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피디 스쿨 질의응답 시간입니다! 네, 방명록에 드라마 피디가 꿈이라는 어느 여고생이 남겨주신 사연이에요.  

 

1. 아빠가 저의 지금 정도 학벌이면 훨씬 안정적인 직업 얻을 수 있을꺼라고.....(반대는 안하시지만 달가워하지 않으십니다) 하시는데 pd 정도면 안정적인 직업 아닌가요??

: 직업 자체는 안정적이지 않고요. 다니는 회사가 안정적이냐 아니냐를 많이들 따지지요. 공중파 공채 피디를 선호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직장이 더 안정적이거든요. 하지만 외부에서 프리랜서 피디로 혼자 일하며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즐겁게 연출하는 사람 많이 있어요. 어떤 직업이 안정적이냐, 아니냐보다 적성이 더 맞느냐 아니냐를 고려해야지요.  


2. Pd가 드라마를 찍지 않는 동안에는 무엇을 하나요? 또 조연출은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 드라마를 찍지 않는 동안에는 드라마 찍을 궁리하며 살아요. 작가 만나 대본 찾고, 책 읽으며 원작을 검토하고 그러지요. 조연출은 피디가 시키는 일은 다 합니다. 편집, 촬영, 음악 선곡, 예고편 제작, 작가 대본 독촉 등등...^^


3. 입봉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 건가요?? 대부분 5년 넘게 걸린다던데....

: 거의 군대처럼 시간되면 다 시켜줍니다. 조금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입봉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입봉하고 나서 어떤 작품을 맡느냐가 중요하지요. 드라마 국장과 부장들이 회의를 해서 결정합니다. 평소 조연출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시거든요.


4. 밤새 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던데 그럼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하는 건가요?? 집에도 못들어가고?

: 그런 경우도 많지만... 그런대로 살만 합니다. 고교 시절, 집에 들어가기 싫어 친구 집에서 외박만 해도 신나잖아요? 그런 것 처럼 회사 편집실 소파에서 자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랍니다. ^^ 어떨 때는 소파 쪽잠도 그립지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잠깐 자는 게 다일 때도 있거든요. 방송국에서 살아봤자 드라마 촬영 기간 동안 서너달이고요, 그중에서도 일주일에 한두번은 집에 들어갑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데에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

 


5. 스텝들의 차림은 일반 회사원과 같나요??

: 아뇨. 회사원과는 차림이 다르죠. 정장은 절대 안 입습니다. 저는 16년 동안 회사에서 정장 입어본 일이 없어요. (아, 맞다! 방송 심의 제재 나와서 심의위원회 출석 할 때는 정장 입었구나.) 겨울철 스태프들의 차림은 일반 회사원보다는 노숙자에 가깝습니다. 촬영장에서 이불 겸용으로 쓰이는 두툼한 파카에 갈아입을 속옷이 가득한 배낭을 메고 다니거든요. (농담이구요.^^) 그냥 캐주얼 차림으로 다닙니다. 예능 피디 시절 드레스코드는 동골하청이었어요. 겨울엔 골덴 바지, 여름엔 청바지.

 

 

노란 색 잠바에 마스크 쓴 노숙자가 저입니다. ^^   



6. (가장 중요하고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연출가가 드라마를 만들때 각자의 성향이 있고 전문 분야가 있고 시청자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있다고 하잖아요ㅡ근데 솔직히 저는 드라마를 많이보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디테일 빼고는 다 거기서 거기인 내용으로 보이거든요.... 피디라는 일이 재밋을 것 같긴 하지만 그게 단순히 자극적인 영상들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에서 만족하는 일로 변질시키기는 싫어요ㅡ도대체 연출가는 어떤 가치관과 마인드를 가지고 표현해야하는걸까요??

: 상당히 찔리는 질문이네요. 사람마다 드라마에 담고 싶은 내용은 다 다르겠죠. 저는 연애지상주의, 사랑이 인생을 구원한다는 나름의 주제의식을 갖고 있답니다. 다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학생이 보기에 현재 피디들의 작업이 마뜩치않다면 그것이야말로 피디를 해야할 가장 좋은 이유가 아닐까요? '나는 방송에 나만의 가치관을 담아야겠다!' 라는 포부를 가지고 입사하는 후배를 기다립니다.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까?' 이건 저도 아직 고민중인 문제랍니다. 아마 연출을 하며 평생 답을 찾아 헤맬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공부가 우선이지요. 연출가마다 가치관이 다르겠지요. 각자의 가치관을 찾고 정립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7. 마지막!!으로 왜 mbc를 들어가셨나요?? 다른 방송국들과 무엇이 다르죠??

