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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단편 영화 제작시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by 김민식pd 2013. 1. 9.

공짜 피디 스쿨, 간만에 질의 응답 시간입니다. 전에 올려주신 질문인데 제가 연말에 자체 휴강을 실시하느라 답이 좀 늦었습니다. 정말 미안해요. 이제라도 답을 올립니다. 

Q:

피디님 안녕하세요! 불쑥 이렇게 여쭤봐서 정말 죄송한데요 ㅠ 저희가 [돈을 조금 들여서] 단편영화를 찍으려고 해요. 그리고 기획의도, 등장인물 등을 영화제작 사이트에 올려 놓았더니 배우가 10명이 넘게 지원했네요... ; 배우를 어떻게 뽑아야하고[저희가 너무 초보다보니], 민감할 수 있는 출연료의 문제 등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야할지 조언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오히려 당당해야하나요 저희가?? ㅋㅋㅋ 저희는 저희처럼 초보들이랑 할 줄 알았는데, 배우들이 다 개인 프로필도 있고 저희보다 대단해보이네요 윽.... 조언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꾸벅.

 

A:

MBC에 입사하고 가장 좋았던 점이 매주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할 때는 매주 다섯편의 단편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지요. 당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마구마구 가져다 패러디하며 놀았어요. 야외 촬영을 하루 나가면 출연료랑 장비 사용료 다 합해서 예산이 1000만원 가까이 되는데 회사에서 1000만원 씩 제작비를 받아가며 영화제작 실습하는 기분이었어요.

 

유튜브가 생기고 이제 누구나 단편 영화를 제작, 상영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겼어요. MBC 피디로서 제가 누렸던 실습 기회가 이제 모두에게 주어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고 누구나 그걸 누리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용기 있는 자들이 먼저 그 과실을 즐기지요. 단편 영화 제작, 그 새로운 도전에 나선 님의 멋진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재작년에 저도 단편 영화를 찍은 적이 있어요. 

 

2011/08/12 - [공짜 PD 스쿨] - 저예산 독립 SF 영화 제작기

 

2011/08/19 - [공짜 PD 스쿨] - '막장의 비밀' 대본

 

당시에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만드느라 출연료 걱정은 없었답니다. 물론 그러다보니 만들어두고 공개할 형편은 아니지요. 그냥 우리끼리 보고 낄낄거리고 노는데 그쳤지요. 님의 글을 보고 하나 배웠어요. '와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전문 배우를 캐스팅하는 방법도 있었구나!' 공짜 피디 스쿨을 운영하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선생이 제가 배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스트롱비어님, 그 사이트 좀 알려주세요. 직접 활용해보려고요.)

 

단편 영화 제작시 출연료를 어떻게 하는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감이 잘 안오네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든다면 대충의 출연료 기준이 있을텐데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할 때 최고의 방법은 솔직하게 나가는 거죠. 저도 가끔 드라마를 만들다보면 유명 배우에게 적은 출연료로 특별 출연을 부탁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때는 그냥 솔직하게 말합니다. '사정상 이 정도 밖에 못 드립니다. 해주시면 은혜를 잊지 않고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거절하셔도 이해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해보시면 어떨까요? '좋은 배우들이 욕심나서 제작 사이트에 캐스팅 공고를 올리긴 했지만, 저희의 사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출연료 때문에 거절하셔도 이해하겠습니다. 다만 함께 해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성의 표현은 해주세요. 어떤 일이든 시간당 최저임금은 보장해드려야하지 않을까요? 예술인도 노동자니까요. 

 

독립 영화를 만드는 것을 처음 시도한다면 주위 가족이나 친구들을 활용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용산 CGV에서 매년 열리는 미장센 단편 영화제에 꼬박 꼬박 가는데요. 일반인 배우들의 연기에 놀랄 때가 많아요. 어머니 아버지를 활용해서 찍은 작품들의 수준이 꽤 높아요. 부끄럼많은 어른들도 자식이 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섰다가 생각지도 못한 재능을 발현하는 예가 많거든요. 그렇게 만든 영화를 유튜브에 올려서 반응을 살펴보고 제작에 자신감이 붙으면 전문 배우를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유튜브가 좋은 점이 그거에요. 공짜 유통과 배급이 가능하다는 거. 유튜브에 올린 영화를 보여주며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인데 제작비가 없어 출연료를 많이 드릴 수는 없다.'라고 하면 '일반인을 데리고 저 정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면 믿고 내 재능을 맡길 만 하겠군.'하고 선뜻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 블로그는 연출가 김민식 피디의 온라인 자기소개서입니다. 언젠가 이 블로그를 눈여겨보던 어떤 이가 '감독님과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습니다.' 하고 캐스팅에 응할 날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님이 만든 단편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어 영화제 수상까지 이어진다면... '공짜 피디 스쿨에서 연출을 가르쳐주신 김민식 피디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수상 소감을 꼭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별로 가르쳐드린 것도 없이 바라기만 하는군요. ^^)

 

오늘 저는 여러분의 들이대는 정신에서 오히려 한 수 배웠습니다. 전문 배우를 기용한 단편 영화 제작, 저도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질문, 마음껏 들이대주세요. 혹 답이 성에 안차도 실망하지는 마시구요.

공짜 스쿨이 좋은 게 그거잖아요. 서로 부담이 없다는 거!~ ^^ 

 

   

(친구들끼리 모여서 단편 영화 찍던 모습이에요. 당시 저는 인도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연기했죠. 참 적확한 캐스팅이라는 게 당시 평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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