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에 올라온 사연입니다.

 

'아빠랑 엄마가 싸울때마다 힘들어요
아빠가 엄마 때릴까봐요
엄마가 불쌍해요 아빠도 불쌍하고
밤에도 큰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뛰어요
제가 막을수 있는 방법은 없고 힘드네요'

 

예전에 어린 시절, 힘들었던 가정 생활에 대해 올린 글을 보셨나봐요. 어린 학생인듯 한데 이 분은 당시의 저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우신 것 같아요. 저는요, 아빠가 정말 미웠어요. 아들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때리는 모습이 너무 너무 싫었어요. 바깥에 나가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집에 와서 약한 여자를 괴롭히는 못난 남자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아버지가 너무 미웠어요.

 

그렇다고 님처럼 엄마를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았어요. 전 엄마가 더 미웠거든요. 엄마가 아버지에게 말로 져주면 될 것을, 꼭 엄마는 말로 이기려 들었어요. 아버지가 엄마를 처음부터 때린 건 아니었어요. 말로 싸우다 지면 꼭 그랬죠. 그래서 전 울면서 엄마의 입을 막는데, 제 손을 뿌리치면서 엄마는 아버지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다 맞으면 엄마는 더 의기양양해서 소리를 질러댔죠. 나는 말로 하지만 당신은 폭력을 휘두르니 도덕적 정의는 자신에게 있다고 말입니다. 어린 제가 보기에는 둘 다 똑같았어요. 아니, 엄마가 아버지보다 더 영리하고 현명하다면 굳이 말로 이기려 들지 않아도 될 터인데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모습을 보며, 머리 좋은 것과 현명한 것은 다르구나 하고 느꼈어요. 

 

제가 부모님을 미워하게 된 건 아마 내가 아무리 말려도 두 분이 내 말을 안들었기 때문일겁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그런 생각에 더욱 부모가 미웠죠. 그런데 이제와 생각하니 참 부끄러워요.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 것과, 서로의 응어리를 푸는 것은 별개인데 말입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그냥 두 분이 싸우기 시작하면 그 자리를 피해주세요. 그리고 무엇이든 재미난 일을 하세요. 억지로 공부해봤자 능률 안 올라요. 아주 즐거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전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혼자 책을 읽었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도 정말 감당하기 힘든 괴로운 일이 일어나면 저절로 책을 펼쳐들어요.

 

저는 어른이 되고도 한동안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괴로웠어요. 대학교 때 자취를 하는데 앞집 부부가 참 많이 싸웠어요. 어린 아들이 울며 말리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힘들어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런 괴로움을 극복하게 된 건 정토회에서 하는 '깨달음의 장' 덕분이었어요. 5일간 집중적으로 하는 단기 수련인데요, 부모님께 어리석었던 내 자신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나 스스로도 용서해 줄 수 있게 되었지요.

 

만약 부모님의 싸움이 심해지면, 주위 어른들의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정 폭력은 질병이자 범죄인데요. 가족의 입장에서 아버지를 죄인 취급할 수는 없으니 아픈 사람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요. 가정 상담 전화나 복지부 상담실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어려서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이 뭔지 아세요? '어려서 맞고 자란 아이가, 커서 폭력 남편 된다.' 였어요. 나쁜 습관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이거든요. 욕하면서 배운다잖아요? 전 그런 얘기가 너무 싫었어요. 그런 부모 밑에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심지어 내 아이에게 같은 경험을 물려주게 된다니...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요. 부모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분들 살아온 인생 나름의 사연이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어떻게 단련할 것인가 입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게 제 평생의 목표랍니다. 어린 시절, 불행했던 과거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남보다 갑절은 더 재미있게 살아야한다고 스무살 때 결심했거든요. 

 

어린 시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러란 법은 없습니다. 조금만 더 견디시면 본인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어른이 됩니다. 그때는 지금의 괴로움이 즐겁게 살 수 있는 큰 기반이 됩니다. '그런 상황도 견뎌냈는데, 이쯤이야!'

 

힘!

 

  

 

지금의 괴로움, 잘 기억해두세요.

내가 아빠가 되면 내 아이에게 두 배의 즐거움으로 갚아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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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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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02.01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구나 있을법한 어린시절의 기억인거 같습니다. 저도 나름 부모님의 싸움에 힘들어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냥 평범한 가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가끔 아버지 닮았다라는 말이 정말 싫었습니다. 어떻게든 다르게 살려고 고함치는것조차 참고 살았어요.

    저도 스스로를 좀 자유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훌훌털고 그냥 제 인생 재밌게 사는데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2. 2013.02.01 0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3.02.04 07: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때로는 오히려 서로 헤어지는 게 도와주는 일일 수도 있죠. 너무 가슴아파 하지 마시구요. 동생과 좋은 추억 앞으로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3. 파이터 2013.02.01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누구나 싸우기 마련입니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으니까요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자기 인생을 즐기면 될것같아요

  4. 2013.02.01 1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2013.02.03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사연이 있으신 줄 몰랐네요.
    이 세상에 그렇게 평화로운 집안은 몇몇 없을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항상 완벽한 건 아니니까요.
    솔직하신 피디님 덕분에 항상 마음의 위로 받고 갑니다^^ 항상 보고 배웁니다.
    부모님한테 보고 배우는 건 없어도, 이렇게 보고 배울 것들이 많은데요.ㅎㅎ
    감사합니다^^

    • 김민식pd 2013.02.04 0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끄럽습니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도 어른이 되어 즐겁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가족의 치부를 드러냈네요... 근데 말씀처럼 완벽한 가정은 별로 없더라고요. 결국 생은 누구에게나 고통인데, 그걸 어떻게 안고 살아갈 것인가가 관건인것 같아요.

  6.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02.04 0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작년 12월 초 소셜 강의처럼...
    저에게도 이제 꾸준히 하다보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어요...^^
    2년을 평탄하게 가다가 작년 4월 구글 작지만 수익... 그 후 평탄 길 가다고
    작년 12월 100만원의 희망 다시 평탄길이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목표를 다시 잡고 계속 직진 중이예요...^^

  7. 2013.02.11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3.02.12 0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칭찬, 무척 감사합니다. 제가 팔랑귀라서 칭찬에 유독 민감하거든요. ^^ 스무살부터 즐거운 인생, 님의 꿈도 꼭 이루시길 빕니다. 아니 그렇게 마음먹은 것으로 인해 이미 님은 제대로 인생 살고 계신 거에요

  8. 와지 2018.07.14 2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부모님이싸워요 그래서 엄마는 아파요 울면서.
    제가 아빠한테 집 밑으로 내려가서 대답했어요.
    엄마가 아프다고요.
    근데 아빠가 병원 혼자 가라고 말씀하셨어요.
    너무나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