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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꿈과 전공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김민식pd 2012. 10. 19.

그동안 방명록에 올라온 질문을 모아봤어요.

 

Q : 이 직업이 pd님의 개인적 삶엔 어떤 유익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합니다. 자학 개그를 즐기고요. 피디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웃기는 통역사나 재밌는 영업사원으로 살았을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딴따라 광대가 가장 어울리더군요. 그래서 택한 직업이고, 그렇기에 후회가 없습니다. 나를 나 자신이게 할 수 있는 직업, 고마울 따름입니다.

 

Q :  이 직업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TV는 공짜로 가장 쉽게 즐기는 여흥이라고 생각합니다. TV의 순기능은 대중적 여가 생활의 제공이 아닐까요? 다만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기에 (요즘 MBC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도대체 저렇게 악의적인 뉴스는 누가 무슨 생각으로 만드는 걸까?) 피디는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방법으로 독서를 선택했습니다. 독서가 유일한 길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니까요. 나 하나 생각이 틀린 건 넘어갈 수 있지만, 내 잘못된 생각이 방송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요. 마찬가지로 내가 배운 세상 사는 재미를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그 만큼 보람있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Q : 독서, 여행, 연애를 해서 무언가를 얻으려한다면 그저 경험해보는 것으로 끝내선 안될 것 같은데 (다 까먹을 것 같아서요^^;) 혹시 pd님만의 방식이 있으시나요? 예를 들어 그때의 느낌을 기록한다거나 하는 그런 거요~ 독서, 여행, 연애를 통해 얻은 것을 잘 남겨서 드라마에 녹여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냥 인생은 순간 순간 즐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독서 여행 연애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된 이유는, 그 자체를 그냥 즐겼기 때문입니다. 진로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 지 몰라서 전공 공부는 팽개치고 그냥 소설 읽고 놀았습니다. 학교가 싫어서 그냥 여행을 다녔습니다. 마음 붙일 일이 없어서 연애에 올인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게 다 남더군요.

 

제가 권하는 세 가지, 인생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해서 추천하는 겁니다. 이게 싫으면 안하셔도 되요. 다른 일이 더 좋으면 그 다른 일을 하셔도 됩니다. 만약 게임이 미친듯이 좋다면 게임에 빠져서 피디가 되는 사람도 언젠가는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제작한 게임 프로듀서도 그렇게 해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니까요.

 

이걸 통해 무엇을 남겨야겠다, 그런 고민 안하셔도 됩니다. 연애를 하다 남기는 건 사실 주로 상처거든요. 대학교 때 어떤 여학생을 만났는데, 어느날 보니 제 후배랑 사귀더군요. 저는 정말 헌신적으로 대했는데, 다른 여자 친구가 있는 후배랑 서로 몰래 만나더라고요. 그때 정말 상처 많이 받았어요. 사람들이 절더러 '외모가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는데 왜 자꾸 외모를 가지고 자학하시나요?' 라고 묻는데요. (정말 착한 분들이죠.^^) 후배에게 여친을 뺏겼을 때 심하게 괴로웠습니다. '왜 너에게 나는 아닐까?' 저는 당시에 그 후배와 나를 비교해서 내가 부족한 건 외모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못생긴 탓에 여자친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외모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않습니까? '그래, 외모를 따지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차이는 게 다행이야.' 나랑 결혼해서 살면서 매일 매일 내 얼굴을 보며 '저 남자는 왜 저렇게 못생겼지?' 하는 거 보다 차라리 일찍 차이는 게 땡큐잖아요? 

 

무언가 남기고 싶다면, 푹 빠지시면 됩니다. 푹 빠져서 잘되면 멋진 추억이 남고요, 안되도 상처가 남아요. 상처가 나쁜 건가요? 상처가 아물면 강력한 항체가 남거든요. 결국 무언가 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푹 빠지는 겁니다.   

 

Q 희망 직업과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다른 경우?

 

제가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 하다 피디가 되었다는 얘기에, 많은 분들이 '나도 피디가 꿈인데 전공은 달라요.'라고 반가워하십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피디가 될 수 있나요? 당연하지요. 치대 나와서 피디하는 사람도 있고, 건축학과 나와서 영화감독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건축학 개론'의 이용주 감독) 

 

제가 피디가 된 원동력은 대학 진학 당시 1지망에 떨어져서 원치 않았던 학과에 입학한 일입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과에 들어간 통에 대학 내내 소설을 읽고 여행다니고 연애하고 방황도 했지만, 오히려 그 방황의 결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거든요. 신문방송학과를 나온게 오로지 유리하기만 할까요? 어려서 공부 좀 하고, 외모 좀 되고, 말 좀 하고, 늘 주위에서 "넌 커서 기자나 아나운서 해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라 신방과에 온 사람. 자신의 욕망보다 주위의 기대에 맞춰 진학하고 취업하는 사람이 나중에 입사하고 나서 '어라? 이게 나한테 맞는 직업은 아니네?' 하면 어쩌나요?

 

대학 전공은 10대에 결정하잖아요? 그런데 그 결정에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충고와 본인의 성적이 고려되지 본인의 취향과 적성이 반영되는 경우는 적잖아요. 그래서 난 전공과 적성이 다른 사람이 20대의 방황을 통해 더 성숙한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방과를 나오는 것이 피디가 되는 유일한 길이 아니듯이 타과를 나오는 것이 걸림돌은 아닙니다.  

 

'꿈은 이루어지나요?'라고 어떤 분이 물었습니다. 피디가 되는 게 꿈인가요? 아니면 세상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꿈인가요? 피디가 되어 연출하는 게 꿈이라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저는 지금 꿈에서 멀어진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파업을 통해 꿈을 이루기도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 게 꿈이라면 매일 아침 블로그에 고시랑 고시랑 사는 이야기를 올려 그 꿈을 이룰 수도 있거든요.

 

전공과 꿈이 달라도 한번 들이대보세요. 20대는 인생에서 유일하게 본인 뜻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 나이에 꿈을 포기해버리면 10대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한 자신이 불쌍하고, 늙어서 싫은 일만 평생 하고 살 내가 안타깝잖아요? 물론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님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잖아요. 안되면, '그래, 전공 때문에 떨어졌나보다. 에이.'하고 상처 덜 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 난 못생겼으니까 차여도 이해할 수 있어.'라고 마음먹은 다음부터 연애가 쉬워졌어요. 상처받을 일이 없으니까요.

 

꿈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어요. 꿈은 결국 내 인생을 굴리는 원동력이거든요. 꿈이 있어야 무언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노력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하는 고민이지만, 인생에 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열심히 풀어보는거죠. 답이 없다고 내 인생의 문제를 포기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끝으로, 광고!

피디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인생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나름의 답을 모아봤습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다음주에 전국 서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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