아내 왈. "이럴 줄 알았으면 크루즈 표 안 살걸 그랬어. 당신 불쌍해서 무리한건데, 그냥 방구석에서 뒹굴었어도 마냥 행복했을거 아냐." ㅋㅋㅋ

 

 

(로얄 캐리비언 사의 'Legend of Sea'를 타고 말레이시아 피낭과 쿠알라룸푸르를 다녀왔는데, 좀 비싸긴 해도 나름 즐거운 여행이었다. 배 안에 있는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나와 아이들. 뒤로 보이는게 바다. 크루즈를 타면 방에서도, 식당에서도, 하루 종일 바다가 보인다. ^^)

 

 

뒤로 보이는 저 배에 승객 2천명에 승무원 1천명이 탄다. 크루즈 여행은 나이 들어 꼭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짐을 들고 호텔이나 식당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목적지에 도착하고, 24시간 쉴 틈없이 리조트 뷔페식 식사가 나온다는 점에서 정말 편리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기도 좋을듯. 배가 커서 그런지 전혀 멀미는 없었다. 다음엔 알라스카나 캐리비언 섬 크루즈를 가야지!

 

어느날 아내가 큰 딸 민지에게 물었단다. 

"그래, 그동안 다닌데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

내심, 런던 파리나 크루즈 여행이 나올 줄 알고 물었는데, 딸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라오스가 최고야."

 

여기서 라오스는 나와 함께 배낭 여행을 간 나라다. 짠돌이 아빠랑 다니는 통에 2주간 숙식 교통비 포함 60만원을 쓰며 15불 배낭여행자 클럽 체험을 한 곳인데, 그게 제일 좋다니! 돈과 정성을 많이 들인 아내로서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전화를 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 놔, 라오스가 뭐냐고! 내가 저한테 돈을 얼마나 들였는데!"  

 

짠돌이 배낭 여행자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여행의 즐거움은 절대 들어간 돈이랑 비례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여행에 있어서는 오히려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뭔 궤변이냐고? 돈을 많이 쓰면 그만큼 더 재밌는게 당연하지 않냐고? 글쎄~ 

 

내가 보기에 돈을 많이 쓸수록 어린 아이에게는 여행이 더 괴롭다. 1주일 시간을 내어 아이랑 유럽 여행을 갔다고 하자. 유럽에 도착해서 낮밤이 바뀐 아이는 며칠 동안 시차 적응을 못해 힘들어 할 것이다. 그럴때 호텔에서 쉬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비싼 비행기 표값과 짧은 여정을 생각하면 도착하는 즉시 구경을 다녀야 한다. 런던에만 해도 공짜 박물관이 어디 한 두개인가? 그걸 다 돌아보려면 한 시간도 아깝다. 또 런던까지 갔는데 딸랑 영국 하나만 볼 수 없지 않은가. 수십만원 짜리 표를 끊어 유로스타로 1박2일 파리를 가야한다. 반나절안에 루브르를 보려면 박물관 안에서 마라톤을 해야한다. 뛰면서 관람을 해야 본전을 뽑는다. 아이 손을 붙잡고 뛰면서 엄마들은 이러겠지. 

"저 그림 뭔지 알지? 모나리자야. 저게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이야. 2층에 가서는 로댕 조각을 봐야돼. 로댕이 누군지 알지? 집에 있는 위인전에서 봤잖아." 

이쯤 되면 아이에게 런던 파리 여행은 여가 생활이 아니라 극기 훈련이자 체험 학습이다.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려면 돈보다 시간을 더 투자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나는 딸과 라오스를 갔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느릿느릿 시간이 흘러가지만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와 미소가 가득한 나라. 싱가폴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는 딸에게 나는 좀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라오스 여행, 어떻게 해야할까? 본격적인 라오스 여행기는 내일부터 연재~ 오늘은 예고편이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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