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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휴학과 졸업 사이

by 김민식pd 2013. 1. 31.

방명록에 질문이 올라왔어요.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졸업을 연기하는 게 좋을까요? 그냥 졸업하는 게 나을까요?'

 

이제와 돌이켜보면 결국 인생을 만드는 건 순간 순간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휴학을 할까, 말까. 회사를 그만 둘까, 말까. 결혼을 할까, 말까.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선택지의 삶과는 이별을 고하게 되지요. 평행우주론을 생각해보면, 과거 어느 순간에 나의 선택으로 인해 시간의 분기점이 만들어지고, 무수한 우주 가운데 어느 곳에는 한국 3M을 계속 다니는 중년의 회사원이 있고, 30대 연애지상주의자의 삶을 오래 오래 즐기다 사십대 중반에 이르러 외로운 노총각이 되버린 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삶이 어떠할까 굳이 상상해보지는 않아요. 인생의 선택을 하고나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립니다. 붙잡고 후회해봤자 의미 없거든요. 지금의 나에 충실할 뿐이지요.

 

졸업이냐, 휴학이냐, 둘 중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아마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겠죠. 그럴 때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보다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 가슴이 이끄는 선택은 무엇인가.' 부모님이 졸업을 재촉한다고 휴학을 포기하고, 20대의 마지막 자유를 포기하는 것도 아까운 일이고, 주위 사람들 눈치보는 게 싫어 세상으로 열린 문을 스스로 닫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요.

 

연애 비법을 강의하며 '들이대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내게 생겼다면 그 마음에 충실하시라고 말입니다. 상대가 거절할 수도 있고, 세상이 나를 거절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스스로를 거절하지는 말아야지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지요.

 

저는 고민이 생기면 훌쩍 혼자 여행을 떠납니다. 물론 여행이라봤자, 겨울 청계산을 걷는다든지 하는 반나절 산행이지만, 혼자 걸으며 곰곰히 고민해봅니다. 그리고 고민이 되는 문제에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하나 하나 소거해봅니다. 온전히 내 마음 하나만 남을 때 까지. 그때의 내 마음이 어떠한지 들여다본 후 결심을 굳히죠. '이건 내 스스로 내린 결정이고, 그러니 어떤 운명이 오든 내가 책임질 것이다.'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각오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두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Hope for the best, Expect the worst.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더 힘든 길을 고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쉬운 길만 골라가다보면 장애물이 나타나면 좌절하기 마련인데,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인생에 쉬운 길은 결국 없더라구요.

 

 

(죄송해요, 시원한 답이 못되었죠?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절과 요즘의 상황이 너무 달라 딱 부러진 답을 드리기는 힘들군요.

전 그래도 이렇게 고민하는 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인생에 답은 없어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죠.

어떤 선택을 하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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