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2012/10/09 - [공짜 PD 스쿨] - 과거의 성공이 불러온 교육 시스템의 실패

 

 

아이를 미래형 인재로 키우려면, 무엇을 길러줘야 할까?

스타 수능 강사 출신 교육전문가, 이범 선생이 내놓은 답은 세가지다. 창의성, 역량, 협동정신.

 

과거 한국 기업의 성공 모델은 카피였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잘 나가는 선두주자를 카피해서 쫓아가는 것. 그건 사실 일본 경제의 성공방식이기도 했다. 미국이 만드는 것을 가져다 더 싸고 더 작게 만들어 내놓는 것. 그래서 한때 미국 기업은 일본을 '베끼기만 하는 원숭이'라고 흉보기도 했다. 한국은 그 일본을 따라 베꼈다. 일본이 자동차 수출로 재미보는 걸 보고, 자동차 산업을 육성했고, 반도체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는 걸 보고, 우리도 전자 산업에 진출했다. 그러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 중 하나는 어학이었다. 외국 문물을 가장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어학 능력. 그래서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잘 팔렸다. 선진 기술과 문물을 그만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나 역시 MBC 입사에 영어 덕을 많이 봤다. 실제로 뉴논스톱을 연출할 때는 미국 시트콤을 많이 본 게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했고. 지금은 영어가 연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 드라마는 이미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성장했다. 워낙 짧은 시간 내에 미국이나 일본 문화를 따라잡았기에 이제는 한국 드라마 보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굳이 해외 콘텐츠를 보려고 영어를 공부할 필요도 없다.  공짜로 만드는 자막이 얼마나 많은데... 세상에 영어 잘하는 사람은 넘칠 지경이다. 영어를 잘해 미드 자막을 만드는 사람은 돈 한 푼 안받고 일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대본을 쓰는 작가는 일년에 수억을 번다. 내가 눈치 빠른 엄마라면 아이 영어 학원 보낼 시간에 차라리 작가 수업을 시키겠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넘치지만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부족하다. 특히 지금 추세라면 더더욱.

 

한국 산업의 국제 시장 위치를 보면, 이제 더이상 카피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시장이 단일화되었다. 예전에 미국 드라마, 일본 쇼 프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포맷이나 에피소드를 베껴서 쓰기도 했으나 이제는 금세 뽀록난다. 표절은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다. 이건 문화 콘텐츠 뿐만 아니라 전자 제품이나 공산품에도 마찬가지다.

 

 

 

우리집 늦둥이 민서는 여섯살이다. 이 아이가 사회에 진출하는 20년 후에는 자동 통역기와 자동 번역기가 나와 영어 공부가 필요없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지난 20년 간 세상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올 20년은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일등을 따라잡기 위해 일등을 카피하는 것은 오히려 수많은 이등들 속에 묻힐 위험이 크다. 중국의 성장 속도나, 일본이 한국에게 따라잡힌 일화만 봐도, 미래에는 카피캣 전략으로 안전한 이등을 보장받기 어렵다. 일등이 되는 확실한 방법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창의성만이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하는 시대가 오고있다.

 

그럼 창의성은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 아이를 심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가 무언가 꼼지락거리며 만들거나 그리거나 글을 쓰는 순간은, 아이가 심심한 때이다. 요즘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없다. 하루 종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다니느라... 결국 아이가 잠시 10분이라도 짬이나면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이다. 짧은 시간에 대해 가장 막대한 보상 효과가 주어지니까.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세가지를 다 배우는 아이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여유가 없다. 창의성의 기본은 호기심인데, 호기심 많은 아이로 키우려면 생각의 여유가 있어야한다. 이것 저것 잡다하게 다 배우느라 바쁘기만 한 아이는 주위의 사물을 호기심있게 관찰할 여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 시대의 사교육 열풍이 진정으로 걱정된다. 아이들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창의성인데, 그걸 죽이는 교육을 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그 시간에 차라리 아이를 놀려야하는데 말이다.

 

피디 지망생들에게 내가 권하는 3가지가 독서, 여행, 연애다. 이 셋의 공통점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라는 거다. 책 장을 펼치는 것이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셋 다 내가 미지의 세계로 나 자신을 던져넣는 일이다. 익숙한 것을 떠나 낯선 것을 만나 새로운 것을 즐기는 훈련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즐거워야 한다. 즐겁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세가지 방법이 독서, 여행, 연애다. 창의성이란 그런 즐거운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 세가지를 즐기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시간과 마음의 여유다.  

 

피디가 되는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나, 미래형 인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첫번째 조건이나 다 창의성이다.  미래형 인재에게 필요한 나머지 둘, 역량과 협동 정신 역시 피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인데, 나는 그걸 MBC 피디 공채를 보며 절실히 느꼈고, 나 자신 심사위원이 되어 면접을 볼 때도 실감한다.

 

 

그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하는 걸로 하고 오늘의 피디 스쿨은 여기까지...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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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지 2012.10.10 0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 여행은 괜찮은데…
    연애가 참 멀게 느껴지네요 ㅎㅎㅎ;

  2. 쑥부쟁이 2012.10.10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엄마로서 공감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3. JERRYMOM 2012.10.10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더이상 학벌이나 간판이아닌 창의력, 인성 등을 중요시하는 교육이 빨리 자리잡아 반대로 세계에서 유학을 오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