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디라고 하지만, 파업 6개월에, 정직 6개월에, 대기발령에, 교육 발령 3개월에 촬영 현장을 떠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랬더니 주위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일을 못해서 어떻게 해?" 그럼 나는 언제나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안식년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책도 읽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 다 사장님 덕분이지, 뭐." 그러면 다른 이들의 표정이 짠해진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혹시 내가 느끼는 지금 기분이 자기 기만의 가짜 행복일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그러다 TED 강연을 한 편 보았다. 댄 길버트의 '우리는 왜 행복할까?'
http://www.ted.com/talks/view/lang/ko//id/97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의 저자 댄 길버트 씨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불행해진다는 관념을 뒤집습니다. 일이 생각대로 잘 안 풀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심리적 면역 체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던 걸 가지면 자연스러운 행복감을 느낍니다. 원한 걸 갖지 못하면 상실감을 보충하기 위해 인공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당연히 여러분은 원하는 걸 갖고 진짜 행복을 느끼길 바라겠지만, 사실 원하는 걸 갖지 못해서 느끼는 대리 행복도 기분을 좋게 한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퀴즈를 내 볼게요. 복권 10억원에 당첨된 사람이랑 반신불구가 된 사람이랑 어떤 사람이 1년 뒤에 더 행복할까요?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틀렸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사람이 느끼는 행복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당연히 이 대목에서, '에이, 말도 안돼. 반신 마비랑 로또 당첨이 어떻게 같아?'라고 반문하실거다. 그런데 나는 공감할 수 있다. 예전에 '일밤'에서 '러브하우스'를 1년 정도 연출한 일이 있다. 그때 전국 방방곡곡 헤매며 집을 고치고 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는 밤따러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하반신 불구가 된 아버지가 한 사람 있었다. 정상인으로 평생을 살다 중증 장애인이 되었으니, 그 아버지의 하루 하루는 마냥 불행할까? 그렇지 않았다. 그 분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그 누구보다도 밝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다.
우리의 심리적 면역 체계란 참으로 놀라워서, 어찌 할 수 없는 불행이 닥쳤을 때, 재빠르게 적응하고 그에 맞춰 살 수 있도록 행복의 기준을 재조정한다. 내가 보기에 사고로 인해 불행해진 사람은 그 남자가 아니라 그 아내였다. 남자는 사고 이후에도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았지만, 여자는 불구가 된 남편을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갔으니까... 무언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오히려 불행을 가져온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쉽게 적응하고 삶을 받아들이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 테니까...
참된 행복의 조건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꼭 한번 권해드리고 싶다.
댄 길버트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내가 가슴에 품고 사는 기도문이 하나 있다.
'바꿀 수 있는 일은 바꾸려고 시도하는 용기를,
바꿀 수 없는 일은 견딜 수 있는 인내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하는 지혜를 주소서.'
용기, 인내, 지혜... 참으로 얻기 어렵지만,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인생 사는 게 무슨 재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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