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잘나가지 않는 드라마 피디로 사는 탓에 나는 멘붕을 자주 겪는다. 예전에도 어느 드라마를 연출할 때 첫 방 시청률이 궁금해서 디씨갤에 들어갔다가 '모 드라마 첫 방 시청률 #.* %, 김민식 감독 X망했네.' 라는 글을 보고 심한 멘붕을 겪은 적이 있다. 나름 재미난 걸 만들어 세상에 보여주겠노라는 포부로 집에도 안 들어가고 밤을 새며 일만 했는데, 시청률이 안 나오니까 마치 세상 사람들이 내게 침을 뱉고 등을 돌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됐네, 이 사람아."

 

작년 한 해도 비슷한 기분이다. 딴따라 피디인지라 공정보도니 뉴스의 가치니 하는 건 나와 거리가 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은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에 작년 한 해 열심히 일했다. 그랬는데 아직도 고쳐지는 게 없다... 역시 세상 사람들이 내게 침을 뱉은 느낌이다. "됐네, 이 사람아. 당신 앞가림이나 잘 하시게."

 

 

 

올해에는 MBC 아카데미에 교육발령나고 어김없이 멘붕을 다시 겪고 있다. MBC를 대표하는 각분야의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수십년간 방송에서 일하며 배운 경험을 썩히며 다들 강의실에 나와 수업을 듣고 있다. 한 선배님께 사석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게 다 저희 노조 집행부가 제대로 싸우지 못한 탓입니다. 선배님들 이렇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니 집행부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때 선배가 그랬다. "넌 왜 그렇게 건방지냐?"

"네?"

"여기 있는 선배들이 작년에 앵커 사퇴하고, 보직 던지고 나온 게 누가 선동해서 그런 것 같니? 각자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 느낀 점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한 거야. 니가 뭔데 감히 책임을 통감해? 그냥 너는 여기 있으면서 스스로 마음의 상처나 잘 치유해."

 

그렇구나...

드라마 피디로 살며 시청률 부진을 겪을 때 마다 난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내 작품은 시대를 너무 앞서 나왔나보다. 대중이 이해를 못하네.' 생각해보니 그 얼마나 건방진 생각인가. 다른 드라마를 선택한 수백만 시청자들의 선택을 호도하다니... 대선 결과에 대해 멘붕을 겪는 것도 혹시 그런 오만한 생각 아닐까? 그들의 선택에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텐데 왜 나는 주제넘게 아직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너나 잘하세요.' 라고 그들이 말했으니 '아, 예!' 하고 돌아서서 스스로 힐링에 힘쓰면 될 일인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 나의 화두는 셀프 힐링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108배를 올리고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마음 공부를 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그러니까 요즘 내가 글을 매일 올리는 것은 누구 보라는게 아니라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편이다.

 

내 자신의 힐링에 큰 도움이 된 법륜 스님의 새해 법문을 올린다. 항상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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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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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두아빠 2013.01.25 0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 사람들이 침을뱉다니요. 응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매일아침 저도 피디님 글을 읽으며 저 스스로를 힐링합니다. 힘내세요^^

  2. 이세진 2013.01.25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블로그 자주 들르겠습니다!

  3. 메이드인헤븐 2013.01.25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힘내세요~! 셀프힐링^^ 참 좋은 말인거 같습니다.실천해봐야겠네요^-^

  4. 도전과 열정 2013.01.25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멋지십니다. 항상 피디님 곁에 조용히 있겠습니다. ^^

  5. 유머조아 2013.01.25 1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함이 좋네요.
    힘내세요!!

  6. 녹차 2013.01.25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곧 있으면 봄이 오네요
    피디님께도 따뜻한 미소가 가득한 날들이 오길 빕니다
    어제는 레미제라블을 봤는데 정말 좋드라구요. 힐링이 그냥 되더군요 ^ ^;;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화이팅!

  7. Be true 2013.01.25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인을 돌아보고 세상의 의견도 들어보시길...
    m노조는 편향된 사상을 끌어안고 밥그릇도 끌어안고 세상을 가르치려다 실패한 겁니다.

    • 박혜령 2013.01.25 15: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론과 공정보도란 무엇인지..어떤 소임을 가졌는지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보시고 답글다셨으면 합니다.mbc뿐아니라 타방송사도 왜 파업에 동참했는지..자기 밥그릇 지킬려고 한 싸움이 아니었기에..
      당신의 생각은 편협과 편향에 맞닿아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시길..

    • 김민식pd 2013.01.28 0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답니다. ^^

  8. Be ture 2013.01.25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답군요... 이 게시글이 대문에 걸린걸보니....

    • 김민식pd 2013.01.28 0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그랬나요? 이 글이 대문에 올라갔어요? 영광이네! 모르고 있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더 정성들여 써야겠군요. 허술하게 쓴 글이 하필 대문에 오르다니...

  9. 신은경 2013.01.25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힘 내세요~
    법륜 스님의 혜안으로 저도 자주 두 눈이 시원해집니다. :)

  10. 대추나무 사람걸렸네 2013.01.25 17: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을 다녀보세요
    산을 다니면 마음 속의 번뇌가 그냥 사라진답니다


  11. 윤명현 2013.01.25 1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셀프힐링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내공이 부족해서리..ㅠㅠ

  12. 2013.01.25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CIE 2013.01.25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엠비씨는 김재철만 퇴진해도 현재 시청률 두배는 나올수 있다고
    확신할수 있어요.

    그 사장님 뭐라고 말할때 마다
    진짜 포커페이스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말하면서 어떻게 찔리는 구서 하나 없이 표정유지할수있지 하구요.

  14. 안녕하세요 2013.01.25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버티시고 버티시고 버티시고 버티시길...

    다치지 마시고...무엇보다도 그 정신이 변치 않길 기도할게요.

    힘냅시다. 힘 내서 다시 살아야죠.

  15. 달엣구름 2013.01.25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법륜스님이 감기걸려 병원에 갔는데, 돌팔이 의사가 폐렴 진단, 투약을 했고 상생제 부작용으로 .../ 이 갈등에 해당의사는 생리학 강의를 시작했어요. 기초학문부터 알아야 대화가, ....

  16. 2013.01.26 0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3.01.28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위터로 여의도 떠돌이 인사드려요~ 라고 한번만 보내주세요. 님의 이름으로 검색을 했더니 찾기 어렵네요. 트친 맺기, 언제라도 조아영~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