: 저는 어려서부터 MBC를 좋아했어요. KBS는 웬지 공무원 조직같고, SBS는 개인 회사 같았지만, MBC는 자유로운 문화가 있는 것 같았어요. 피디가 된다면 MBC 피디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KBS나 SBS에는 입사원서도 내지 않았답니다. 입사하고 늘 느꼈지만, MBC는 참 좋은 회사에요. (갑자기 왜 눈물이... ^^)   


(추가질문) 

저 나름 가정적인?여잔데ㅋㅋ결혼하면 어떻게 피디를 하며 살지, 결혼은 할수 있으려나... 결혼하면 일 그만하고 집에서 작가나 할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 좋은 질문이에요. 항상 이런 문제가 나오면 제가 드리는 답은 하나입니다. '그런 고민은 문제가 생기면 그때가서 해도 늦지 않다...' 일단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봅니다. 연출이 너무 하고 싶은데, 나중에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덜컥 결혼 먼저 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남편이랑 애낳고 사는 게 너무 행복해서 피디의 꿈은 저 멀리 달아날 수도 있거든요. 가정적인 여자, 그것도 참 좋은 일이잖아요? 저는 이루기 가장 어려운 꿈 중 하나가 현모양처라고 생각하거든요. 혹은 피디로 일하느라 바빠 결혼이 밀릴수도 있구요. 그때 그때 형편에 맞춰 사는거지요, 뭐. 

 

인생 너무 어려서 미리 다 정해두려고 하지 마세요. 살다보면 그때 그때 바뀌어요. 그리고 바뀌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현실에 충실해서 즐겁게 사는 게 최선이거든요. 

제가요, 마흔살에 드라마 피디로 전직하면서 결심했답니다. '드라마 피디로 입봉이 늦은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자!' 그래서 3년동안 4편의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잠도 안자고 집에도 안들어가고 막 그렇게요. 그러다 재작년부터는 노조 집행부에 파업에 정직에 교육 발령에... 전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고 있지요. 그래도요. 후회는 없답니다. 그 순간, 내게 주어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은 그런 거에요. 절대로 뜻대로 풀리지 않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게 삶이랍니다. (시청자가 예상한대로만 흘러가는 드라마, 재미없잖아요?)

 

그럼, 오늘의 피디 스쿨은 여기까지!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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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스크워커 2013.01.21 0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구든 피디가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피디는 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힘들군요. 공채라는건 일년에 열 손가락도 안 뽑고, 외주는 먹고살기 힘들어 꿈을 논하는 건 마치 사치와 같은 현실. 이런 상황에서 마봉춘은 재처리일당에 의해 공채는 개뿔, 프리랜서화를 한다고 하지를 않나.. 답답하네요. 그렇다고 포기할 것도 아니지만ㅋㅋ현실은 정말 낙타가 바늘구명 통과하는 것 만큼 힘들다는 걸요. 아무튼 오늘도 글 보고 힘얻습니다. 빨리 재처리 좀 재처리 해주세요.

    • 김민식pd 2013.01.22 0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누구나 될 수 있다면 아무나 될 수는 없다... 네, 안타깝지요. 저도 그 점 참 마음이 아픕니다. 해병대 문구가 생각나네요. 누구나 해병대가 될 수 있다면 나는 해병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힘든 만큼 이루고 난 다음 성취감이 더 크기를 희망합니다. 힘내세요, 힘!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2. 한종덕 2013.01.21 1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즐거운, 도움되는 포스팅 보고 갑니다^^
    대구는 아침부터 비가 오는군요..ㅠㅠ
    감기 조심하세요~!

  3. 헐. 2013.01.21 1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에서 작가나 할까?" 라는 질문은 정말 작가를 모르고 하시는 소리 같네요^^; 전직 방송작가로서 작가가 글만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아이템서치부터 모든 과정을 가장 먼저 나서서 해야 하는 사람이고, 방송 준비 기간에 집에 못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드라마 작가는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집안일 하면서 설렁설렁 글을 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한글자 한글자 한문장 한문장 써내려가는데는 엄청난 자료조사와 공부와 노력을 필요로 한답니다.

