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장에서 누가 내게 물었다.

"지금 피디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갑자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딱히 꿈이라는 것을 정해두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그 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 그러다 그 결과 무언가 되면 그때가서 우긴다. 처음부터 그게 내 꿈이었다고. (아래 이전 글 참고하세요~^^)

2013/02/07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즐겁게 꿈을 이루는 방법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정말이다. 요즘 나의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나는 좋은 피디가 되기를 꿈꾸지는 않는다. 좋은 피디는 혼자 되는 게 아니다. 좋은 작가, 좋은 배우, 좋은 촬영 감독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일이다. 거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까지 어우러져야 좋은 감독이 된다. 혼자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시청률이 저조한데 혼자 성공한 연출이라고 자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작년에 첫 책을 내고, 한동안 푹 쉬었다. 콘텐츠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 책 한권에 다 쏟아붓고 나니 바닥이 드러난 느낌이었다.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한 이유도 동어반복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블로그에 소홀한 대신, 집에서 살림 사는 남자로 사는데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마님은 나의 최선이 당신에게는 부족하다고 느끼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ㅋㅋㅋ 내가 최선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ㅋㅋㅋㅋㅋ 마님 열폭하시는 소리 들리는 듯.) 

살림 살며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문득 육아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전에 나온 육아일기를 찾아봤다. 대부분이 자녀 교육에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였다. 아들 하버드 보낸 엄마의 이야기, 아이를 예일로 유학보낸 아빠의 교육담... 

'아이가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만 부모로 성공하는 것인가?'

아이가 무엇이 되느냐로 좋은 부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즐겁다면 그걸로 좋은 부모가 되는 것 아닌가? 아이가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 그런 삶을 준비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 이 시간이 즐겁지 않고 괴로움 뿐이라면, 그래서 아이와 부모 사이에 친근함이 없다면, 그건 내가 꿈꾸는 좋은 부모는 아니다.

아이와 즐겁게 하루 하루 보내는 한편 아빠로서 즐겁게 살고 싶다. 아이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나의 현재는 더 소중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을 즐기고 싶다. 그게 아빠로서 나의 꿈이다. 

 

민서의 첫 유치 발치, 제가 직접 했어요.

아빠표 치과 시술 후, 환자의 만족스런 표정. ^^

 

 

민서의 개구장이 미소, 좋은 아빠를 꿈꾸게 하는 최고의 원동력.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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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오문 2013.12.04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pd님...

    저는 남자 쌍둥이가 있습니다.^^

    18개월 되어가는데요..

    애들한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잘 해줘도 모를 것 같구요..^^

    천천히 고민해도 되겠죠..?

    오늘도 즐겁게 하루 보내십시오.

  2. 파이팅이에요 2013.12.09 1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부모 입장에선 끊임없이 내 아이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육아법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행복할까, 가장 아이에게 알맞은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아이가 스스로 사고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줄까...

    나는 객관적으로 어떤 부모이며 나의 부모님은 어땠나, 환경적인 유전이 되고 있다면 부정적인 것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고치나....

    육아의 신 오은영 박사 강의 강력추천합니다. 오은영의 EBS 유튜브 강의도 올라와 있습니다.
    오은영 씨의 책들은 직접 읽어보지는 않아서 확언은 못드리겠네요.
    강의 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그 분의 카리스마와 열의가 느껴집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정말 그렇게 오랜 시간 욕하거나 몸부림치는 아이를 붙잡고 폭력 없이 선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남 입장에서 봐도 진저리나는 상황인데...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세요!

    우리나라는 자존감이 낮은 애정결핍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무조건 엘리트라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작 나이가 들 수록 명문대나 '사'자 출신이라고 지적인 것도 아니며 사업수완이 뛰어난 것도 아니인 것을 보신 적이 없나요. 하긴 지적인 것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전 운이 좋게도 환상이 없는데... 무조건 명품이라고 디자인이 보장된 것이 아닌 것처럼요.

    중국 부호라고 최근 권력 다큐에 나온 중국인 사업가의 집 인테리어 중 처음 것은 샤넬과 에르메스 마크만 찍어놨지 참 놀랍게도 촌스러웠어요. 원재료들이 아까울 만큼요.

    아이와 다양한 곳에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고 같이 시작해보세요.

    기억나는 한 예로 몇 년 전 세계 헹글라이딩 챔피언이 우리나라(!) 여자분(!)이었던 것에 놀랐는데
    우연히 아버지와 고등학교 때인가 헹글라이딩을 한 이후로 본인이 좋아서 배우고 나중에 강사가 되신 후 세계챔피언까지 하신 것이더라군요. 아버지와 헹글라이딩을 타지 않았더면 평생 천직을 모르고 살다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하셨을지도 몰라요. ㅎㅎ

    전 아버지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던 것이 좋은 추억이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집에 강아지를 데려오셔서 새식구가 늘어난 날이나... 아버지와 같이 달리기 하던 기억이나...

    주절주절 제 얘기까지 했네요.

    부디 행복한 육아일기 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