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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좋은 아빠를 꿈꾸며

by 김민식pd 2013. 12. 4.

강연장에서 누가 내게 물었다.

"지금 피디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갑자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딱히 꿈이라는 것을 정해두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그 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 그러다 그 결과 무언가 되면 그때가서 우긴다. 처음부터 그게 내 꿈이었다고. (아래 이전 글 참고하세요~^^)

2013/02/07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즐겁게 꿈을 이루는 방법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정말이다. 요즘 나의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나는 좋은 피디가 되기를 꿈꾸지는 않는다. 좋은 피디는 혼자 되는 게 아니다. 좋은 작가, 좋은 배우, 좋은 촬영 감독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일이다. 거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까지 어우러져야 좋은 감독이 된다. 혼자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시청률이 저조한데 혼자 성공한 연출이라고 자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작년에 첫 책을 내고, 한동안 푹 쉬었다. 콘텐츠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 책 한권에 다 쏟아붓고 나니 바닥이 드러난 느낌이었다.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한 이유도 동어반복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블로그에 소홀한 대신, 집에서 살림 사는 남자로 사는데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마님은 나의 최선이 당신에게는 부족하다고 느끼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ㅋㅋㅋ 내가 최선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ㅋㅋㅋㅋㅋ 마님 열폭하시는 소리 들리는 듯.) 

살림 살며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문득 육아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전에 나온 육아일기를 찾아봤다. 대부분이 자녀 교육에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였다. 아들 하버드 보낸 엄마의 이야기, 아이를 예일로 유학보낸 아빠의 교육담... 

'아이가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만 부모로 성공하는 것인가?'

아이가 무엇이 되느냐로 좋은 부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즐겁다면 그걸로 좋은 부모가 되는 것 아닌가? 아이가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 그런 삶을 준비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 이 시간이 즐겁지 않고 괴로움 뿐이라면, 그래서 아이와 부모 사이에 친근함이 없다면, 그건 내가 꿈꾸는 좋은 부모는 아니다.

아이와 즐겁게 하루 하루 보내는 한편 아빠로서 즐겁게 살고 싶다. 아이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나의 현재는 더 소중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을 즐기고 싶다. 그게 아빠로서 나의 꿈이다. 

 

민서의 첫 유치 발치, 제가 직접 했어요.

아빠표 치과 시술 후, 환자의 만족스런 표정. ^^

 

 

민서의 개구장이 미소, 좋은 아빠를 꿈꾸게 하는 최고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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