    • 김민식pd 2013.01.22 0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그건 제 불찰입니다. 질문에는 원래 이분이 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여고생 작가임을 알린 글이 있었는데요, 제가 개인 신분 노출을 우려해서 그 부분을 빼고 질문을 올렸어요. 그러다보니 글을 쓰신 분의 의도를 제가 곡해하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작가로서 사는 것, 결코 쉽지 않죠. 소중한 지적, 고맙습니다.

  4. 새벽단비 2013.01.24 16: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여고생 때 했던 궁금증과 비슷합니다.
    예전 같으면 4번 질문에 대한 답이 눈이 갔을 것 같은데
    이제는 7번 질문에 대한 PD님의 답변이 궁금하고, 그 답에 공감합니다.

    MBC.. 눈물이.. ㅠ
    :) 또 겨울입니다. 그렇다면, 또 봄이 오겠죠. PD님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5. 새암 2013.01.25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질문 남겼던 학생입니다~
    너무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ㅜㅠ
    완전 감동이에요!!!
    히히 정장 못입고 돌아다니는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저는 꼭 PD 하려구요ㅎㅎ
    궁금증 해결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6. 새암 2013.01.25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질문 남겼던 학생입니다~
    너무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ㅜㅠ
    완전 감동이에요!!!
    히히 정장 못입고 돌아다니는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저는 꼭 PD 하려구요ㅎㅎ
    궁금증 해결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7. 나쟌 2013.01.28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안녕하세요, 지난 12월8일 청어람에서 SNS강의를 들었던 이지환이라고 합니다.

    PD님께서 말씀해주셨던 4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실천해보고자 고민하다가

    UCC를 실천해보기로 하고 UCC공모전에 생에 처음으로 출품을 해봤습니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의기 투합하여 영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참 어려웠습니다.

    컨셉잡고, 아이디어짜고, 콘티짜고, 촬영할 때 또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하는 것들이

    처음이라 어색하고 오글거리더라구요. ㅎㅎ

    하지만 애초에 상보다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 되돌아보니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ㅎㅎ

    무튼 이렇게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저도 PD님처럼 SNS 고수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저희가 만든 UCC주소남깁니다. 허접하지만 시간되시면 구경해주세요^^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47509037

  8. 피디지망생 2013.12.05 0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전현재 미국대학교 4학년 여학생이구요, 피디에 관심이 많아 피디님이 쓰신 책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피디님이연출하신 내조의여왕도 너무 재밌었구요 하고싶은 분야도 드라마에요! 하...그런데 미국에서 피디 준비를하려고 하다보니 많은 피디지망생들이 추천하는 방식 소위말한 "스터디" 를 하거나 "공모전" 같은 것을 참가하는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구요. 스터디를 하지못하는건 제 주변에 저와같은 꿈을 그리는 사람들이 없구, 공모전을 하지 못하는건 그런 사람들이 없기에 영상을 함께 찍기가 어려워서지요. 개인적으로 4번과 추가질문에 굉장히 흥미가 갑니다. 요즘 느끼는건 정말 여자는 직업을 선택할수있는 폭이 좁은거 같다는 생각? 지금 23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추가질문에 대한 대답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자의 입장에선 결혼을 하건 애기를 낳건 상관없이 계속 일을 할수있는데 여자는 임신하고나면 배가 불러오고 또 애를 낳고나면 어머니란 것의 책임감 때문에 일에만 매달리지 못할거 같거든요.(제가말하는건 드라마 피디분야입니다.) 음 ... 제가 정말 궁금한 것은 말이에요. 피디님이 드라마 피디셔서 제가 원하는 대답을 얻을수 있을 것 같은데, 드라마 피디는 작품에 따라 바쁜 정도가 결정된다고 들었어요.(작품을 하면 너무 바쁘지만 끝나면 좀 한가하다고..) 그러면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준비될때까지는 방송국에서 먹고자지 않아도 되는건가요? (제가말하는건 일반 회사원들 처럼 출근하고 퇴근하는건지 그게 궁금해요.) 그럼 잠깐 공백기가 있는동안 작품을하지않으면 뭘 하나요? 작품 구상을 하겠지만 회사에서 하는 일은 따로 있지 않나요? 작품을 하지않아도 회사는 나가야되나요? 저는 이부분이 정말 궁금하더라구요...상세하게 말씀해주시는 분이 안계서서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