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에 올라온 사연입니다.
"곧 졸업을 앞둔 25살 학생입니다.
그러나 이제껏 아무것도 해놓은게 없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신입생부터 복학 3학년까지는 통학하면서 학교 무리없이 다녔는데
4학년 기숙사 입사하고나서 그냥 이유없이 수업에 들어가고 싶지 않고
지금은 몇몇 수업조차 한달째 째고 있습니다.
왜 그런것인지 진심어린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구요 왜 그럴까요?"
얼마전 어떤 남학생을 만났는데, 애띤 얼굴인데 몇 달 뒤 군에 입대한다기에 몇학년이냐고 물었더니 1학년 신입생이라 하더군요. "아니 그럼 좀 더 대학생활을 즐겨야지, 왜 벌써 군에 입대하나요?" 하고 물었더니 "친구들은 1학년 1학기 마치고 갔구요. 저는 좀 늦은 편입니다."라는 답을 하더군요. 요즘 청춘들의 삶을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87학번인 저는 민주화 운동 세대이지만, 데모를 해 본 적은 몇번 없습니다. 전 밤마다 나이트클럽에 가서 춤추느라 바쁜 딴따라였거든요. 대학에 입학하자 고3때 고생한 거 갚아야하니 열심히 놀아야지, 하고 후회없이 놀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 신입생에게 그런 여유조차 주어지지도 않는군요. 순간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이라는 노래 후렴구가 떠올랐어요. "이 미친 세상에, 어디라도 행복해야해. 이 미친 세상에."
지난 5년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모두가 부지런해졌다는 거죠. 초등학교는 일제고사를 보느라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요. 영어 몰입 교육을 강조한 덕에 미취학 아동도 영어 학원을 다니는 세상. 그게 이 미친 세상입니다. 부지런한 게 과연 답일까요? 일제고사 폐지하면 촛불 소녀들이 다시 광화문으로 뛰쳐나올까봐 학교 교육만 점점 더 옭아매고 있는 게 보수의 정책이죠. 아, 정말 분통 터집니다.
영화 'MB의 추억'을 만든 김재환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MB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MB는 일단 방향을 잘못 잡습니다. 그런 후 열심히 일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달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고 싶은 길에서 점점 멀어지는데 본인은 열심히 달리면 다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고 더더욱 빨리 달립니다. 본인은 억울하겠죠.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나처럼 부지런한 사람도 없는데.... 내가 안 해본 게 없는데..... 왜 날 이해해주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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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추억' 주말 전석 매진에 힘입어 이번주부터 상영관 확대 개봉합니다. 꼭 극장에 가서 보세요. 미친듯이 낄낄거리며 웃으실 수 있을 거에요. 주연이 너무 비호감이 아니냐고 걱정하시는데요. 조연들의 깨알같은 감초 연기도 볼 만 합니다. ^^)
우리는 청소년 시절, 한 방향으로만 달립니다. "수능을 잘 봐야 해. 좋은 대학에 가야 해. 취업이 잘 되는 과에 가야 해." 대학 시절은 쉬면서 세상을 돌아보는 시기여야 합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죠. 하지만 수능 수험생은 다시 취업 준비생이 되고, 방향을 찾기보다 "일단 뛰어!"로 무조건 달립니다. 우리는 MB를 그렇게 욕하면서 왜 MB의 아바타가 되어가는 걸까요?
버트란드 럿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조국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된 책인데요. 전 저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물론 게으름을 찬양 할 수 있는 건 노철학자 정도 되어야 나오는 공력이지요.
저는 게으른 시기가 인생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을러봐야 압니다.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앞만보고 달리기만 해서는 정작 가고 싶은 길이 어디인지 살펴볼 여유가 없거든요. 가고 싶은 곳이 없는데 달리기만 하면 점점 목표에서 멀어질 뿐입니다. 어쩌면 내가 있는 이곳이 내 인생의 지향점이 아닐까? 고민도 해봐야합니다.
'통학할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기숙사 들어오고 나서부터 이유없이 수업을 땡땡이 치고 있다.'
부모님과 생활하다 처음으로 독립하고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되면 반드시 겪게되는 현상입니다. 늦잠을 자도 뭐라 할 사람이 없고, 수업에 안 나가도 눈치볼 일이 없어진거죠. 님이 이제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체적 독립을 통해 정신적 독립을 향한 기초가 놓인 겁니다. 이 시기의 행동양식 변화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셔도 됩니다.
하고 싶은 게 없다... 고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많은 사람들이 정작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리기만 합니다. 그럴 때는 자리에 주저 앉아 쉬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주마들이 미친듯이 트랙을 돌 때, 길 옆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날씨, 참 좋네!'하고 여유를 부릴 줄도 알아야죠.
청춘의 시기에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 여유 속에서 나를 성찰하고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그 답을 찾아 바쁘게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여유를 즐기세요. 이 미친 경쟁의 시대에 게으름도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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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토요일 오후 2시 전국 각지의 도서관에서 과학자들의 강연 기부 행사가 있습니다.
저는 도립평택도서관에서 '타임머신을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고요.
같은 곳에서 과학콘서트의 저자이신 정재승 박사님은 '거짓말은 왜 매력적인가?'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오늘의 과학자,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라는 취지의 행사입니다. 지방에 있는 어린이들이 과학자를 만나 평소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홈피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마무리 광고... (오늘은 본방에 비해 광고가 더 많은 듯한?^^)
책으로 보는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 온라인 서점에 올라왔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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